잇단 부동산대책 발표에도 수도권 아파트값이 상승하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사진은 지난 7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김 장관이 업무보고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2017년 6월 국토교통부 장관에 취임한 김현미 장관은 6·19, 8·2대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대출을 규제하고, 다주택자의 세부담을 높이는 내용이다. 김 장관의 “사는 집이 아니면 좀 파시라”는 발언은 유명하다. 그러데 취임 후 올 7월까지 14개월간 서울 아파트값이 20.85%, 수도권이 14.39%나 올랐다. 지방 부동산은 철저히 소외되며 같은 기간 3.89% 오르는 데 그쳤다.
최근 부동산 열풍의 시작점은 2014년 7월 당시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이 펼친 부동산 경기부양책 ‘초이노믹스’다. 당시 7·24, 9·1 두 차례 부동산대책으로 대출규제와 재건축 규제를 동시에 완화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 마지막인 2017년 4월까지 아파트값은 서울 15.61%, 수도권 13.53%, 지방 12.88%가 각각 올랐다.
김 장관의 지역구인 일산 서구는 초이노믹스 기간 동안 13.25% 상승했지만, 이번 정부 들어서는 5.04% 오르는 데 그쳤다. 이웃 일산 동구(4.89%)보다는 높지만, 덕양구(13.85%)에는 한참 못 미친다. 같은 1기 신도시인 성남 분당구는 초이노믹스 때도 16.08% 오르더니, 김 장관 취임 이후에는 무려 29.59% 급등했다. 서울을 앞지르는 상승률이다. 평촌신도시가 위치한 안양 동안구도 초이노믹스 때 18.09%, 김 장관 취임 후 13.07% 상승했다. 다음 총선에서 4선에 도전할 김 장관으로서는 꽤 신경이 쓰일 수 있다. 4선에 성공할 경우 당내 입지가 더욱 높아져 원내대표는 물론 당권에도 도전할 수 있다.
지난 7월 23일 김 장관은 국회에 “최근 주택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당시 이미 보유세 개편 등 불확실성 제거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개발계획 등으로 서울 집값은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수도권으로도 상승세가 번질 조짐을 보인다. 반면 지방에서는 집값이 하락하며 정부에 부양책을 건의하는 곳도 등장했다. 김 장관이 이끄는 국토부는 이달 말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