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후대비 100문 100답’의 저자 김 건 씨. 사진=박혜리 기자
노후대비의 중요성을 모르는 이는 없다. 평균수명 100세를 바라보는 ‘호모헌드레드 시대’에 적어도 30년 이상을 은퇴 후 일정한 임금 없이 버텨야 하는 게 현대인의 숙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시행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은 노후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수십 년 뒤의 미래를 준비하기엔 당장의 삶이 팍팍하다. 여기에 ‘적어도 몇억은 있어야 노후에 먹고 살 수 있다’는 얘기들은 ‘될 대로 되라’는 심경만 부추길 뿐이다.
부동산 투자 관련 베스트셀러는 넘쳐도 노후대비 자체를 다루는 베스트셀러가 없는 이유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20~30대를 겨냥한 서적들은 수요가 높아 베스트셀러가 많지만, 노후대비에 관한 책은 아직 이렇다 할 베스트셀러가 없다. 이 분야에서 그나마 많이 판매된 책도 2006년경 출시됐다”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올해 6월에 출시된 ‘행복한 노후대비 100문 100답‘은 눈여겨 볼 만한 책이다. 미래에셋대우에서 근무 중인 2명의 저자가 저술한 이 책은 노후 대비를 연금·보험·금융상품·부동산투자라는 4분야로 나누어 소개한 ‘노후대비 기본서‘다.
‘평범한 직장인 혹은 은퇴자 수준에서 노후대비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저자 김건 미래에셋대우 연금서비스팀 매니저는 ‘당연히 기본은 연금’이라고 답했다. 최근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지만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노후 준비의 기본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김 매니저는 “국민연금이 고갈되고 있는 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민연금이 받은 돈보다 주는 돈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국가가 반드시 수급을 보장하고 물가를 반영하여 내가 받을 연금액도 조정이 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시중의 여타 금융상품보다도 조건이 좋은 게 사실”이라면서 “특히 퇴직연금이 없는 자영업자의 경우 반드시 국민연금에 가입해 노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장 돈이 급하지 않다면 국민연금 수령 시기를 연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입자가 원하면 노령 연급의 수급은 1회에 한하여 최대 5년까지 늦출 수 있다. 김 매니저는 “연금수령 시기를 늦추면 1년당 7.2%의 연금액을 더 받을 수 있다”며 “최대 5년까지 늦췄다고 가정한다면 노령연금을 무려 36%나 더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00세 시대를 맞는 우리는 더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으로 평안한 노후를 보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과 더불어 개인연금까지 이른바 ‘3층 연금’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민연금, 퇴직연금과 달리 개인연금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김 매니저는 “개인연금에 해당하는 연금펀드, 연금보험, 연금저축보험 중 어떤 것에 가입해야 하는지는 무엇을 우선으로 하는지에 따라 다르다”며 “연금이 유일한 노후의 수단이고, 투자보다는 원금보장을 우선하는 투자자라면 수익률은 다소 낮으나 원금을 우선 보장해주는 연금보험이나 연금저축보험 가입을 추천하지만, 만약 자금의 여유가 있거나,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투자를 통해 높은 기대 수익률을 얻기 위한 투자자들은 연금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행복한 노후대비 100문 100답. 제공=평단
김 매니저는 “TDF는 특정 시점을 은퇴 시기로 설정하여 전문가들이 시기에 맞게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조정해주는 상품”이라면서 “미국의 경우 퇴직연금 DC제도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금융회사가 투자 상품을 자동으로 선택하여 운용하는 제도인 디폴트 옵션(자동투자제도)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 중 90%가 TDF를 선택하고 있을 정도로 훌륭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자금의 여유가 있다면 ‘4차 산업혁명 상품’ 역시 관심을 가질 만한 상품이다. 김 매니저는 “당장 와 닿지 않을 수 있어도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무인점포를 확산하고 있고 재난 상황에서의 로봇과 드론의 활용은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매년 각 사에서 4차 산업에 관련한 금융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매년 새롭고 발전된 형태의 금융상품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관심을 받는 것은 단연 부동산이다. ‘부동산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다’는 얘기는 일종의 믿음이 된 지 오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도 ‘펀드, 주식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던 30~40대도 요즘에는 부동산으로만 몰리는 추세’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도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투자가 괜찮은 노후대비 방법이라는 의견에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김 매니저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주택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투자를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하지만 소액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연금, 금융상품과 달리 부동산 투자에는 큰 목돈이 필요하다. 대부분 대출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부담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매니저는 ‘주택청약종합저축’도 노후대비의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매니저는 “(주택청약은) 일정 금액과 납입횟수 조건을 충족하면 청약 1순위 자격이 주어진다”며 “또한 일반적인 예·적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납입금액의 최대 40%까지 소득공제 받을 수 있는 일석삼조의 상품이다. 따라서 노후를 대비하려는 사람이라면 꼭 챙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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