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마경기에서 41승째를 거두어 ‘정식 기수’가 된 그는 인터넷에도 팬카페가 생길 정도로 요즘 인기가 높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지난 3일 오후 과천 경마장에서 이씨를 만났다. ‘블리치’를 넣은 헤어스타일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나온 모습이 영락없는 신세대다.
“정식 기수가 되고 유명세를 타면서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고맙긴 하지만 조금 부담스럽다. 그냥 같은 기수로 봐줬으면 한다.”
정작 본인은 남자 일색인 국내 정식기수 중 최초의 여성 기수라는 사실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눈치다. 이씨 이전에도 여성 기수는 있었으나 견습기수로 마감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만큼 기수가 힘들고 고된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가 꼽은 가장 힘든 점은 체력 관리와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
“꾸준히 체력과 체중을 관리하는 일이 어렵다. 또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만큼 성적에 대한 부담도 크다.”
특히 이씨가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승률 높은 말을 타는 일이다. 그는 “흔히 말하는 ‘인기마’를 타면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며 “입상을 못하면 말의 능력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한 게 아닌지 자책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말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 99년.
“고교 졸업반 시절에 담임선생님이 마사회에서 기수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응모해 보라고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약 2년 동안의 훈련 끝에 2001년 7월 데뷔하게 됐다.”
이씨는 “승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기복 없이 꾸준한 성적을 올리고 싶다”며 팬들에게 ‘항상 노력하는 선수’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