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증권방송 플랫폼에서 전문성이 결여된 ‘증권 전문가’들의 활동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씨가 서울남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법원 건물을 나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투자자문업자들이 활동하는 사이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0년 422개에서 2013년 624개로 늘어났으며, 2016년 6월 기준 1075개로 급증했다.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의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현황’에 등록된 건수도 1878건에 이르렀다. 유사투자자문업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투자조언업이다. 심사를 통해 등록되는 투자자문업과 달리 신고만으로도 진입이 이뤄지며, 금융투자업이 아닌 통신판매업으로 취급된다.
유사투자자문업자가 늘어나는 만큼 이에 따른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152건의 피해사례가 신고됐으며, 지난달 8일부터 13일까지 5일간 127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그러나 유사투자자문업은 현행 자본시장법상 금감원의 감독 및 검사 대상기관이 아니다. 이에 금감원은 “유사투자자문업자는 일반적으로 ‘○○투자클럽’ ‘XX스탁’ ‘△△인베스트’ 등의 명칭을 사용해 소비자들이 금융회사로 혼동하기 쉬우나, 제도권 금융회사가 아니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검찰은 증권방송을 이용한 주가조작 사건 수사결과를 내놨다. ‘투자지존’이란 방송명으로 활동하던 한 증권방송 전문가 김 아무개 씨(22)가 두 개 회사의 임원들로부터 2억 원의 뒷돈을 받고 주가조작에 가담한 사건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8개 인터넷 증권방송에 출연해 700~8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했으며, 케이블 증권방송에도 고정출연하며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김 씨는 회원료를 지급하고 조언을 듣는 수백여 명의 청취자들에게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 추천 및 매수·매도시점을 지시하는 ‘리딩’을 통해 두 개 회사의 주가를 조작했다.
특히 검찰 수사 과정에서 김 씨는 금융투자 관련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고졸 출신으로, 인터넷 증권방송사에 텔레마케터로 입사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증권방송 전문가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검찰은 “증권방송 전문가가 주가조작 등 범죄에 가담하는 경우에도 소속 증권방송사에 대해 규제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김 씨가 22세에 불과하고 관련 학위 등 전문성이 전무해 주가조작 세력의 유혹에 더욱 취약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김 씨를 비롯해 해당 주가조작 사건에 가담한 이들 4명은 구속기소 됐다. 그러나 김 씨 사건 이후에도, 이와 같이 전문성이 결여된 증권방송 전문가들은 여전히 왕성히 활동 중이라고 한다.
유사투자자문업자로 인해 부당 피해를 입은 A 씨는 “인터넷 증권방송사의 전문가들 대부분이 김 씨와 비슷한 이들”이라며 “프로필을 자세히 보면 경력을 속인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상을 알게 된 피해자들의 민원이 증가하자 방송사가 전문가 프로필을 내렸다”고 전했다.
A 씨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다수의 인터넷 증권방송사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실상은 한 회사에서 직원으로 고용된 이들이며, 회원가입 및 환불처리 등을 도맡아 하는 텔레마케터로 일을 시작한다. 이후 방송후기나 단체 채팅방에서 전문가를 칭찬하는 바람잡이 역할을 하거나 블로그 등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을 하다가, 회원들을 관리하는 ‘운영자’로 승진, 경력이 쌓이면 ‘전문가’로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이다.
현재 김 씨가 활동했던 일부 인터넷 증권방송사 사이트에서는 현재 활동하는 전문가들을 칭찬하는 방송후기란만 있을 뿐 경력 등의 내용은 삭제돼 있다. 그러나 피해자 A 씨가 제공한 사진에서는 증권방송 전문가들이 과거 공개했던 경력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은 실명이 아닌 방송명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또한 경력란도 앞서 활동했던 회사들을 ‘A 스탁 전문가’ ‘M 대표전문가’ ‘K 투자자문 운용인력’ 등 이니셜로 처리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일부 증권방송 사 사이트들이 ‘Y 그룹’ 한 회사에 소속돼 있는데, 이들 회사명을 이니셜로 처리해 마치 다수 금융회사에서 근무한 것처럼 처리해 놓은 것”이라며 “실제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가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확인 결과 A 씨가 지목한 인터넷 증권방송사들에서는 동일한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또한 이들 인터넷 증권방송사와 ‘Y 그룹’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니, Y 그룹과 일부 인터넷 증권방송사의 대표이사가 동일 인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A 씨의 주장대로 다수 인터넷 증권방송사가 ‘Y 그룹’에 속해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Y그룹 관계자는 “대표이사님께 확인해봐야 알 수 있는 사안”이라며 “일이 밀려 답변이 늦어진다”고 답했다.
한편 증권방송 업계의 실체를 폭로한 글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자신을 증권방송사에서 근무했던 전 직원이라고 밝힌 한 청원자는 지난달 8일 ‘유사투자자문업 (주)XX스탁의 소비자 현혹, 우롱행위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게재했다. 그는 “유사투자자문업의 심각한 모럴헤저드를 목격했다”며 “회원으로 사칭한 직원들의 수익률 조작 행위와 이로 인해 유발되는 소비자의 금전적 피해가 구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마치 고객이 작성한 것처럼 보이는 조작된 수익률 광고를 게시한다”며 “현혹된 고객이 자문료를 결제하면 절대로 환불해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은 8월 31일 오후 기준 330여 명이 동의했으며, 청원 동의자 일부는 자신도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