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7일 박해미의 남편이자 뮤지컬 제작자 황민 씨가 박해미의 제자 등 5명을 태우고 음주운전을 하다 사망사고를 냈다. 사진=MBN 캡처
지난 8월 27일 오후 11시 15분께 경기도 구리시 강변북로 남양주방향 토평나들목 인근에서 갓길에 주차 중이던 25t 화물 트럭을 크라이슬러 닷지 챌린저 SRT 헬캣 스포츠카가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차 안에는 황민과 뮤지컬 배우 유대성 씨(31) 등 5명이 타고 있었다. 이 가운데 사망 피해자 유 아무개 씨(여·20)를 포함한 3명은 동아방송예술대 학생으로 확인됐다.
유출된 사고 당시 황 씨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황 씨는 앞서가던 버스를 우측 차로로 빠르게 추월하려다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량과 추돌했다. 이른바 ‘칼치기’ 주행을 시도하려다 사각지대에 주차된 화물차를 보지 못한 것이다. 더욱이 이 당시 황 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인 0.104%로 확인됐다.
이 사실이 보도되면서 일부 대중들은 황 씨의 만취 상태를 알면서도 음주운전을 방조한 피해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음주운전의 책임은 운전자 본인에게도 있지만, 이를 묵인하고 방조한 단순 동승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이런 경우에 있어서도 음주 동석자, 목격자, 식당 업주 등을 상대로 한 면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통조사팀 수사관은 “단순히 음주운전 차량에 탔다는 것만으로 방조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 사고 전후의 상황, 운전자와 동승자의 관계 등 정확한 사실을 파악한 뒤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운전자가 상급자일 경우 동승자들은 그의 운전을 적극적으로 막거나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런 점을 모두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제작자 황민 씨의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한 배우 유대성 씨. 사진=유대성 씨 인스타그램
또 다른 사고 희생자인 대학생 유 씨의 경우는 동아방송예술대학교 뮤지컬학과 2학년생으로 박해미의 제자였다. 지난 하계방학부터 동아방송예술대와 해미컴퍼니가 함께 진행하는 ‘단기 현장실습(학생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2학기부터는 학점이 인정되는 ‘장기 현장실습 프로그램’에 신청해 참여 중이었다. 지도교수는 박해미였다.
박해미는 2012년 동아방송예술대 공연예술계열 뮤지컬 전공과 교수로 임용됐다. 이후 2014년 해미뮤지컬컴퍼니와 동아방송예술대학 간 현장실습 프로그램 관련 MOU를 체결했다. 졸업생 가운데 해미뮤지컬컴퍼니에 취업한 학생들도 다수 있었으며, 이들은 대부분 지도교수를 박해미로 두고 있었다.
좁은 연극·영화판에서 앞으로의 취업까지 연결될 수 있는 프로그램인 만큼, 학생들 역시 심적으로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프로그램 참가 기간 동안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고용주에 의해 일지로 기록되는 것 또한 학생들과 업체의 고용주 간 관계 양상을 짐작케 한다.
부상을 입고 치료 중인 다른 피해자들 역시 유 씨처럼 현장실습 프로그램에 배우 또는 연출로서 참여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발생한 8월 27일은 개강일로 이들의 장기 현장 실습 첫날이기도 했다. 오전 중에는 하계 방학부터 진행해 왔던 뮤지컬 연습이 있었고, 박해미가 학생들과 함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사고에 앞선 술자리에 박해미는 동석하지 않았다.
이 술자리에 대해 “황 씨가 배우들을 혼내는 자리”라는 폭로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당초 황 씨는 “아시안게임 축구 우즈베키스탄전을 보려고 모였던 자리”라고 주장했으나, 사건 관계자의 지인들은 “뮤지컬 연습이 끝나고 황 씨가 공연 이야기를 하자며 불러 모은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배우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며 혼이 났고, 황 씨는 홀로 만취한 상태였다”고 입을 모아 반박했다.
숨진 배우 유 씨의 유족 역시 매체 인터뷰에서 “(황 씨가) 아들에게 술을 억지로 먹여 왔다. 황 씨가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걸 지적하지 못한 것도 ‘(황 씨에게) 찍히면 출연을 못 하니까 참아야 한다’고 했다”고 황 씨의 평소 강압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이러한 주장을 종합한다면 사고 당시 동승자들에게는 음주운전 방조의 책임이 경감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박해미는 출연이 예정됐거나 제작 중이던 모든 뮤지컬 공연에서 하차한 상황이다. 동아방송예술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2학기 수업을 앞두고 있었다. 사진=동아방송예술대 제공
회사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그의 부인인 박해미가 대신 변호사를 선임해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에 힘쓸 것”이라고 향후 방침을 밝혔다. 형량을 줄이기 위함이 아닌 피해자들과 보상 문제를 원활히 협상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형사 사건에서 피해자들과 합의 및 보상 여부 등은 감형에 큰 영향을 끼친다. 황 씨는 현재 혐의 대부분을 인정한 상태이며, 경찰은 사고 당시 영상 분석을 완료하는 대로 황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을 밝혔다.
한편 피해가 가장 큰 동아방송예술대 측은 침울한 분위기다. 2학기 수업을 진행해야 할 박해미의 수업 정상 여부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사고로 인해 2학기 현장실습 프로그램도 잠정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대학 관계자는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학생들의 심리 안정이다. 사고 소식을 들은 학생들이 매우 큰 정신적인 충격에 시달리고 있고, 피해 학생들 역시 아직 심신이 회복되지 못한 상태”라며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학교에 복귀할 수 있도록 남은 학과 프로그램을 조정해 어떠한 불이익도 없게 하려고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