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에 대한 단상: 48x100cm 분채 수정말 장지 2018
그림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가장 먼저 뭘 그렸는지 궁금해 한다. 그림 속에다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담았는지를 찾으려고 한다. 무언가 의미심장한 것이 있으리라는 기대를 걸고. 그러다 그림 속 이야기가 평범하거나 빤하면 금세 흥미를 잃는다.
그러나 그림에서 이야기만을 발견하려는 것은 그림을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이 아니다. 한 면만을 보는 셈이다. 현대미술에서는 ‘무엇을 그렸느냐’와 함께 ‘어떻게 표현했느냐’도 중요하다. 심지어 ‘어떻게’만 가지고도 회화가 되는 세상이 된 지도 오래다.
임소형의 회화도 ‘어떻게’에 힘을 싣고 있는 그림이다. 보이는 그대로를 잘 그리려고 하기보다는 추상적 구성을 택한다. 내용만큼 방법에도 신경을 쓴다. 색채를 수십 번 칠해서 화면의 깊이를 연출하고, 붓질의 중첩 효과로 형태의 두께를 보탠다. 확연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오랜 공력이 만들어낸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름답고도 중후한 화면을 만들고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단상: 91x75cm 분채 금분 수정말 장지 2018
그의 그림에는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분명한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그게 너무도 빤한 이야기다. ‘꽃’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꽃은 화가들에게 검색 1순위에 해당하는 소재로 환영받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름답다는 가장 보편적 정서를 주는 대상인 데다가 모양과 색깔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평범한 이야기를 가지고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면 임소형의 꽃에는 무슨 ‘특별함’이 있을까. 우선은 꽃에다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꿈을 심고 싶다고 말한다. 일상에서 만나는 잔잔한 감동 같은 것. 이는 어쩌면 자기 성찰의 드라마 같은 것은 아닐까.
아름다움에 대한 단상-3: 75x75cm 분채 수정말 장지 2017
즉 꽃 같은 흔한 사물을 바라보면서 생명의 위대함이라든지, 자연의 순리 같은 것을 찾아내는 철학자의 시선과도 흡사한 것이다. 깊숙한 굴곡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꽃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깨닫는 일은 이런 의미와 통한다. 그는 자신의 그림이 이와 같은 의미였으면 하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한다고 말한다.
또 하나는 꽃이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 같은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의 꽃 그림 중 추상적 구성을 따르는 경우에서 이런 의중이 보인다. 구성으로 치면 파격적인 구도다. 화면을 여백 없이 꽃잎으로 채우고 단색으로 처리한 이런 구성은 추상성을 띠게 된다. 꽃을 소재로 삼았지만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않겠다는 뜻이다.
전준엽 화가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