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일대. 정부가 8월 27일 서울 종로구, 동대문구, 동작구, 중구 등 4개 구를 투기지역으로, 경기도 광명시와 하남시를 투기과열지구로 신규 편입하는 등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고삐를 다시 잡는 대책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 청와대 ‘특공전’
정부의 추가 부동산대책은 지난 8월 27일 발표됐지만 선제작전이 개시된 것은 하루 앞선 26일이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월 발표했던 ‘용산-여의도개발 마스터플랜’을 전격 보류했다. 정부 관계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개발 의지가 강해 김현미 국토부 장관 선에서는 꺾을 수 없었고, 결국 청와대가 나서 박 시장을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부동산을 담당하는 김수현 사회수석은 모두 박 시장과 함께 일한 인물들이다. 여의도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언젠가는 해야 할 사업”이라며 “기대가 줄었지만 실망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 국토부 ‘포격전’
지난 27일 발표된 국토부의 대책 내용은 서울에서 동작, 종로, 동대문, 중구를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하고 광명과 하남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은 정도다. 구리, 안양, 광교는 조정대상 지역에 지정됐다. 충분히 예상됐고, 이미 상당 부분 규제가 이뤄진 지역이어서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대책 발표 이후에도 서울 집값은 전반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공급대책도 나왔지만 일정을 감안할 때 최소 4~5년, 길게는 10년까지 걸릴 수 있는 내용이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오히려 땅값만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실효성보다 ‘포성’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목적이 뚜렷해 보였다.
# 국세청 ‘백병전’
국세청은 국토부 발표 바로 다음날 부동산 과열 징후를 보이는 일부 지역에 대한 세무조사 방침을 공표했다. 부자들이 자녀들에게 주택취득자금을 변칙으로 증여하는 행위를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현금으로 증여하는 행위나 대출을 끼고 부동산을 매매하는 증여 방법 등이다.
발표와 동시에 360여 명의 의심자 적발 사실을 발표했다. 일단 국세청이 마음만 먹으면 빠른 시간 내에 압박을 가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하지만 국세청 조사 인력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사실상 서울 전역과 수도권까지 광범위하게 진행 중인 편법 투자를 모두 적발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익명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국세청 발표 내용을 보면 수개월 전에 적발됐던 사례를 이제야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초기에 바람만 피하면 세무조사 위험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금융위 ‘청야전술’
지난 8월 28일 금융위원회는 전세자금대출과 임대사업자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기에 나서는 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자 이 두 종류의 대출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특히 전세자금대출은 보증자격을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 원 이하로 가닥을 잡았다. ‘전세대출’을 건드리면 거센 비판이 불가피함에도 투기세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당국자의 설명이다. 아군의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초토화를 단행, 적군에 피해를 주는 청야(淸野)전술이다. 그러나 여론이 들끓고 여당까지 문제를 제기하자 정부는 하루 만에 무주택자는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전세자금대출이 가능하도록 하고 1주택자는 소득기준을 변경할지 더 논의키로 했다.
# 여당, 최종병기 ‘초고율 보유세’ 만지작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고가주택 보유자에 종합부동산세 ‘폭탄’을 안기는 법안을 발표했다. 6억 원(1주택자는 9억 원) 초과 주택 보유자가 대상이다. 얼핏 일부 ‘집부자’를 조준한 정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을 올릴 방침이고, 서울 집값이 많이 오른 상황임을 감안할 때 서울 주요 지역 주택소유자 대부분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명의분산, 임대사업등록자 등으로 종부세 부담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다.
# 개발 중 신무기들은?
재건축과 재개발 추가 규제 가능성이 가장 높다. 재건축은 주택공급 불안을 자극할 수 있어 재개발 규제 쪽이 유력하다. 재건축과 달리 규제가 거의 없는 데다 도심지역을 타깃으로 할 수 있어서다. 한남 뉴타운과 성수전략정비구역 등이 대표적인 재개발 지역이다.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다주택자 추가구매 부담을 높이기 위해 취득세 중과세 방안도 연구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보유세를 높이면 사려 들지 않을 것이고, 거래세를 높이면 팔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쓸 수 있는 규제책은 거의 다 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세제실에 근무했던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으려 드는 것은 최하책”이라며 “세금은 과태료, 벌금, 부과금 등과 달리 징벌적 수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