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터널 공사 현장 모습.
이같이 주민 사이의 입장이 갈리자 서울시의회 김경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초2)이 지난 8일 방배4동 열린문화센터에서 주민간담회를 가졌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최대한 주민 갈등을 줄이고 서초 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양보와 배려가 필요하다”며 “오늘만큼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좋은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주민 양측 사이에 벌어진 감정의 골을 좁히기에 부족했다.
이날 주민간담회에서 서리풀 주변 거주자 및 상인연합회 측은 “오랫동안 주차난이 지속되어 왔다. 지역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주차장이 필요하다”고 했고, 황실 자이아파트 입주자 측은 “터널 상부 유휴공간은 도시미관과 환경을 고려해 녹지로 건설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이에 ‘일요신문’이 서리풀 터널 공사현장 인근의 상인과 황실 자이아파트 입주자 등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황실 자이아파트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 씨는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 대부분 풍광이 좋은 서리풀 공원이 좋아 입주해 살고 있다. 그런데 바로 앞에서 진행된 터널공사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주차장까지 집 앞에 오니 어느 누가 좋아 하겠냐”며 기존 거주자 우선 주차장이 서리풀 터널 상부 유휴 공간으로 이전하는 것을 반대했다.
서리풀 터널 인근 거주자 우선 주차장의 모습.
주택가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C 씨는 주차장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기존 주차장은 인근 상인들만 관련이 있으며 그대로 놔두면 교통 흐름에 방해만 된다. 터널 위에 주차장을 만들 경우 경사(구배)가 있어 문제가 생길 수 있을 수 있다”며 터널 위 주차장 설치 자체를 반대했다.
주택가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D 씨는 C 씨와는 전혀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주차장을 없애면 차들이 주택가로 들어와 보행에 어려움을 줄 뿐만 아니라 사고의 위험이 늘어날 수 있어 주차장을 없애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주차장 이전에 대해 결사적으로 반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황실자이아파트 입주자 대표 E 씨는 전화 통화에서 “서초구의 숙원사업이라 여름에 창문조차 제대로 못 열었을 뿐더러 공사하는데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다. 경사가 있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는 터널 위 주차장은 문제가 있을 뿐더러 도시미관에도 좋지 않기 때문에 주차장 대신 사전에 약속한 녹지를 조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편의냐, 환경이냐’ 사이에서 줄타기에 나선 서초구청은 23일부터 말일까지 진행하는 설문을 통해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차장 문제로 불거진 지역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효남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