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가 조금 지난 시각. 광장의 잔디 군데군데에서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자신을 취업준비생이라고 소개한 김은영씨(24)는 “회사 면접시험과 신체검사를 받으러 왔다가 잠시 들렀다.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보다 더 넓고 탁 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역시 함께 온 친구들과 재미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김씨는 “이 근처에서 회사를 다니게 되면 매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오고 싶다. 푸른 잔디밭에 앉아 시원스레 솟구치는 분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상쾌한 기분이다. 치마만 입고 오지 않았다면 분수대에서 물장난도 치고 싶은데 참고 있다. 날이 조금 더 더워지면 분수대에 발을 담그고 놀고 싶다”고 개구쟁이처럼 말한다.
어느새 한 시간째 이곳에 있다는 김씨는 “다음 번에 올 때는 꼭 양산하고 돗자리나 신문지를 들고 와야겠다. 앉아서 얘기하다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내리쬐는 햇볕에 피할 곳 없어 피부 관리에 걱정하는 눈치다. 그늘진 곳이 없다는 게 그가 말하는 불편이라면 불편이다.
그러나 김씨는 “복잡한 도심 속에서 잠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 도시 속에 또 다른 숲이 있는 느낌이다”며 웃어 보인다. 그는 “오늘 점심시간에 광장 한 켠에서 미니 콘서트하는 것도 봤다. 날마다 이곳에서 문화행사를 한다니 이 근처에서 회사를 다니게 되면 매일 올 생각”이라며 한껏 기대에 찬 모습이다.
오늘 치른 면접시험과 신체검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들과 함께 잔디를 걷는 그에게서 새로이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의 설레임이 묻어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