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들과 떠난 등산길에서. 왼쪽부터 한별, 수빈, 빵선생님, 미소.
인턴들에게 사회로 나서는 교육을 합니다. 다양한 한국인의 직업세계, 한국기업의 조직과 문화, 언어로 배우는 한국인의 예의, 한국과 세계의 유학제도와 비자 종류, 은행이용법과 환율계산법 등을 배웁니다. 한국 사람들이 엄청난 직업군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랍니다. 전문분야가 많기 때문입니다. 처음으로 환율도 계산해보며 이 나라에 닥친 달러강세를 실감하기도 합니다. 믿음직한 미소는 마궤가 고향이고, 친절한 수빈은 메익틸라, 밝은 성격의 한별이는 만달레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산골짝에 있는 빈민아동 공동체에서. 카친족, 샨족, 버마족 아이들이다.
주말인 오늘은 직원들이 인턴들과 나들이를 갑니다. 사무실에서 벗어나 등산과 봉사를 갑니다. 뜨겁지 않은 오전에는 평야 끝에 있는 계곡으로 가고, 오후에는 부근의 빈민고아원을 찾아 빵을 나누는 일을 하게 됩니다. 한국 빵을 만드는 한국선생님이 배려하신 일입니다. 평야 끝에 아스라히 보이는 산은 늘 가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우리를 실은 차량은 먼지 나는 시내를 빠져나가 넓은 들판을 건너갑니다. 짜욱세로 꺾어지는 길에는 6마일, 7마일이란 표지판들이 보이고 이윽고 산과 절벽과 강들이 곁에 다가옵니다. 등산을 할 데가 없는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개울이 흐르는 계곡 사이로 등산로가 속살을 내보입니다.
아이들이 잠드는 대나무집 내부. 부엌에는 크고 작은 냄비들이 걸려 있고 반찬은 그날그날 구해 해결한다.
오후에는 인턴들과 빈민아동들이 사는 산골짝 공동체를 갑니다. 밭으로 둘러싸인 이곳에는 유아들과 초등학생들 35명이 함께 먹고 자고 인근에 있는 학교에 다닙니다. 카친족, 샨족, 버마족 고아들입니다. 지원도 별로 없이 이 자리에서 10년을 넘게 살아왔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밝게 자랐습니다. 인턴들이 아이들에게 냄새 좋은 한국 빵을 나누어줍니다. 숙소는 대나무집이고 부엌에는 갖가지 냄비들이 걸려 있습니다. 반찬은 그날그날 구해서 먹는다고 합니다.
개울에서 오리를 키우려는 계획을 세웠다. 한쪽에선 빨래를 하고 있다.
인근에 흐르는 개울에서는 큰 아이들이 빨래를 합니다. 우리 일행들은 이 개울가에 오리를 키우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주변 도시에는 중국계 사람들이 많아 오리 수요가 많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시내에는 인도계 사람들이 버터공장을 많이 합니다. 영국 식민 시절에 영국인들은 인도인을 내세워 미얀마를 통치했습니다. 인도인이 지배계급이었지요. 그러다 영국이 물러나고 인도로 돌아가지 못한 인도계 후손들은 이곳에 남아 우유로 만든 버터를 대대로 만들어 왔습니다. 빵과 버터의 역사입니다.
재래식 버터공장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붉은 노을이 차창을 적시고, 일행들 모두 오늘 하루의 감상을 나눕니다. 사회로 나서는 인턴들은 오늘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요? 가난한 아이들이 눈에 밟히고, 복잡하게 얽힌 인종 갈등의 현주소만 확인했을까요.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있는 이 청년들에게 하려던 질문을 그만둡니다. 어느 영화에선가 70대 인턴이 새 인생을 맞고, 조직에 참신한 바람을 일으키는 장면이 기억납니다. 우리에겐 ‘인턴의 계절’이 따로 없습니다. 그 설레고 두려운 계절은 언제나 우리의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