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9일 국방부와 환경부, 인천시 관계자를 자신의 의원실로 불러 부평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 추진을 위한 간담회 연 홍영표 원내대표. 사진=홍영표 의원실 제공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6월 25일 포스코 차기 회장 내정자로 최정우 포스코켐텍 전 사장이 올라서자 “포스코 최고경영자 선출과정은 투명하고 제도화돼야 한다. 구성원이 직접 회장을 뽑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최 전 사장에 대해 “권오준 전 회장 비리를 덮어줄 사람이 뽑힌 것”이라고 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일전에도 포스코 인사 관련 입김을 불어넣은 적 있었다. 앞선 6월 19일 홍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포스코 회장 선임 절차를 보면 소위 카운슬이라는 몇몇 사람들이 밀실에서 영향력을 미친다는 의혹이 많다”며 “문재인 정부에서는 포스코를 비롯한 기업들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의 반대 발언에도 최정우 전 사장은 7월 27일 포스코 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홍영표 원내대표가 ‘포스코 군기잡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홍 원내대표 동생이 이끄는 성일하이메탈의 관계사 성일하이텍과 포스코의 이상한 행보 때문이었다.
홍영표 원내대표의 동생은 성일하이메탈이란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성일하이메탈은 성일하이텍이라는 상호로 홍 원내대표 동생이 2000년에 세운 전자제품·폐가전 부속물 수거 및 재처리 회사다. 2017년 4월 1일 성일하이텍은 성일하이메탈로 이름을 바꿨다. 기존 회사 조직에서 리튬이온전지 재활용 부문을 인적분할해 새 법인을 설립하고 성일하이텍이라는 기존 상호를 이용토록 했다. 성일하이메탈과 성일하이텍은 대표이사끼리 각 회사의 지분을 갖고 주요 주주가 된 형태를 띤다.
인적분할 2주쯤 앞서 성일하이텍은 든든한 수요가를 만났다. 2017년 3월 14일 성일하이텍은 포스코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성일하이텍이 폐기 2차 전지를 수거해 재처리한 뒤 뽑아내는 인산 리튬을 전량 포스코에 공급한다는 내용이었다. 포스코는 협력업체에서 구매한 인산 리튬을 다시 가공해 탄산 리튬으로 제조한 뒤 2차 전지 소재 제조업체에게 판매한다.
두 기업이 단순한 거래처 관계가 아닐 수 있다는 정황이 나왔다. 성일하이텍은 생산량을 2.5배 늘릴 계획을 내놨는데 공교롭게도 발표일은 포스코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던 날이었다. 성일하이텍은 월 80t 규모 인산 리튬 생산능력을 월 200t까지 늘리는 증설 투자도 연내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한 제조업 관계자는 “양해각서는 아무런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기존 생산량의 2.5배에 이르는 설비를 증설하는 제조업체는 없다. 제조업체는 최소 장기간 공급계약이나 지분 투자를 받아야만 증설 계획을 세운다”고 말했다.
성일하이텍이 포스코에 납품할 인산 리튬은 2400t이다. 2차 전지의 리튬 폐액에서 추출한 인산 리튬 1㎏에 증류수와 황산 등을 섞고 여과하면 탄산리튬 0.78㎏가 나온다. 결국 성일하이텍이 포스코에 공급할 수 있는 인산 리튬 2400t은 탄산 리튬 1872t 정도 규모다.
포스코는 초대형 원자재 공급처 확보를 멈추지 않았다. 성일하이텍보다 16배를 더 제조할 수 있는 원자재 공급처를 구했다. 포스코는 2월 27일 호주의 리튬 광산 소유 업체인 필버라의 지분 4.75%와 전환사채 등을 인수하고 리튬 정광을 장기 구매 계약했다. 정광은 채취한 자연광석에서 불순물을 제거하고 특정 원소 함유량이 높은 부분만 남긴 1차 가공 원재료를 말한다. 포스코는 이 계약으로 리튬 정광을 연 최대 24만t 확보했다. 리튬 정광 24만t을 정제하면 탄산 리튬 3만t 규모가 남는다. 이는 성일하이텍 인산 리튬으로 뽑아낼 수 있는 탄산 리튬 규모의 약 16배며 우리나라 탄산 리튬 수입량 1만 2000t의 3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게다가 포스코는 최근 리튬 염수 호수를 매입하기도 했다. 리튬은 정광이나 인산 리튬 등 고체에서 추출하거나 소금물 등 액체에서 추출할 수 있다. 8월 27일 포스코는 호주의 자원개발 기업인 갤럭시 리소스사에게 2억 8000만 달러를 주고 아르헨티나 북서부에 위치한 ‘옴브레 무에르토(Hombre Muerto)’ 호수 북측 부분의 리튬 염호 광권을 샀다. 해마다 리튬 2만 5000t 생산이 가능한 염수를 확보했다.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켐텍 사장 시절 리튬 개발을 지휘했던 사람으로 비철강 분야에 관심이 많다. 게다가 리튬을 향한 포스코의 오랜 관심은 재계에도 널리 알려졌다. 직접 생산도 가능하고 관련 기술도 보유했다. 포스코는 2012년 2월 염수에서 리튬을 직접 추출하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생산기간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포스코는 이 기술 관련 30여 건을 국내외에 특허 출원했다.
광양제철소에는 2500t 규모 탄산리튬 제조시설이 구비돼 있다. 리튬 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까닭에 2017년 생산량은 250t에 그쳤지만 리튬 정광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상황이 마련돼 향후 포스코의 탄산 리튬 생산은 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포스코는 올해 1000t, 2020년까지 3만t 정도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정우 회장이 리튬 원자재 공급에 열을 올리면 상대적으로 포스코 안에서 성일하이텍의 공급자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2009년 재보궐선거로 18대 국회의원 배지를 달며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었다. 19대 국회의원으로 2선에 성공한 그는 2014년 6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으로 있었다. 곧 환경노동위원회로 돌아왔다. 2016년 6월 제20대 국회 전반기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 올라섰다. 5개월 뒤인 2016년 11월부터 포스코는 성일하이텍에 인산 리튬을 공급 받기 시작했다. 홍 원내대표는 최근 삼성 관련 발언 뒤 본지 보도로 삼성과의 적대적 공생 관계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바 있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성일하이텍과 포스코는 2016년 11월부터 거래를 시작해 정상적으로 인산 리튬을 공급받고 있다. 규모는 대외비라 알려줄 수 없다”며 “염수와 정광, 도시광산에서 리튬을 각각 안정적으로 공급 받으려 포트폴리오를 늘린 것 뿐이다. 정치권과 관련된 내용은 전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삼성그룹 관련 취재 때부터 ‘일요신문’의 전화를 받고 있지 않다. 홍영표 의원실 관계자는 “홍 원내대표와 성일하이텍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