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 윤진경씨(21). 그는 현재 한신대 정치학과 3학년에 재학중이다. 정치학을 전공하면서 어떻게 연극배우가 될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배우가 되겠다고 반드시 연극영화학을 전공할 필요는 없잖아요. 다른 곳에서 다른 경험을 쌓아 배우가 되기 이전의 삶을 충실히 살고 싶어요”라고 톡 쏜다.
그는 정치학도로서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한 적도 있다. 그러면서 사회문제에도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그는 선거운동원으로 일하면서 “정치인들이 왜 그토록 권력에 매달리는지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거 유세할 때 수많은 사람들이 후보 한 사람만을 바라봐요. 그리고 사람들이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며 지지를 보낼 때를 생각해봐요. 아마 정치인들은 그 흥분을 못잊을 거예요.”
그런 면에서 정치인과 연극배우는 닮았다고 그는 평했다. 무대 위에서 배우가 연기를 하는 동안 관객의 시선은 배우에게 고정되어 있다. 그리고 연극이 끝난 뒤 쏟아지는 관객의 박수 갈채는 배우에게도 못잊을 흥분이다.
“선거에서 내가 지지한 후보가 승리했을 땐 보람도 느끼죠. 하지만 그 정치인이 잘못된 정책으로 사람들의 비판을 받을 때는 제 맘도 불편해요. 물론 농담이겠지만 친구들이 ‘네가 선거운동한 사람이 잘못했으니 네 책임도 있다’라고 말할 땐 제 행동에 책임도 느껴요.”
그는 누구라고 특정인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요즘 많은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가슴아프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이번 총선에서는 진짜 국민들을 위할 수 있는 인물을 가려내 뽑고 싶다고 했다.
그는 배우가 되면 꼭 맡고 싶은 배역이 있다. “원래 사극을 좋아하거든요. 연산군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드라마틱한 요소가 맘에 들지만 여자라서 연산군의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녹수역을 꼭 맡고 싶어요.”
눈을 깜빡이며 배우의 포부를 밝힌 그는 “하지만 전 악녀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에요. 마음이 너무 착하다는 게 흠이죠”라며 살포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