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이 지난 4월 김종인 이사장의 지위를 인정하는 결정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양평군은 확정판결 4개월이 지나도록 김 이사장의 복귀를 미루면서 여주지원 본안소송 1심 결과를 보자며 미뤄왔다. 1심 결과 김 이사장이 승소를 하자 이번에는 3심까지 가봐야하지 않겠느냐며 군 고문변호사의 자문을 받고 있다고 한다.
[양평=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양평은혜재단 사태가 서울고법과 여주지원에서 잇달아 김 전 이사장 측 승소로 일단락되는 기미를 보이면서 정동균 양평군수가 향후 처리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정동균 군수가 은혜재단 사태 해결을 위해 특단의 결단을 검토하고 있으며, 그 시기를 저울 중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담당 부서와 은혜재단 현 이사장 측에서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기다려봐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어 자칫 적폐청산을 기치로 양평군수에 당선된 정 군수에 대해 일부 기득권 세력의 조직적 저항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양평군수직인수위 보고서 요약본에 은혜재단 사태에 대한 내용이 단 한 줄도 기재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이 같은 우려가 결코 기우만은 아니라는 게 일부의 시각이다.
양평군수직인수위 요약보고서에 은혜재단 사태 고의(?) 누락... 보이지 않은 손 작용 의혹?
실제로 지난 7월 20일 양평군수직인수위원회 해단식에서 인수위원과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38쪽짜리 ‘인수위원회 요약보고서’에는 은혜재단 사태에 대해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게 아니라면 지난 2년여 동안 몽양기념관 사태와 함께 지역사회에서 가장 크게 이슈가 됐던 은혜재단 사태에 대해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을 리 없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시각이다. 누군가 보이지 않은 손이 작용했을 것이란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는 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은혜의집 노사협의회가 여주지원 재판 결과는 1심 판결일 뿐으로, 항소했기 때문에 확정된 게 아니라는 입장의 성명서를 언론사와 군민들에게 무작위로 배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처럼 소송 당사자도 아닌 노사협의회가 나선데 대해 김종인 이사장 측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김 이사장 측 관계자는 “성명서를 문자로 보낸 유선번호로 전화했더니 받는 직원들마다 ‘나는 노사협의회 소속이 아니다’ ‘잘 모르는 일이다.’ ‘사무실 직원들이 퇴근했으니 내일 다시 전화해 달라’”고 했다면서, “이는 소송과 직접 관계가 없는 노사협의회를 이용해 발표한 성명서가 현 이사장에게 과잉 충성을 하는 몇 몇 소수 측근들에 의해 작성된 것임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양평군 담당자 역시 “1심 판결로 김종인 이사장 등의 복귀가 가능한지 여부 등에 대해 복수의 군 고문변호사를 통해 법리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다. 본안 소송이 확정되기 전까지 행정처리를 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종인 이사장 측 관계자는 “서울고등법원이 김종인 이사장에 대한 지위를 인정해주는 가처분 결정이 나오자 당초 양평군 담당부서에서는 8월 22일 여주지원 1심 결과를 보고 행정처리를 하겠다는 입장이었다”면서, “이제 와서 3심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논리는 마냥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는 양평군수와 부군수, 담당과장이 은혜재단 김종인 이사장 측 관계자와 양평군의회 의원들, 장총련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 22일 여주지원 재판 결과를 기다리자고 했던 것과도 배치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김종인 이사장의 지위를 인정하는 서울고법 판결이 이미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주지원 1심 판결을 기다려 달라던 양평군이 김 이사장의 승소로 1심 판결이 났는데도 복귀를 미루고 있다. 사진은 수원지법여주지원 1심 판결문
은혜재단 한 퇴직 사회복지사 역시 “양평군이 ‘공정한 양평’을 기치로 내건 정동균 군수님의 적폐청산 의지에 조직적 저항을 하고 있는 것으로 예단하긴 어렵지만, 사회복지 적폐세력에 대해 우호적인 행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양평군 담당 부서에 대한 엄중한 조치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은혜재단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고자 한 재단 구성원들에게 깊은 절망과 분노를 안겨주는 것”이라고 부연하고 “사회복지 기득권 세력의 파렴치하고 조직적인 저항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양평군청의 태도는 마치 이들과 한패인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감지된다. 이는 공정사회를 기치로 내건 양평군청 내부에 아직도 적폐에 안주하려는 관료세력이 도사리고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정동균 군수는 이미 드러난 적폐세력의 조직적 저항을 절대로 묵과해선 안 된다”고 주문하고 “이들 기득권 세력을 퇴출시키지 않는 한 양평군 적폐청산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양평군이 사법부 판결에 반한 시대착오적인 자세로 설립자 측을 두둔하는 분위기”라며 “이러고도 정동균 양평군수가 이끄는 양평군청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행정을 제대로 펼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은혜재단 사태에 누가, 어떤 경위로 개입되었는지 낱낱이 밝혀내고 잘못을 저지른 자들은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면서 “썩은 살을 도려내지 않으면 상처가 덧나게 할 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양평군은 성남지원 가처분 소송에서 김종인 이사장의 직무정지가 결정되자 여주지원 본안소송이 진행 중임에도 은혜재단 설립자 측의 손을 들어주는 행정행위를 했다. 그랬던 양평군은 이후 서울고등법원에서 김종인 이사장의 지위를 인정해주는 결정이 나오자 여주지원 본안소송 선고일인 8월 22일 결과를 보자며 그동안 행정행위를 미뤄왔었다.
적폐청산을 기치로 양평군수에 당선된 정동균 군수가 과연 일부 사회복지계 기득권세력들의 조직적 저항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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