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업소 정보와 후기, 홍보 글 등을 한데 모은 성인 정보 플랫폼(?)이 아직까지도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이용이 가장 활발한 곳은 착한쉼터다. 과거 ‘안마야’ ‘밤귀’ ‘네이버밤’ 등 각종 성인 사이트 운영이 중단 혹은 차단되면서 그 이용자들이 대거 이곳으로 옮겨온 모양새다. 착한쉼터는 유흥업소와 관련해 온갖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 ‘성매매 업계의 네이버’로 알려지기도 했다. 해당 사이트는 2005년 게시물이 있을 정도로 개설된 지 오래됐다.
문제는 그 누구나 구글 검색만으로 착한쉼터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시물 작성, 읽기에도 제한이 없다. 게시물은 성행위를 노골적으로 묘사하거나 선정적인 내용·사진으로 구성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인들의 성매매를 부추기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미성년자들의 접근까지 용이하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 사이트 ‘착한쉼터’가 전국의 유흥업소 위치를 지도상에 보여주고 있다. 착한쉼터 사이트 캡쳐.
‘대한민국 유흥가이드’ 게시판도 있다. 사이트 운영진이 전국에 위치한 유흥업소 주소, 전화번호, 업종, 업태, 인허가 일자와 업소가 밀집한 거리 등을 세세히 정리해 올린 게시물로 가득하다. 일부 게시물은 해당 지역의 재개발과 사창가가 들어서기 시작한 시점 등 유흥의 역사를 풀어놓기도 한다. 가이드 내용은 서울뿐만 아니라 속초, 안양, 부산 등 전국을 망라한다. 심지어 일본, 베트남,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등 가까운 해외국가들의 유흥거리까지 소개한다.
유흥업소들은 해당 사이트를 통해 홍보에 적극 나서는 형국이다. 서비스 유형과 가격, 예약 가능한 번호 등을 알려 고객들을 끌어들인다. 조조·심야할인 등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곳도 적지 않다. 이용자들은 각 지역별 업소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핸드폰으로 접속할 시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업소 검색도 가능하다. 업소들은 해당 사이트를 통해 접대 여성, 운영진 등에 대한 구인구직도 진행한다.
이밖에 성매매 업계에서 사용되는 은어를 정리한 ‘백과사전’, 지역별 업소와 단속 여부 등을 문의하는 ‘질의응답’, ‘자유게시판’ 등도 운용된다.
업계에선 규모가 어느 정도 있고 체계적인 유흥업소들만 해당 사이트에 신경을 쓴다고 평가한다. 일부 주택가에서 볼 법한 작은 규모의 노래방 홍보나 후기 글은 보이지 않는 것. 왕십리 한 유흥업소 사장은 “혼자 여길 운영하기 때문에 그런 사이트를 들여다볼 겨를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장은 “사실 여유 있고 젊은 사장들이나 그런 데에 투자하지 동네에서 도우미 몇 명 불러다 운영하는 우리 같은 곳은 그런 사이트에 신경도 못 쓴다”고 말했다.
실제 성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유흥업소만이 해당 사이트를 적극 활용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강남 한 유흥업소 사장은 “형사처벌 받을 수 있는 실제 성매매 업소들은 영업하기가 쉽지 않아 주로 이런 사이트를 활용한다”며 “처벌 받아 봤자 영업정지나 행정처분으로 끝나는 업소들은 다르다. 보통 아가씨들이 옆에 착석해 술 따라주고 현장에선 옷 벗는 정도로 그치는 술집이나 바가 그 일례인데, 이곳들은 일명 ‘구좌’라고 불리는 영업맨들한테 인센티브 주고 사람을 끌어오게끔 하는 식으로 매출을 올린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유흥가이드’에 올라온 일부 게시물 내용.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모든 유흥업소 정보가 기재돼 있다. 착한쉼터 사이트 캡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따르면, 착한쉼터에 대한 제재는 쉽지 않다.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어 처벌을 위한 증거물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해당 웹브라우저의 데이터가 일반 프로토콜인 HTTP(hypertext transfer protocol)가 아닌 보안이 강화된 프로토콜 HTTPS(hypertext transfer protocol secure)를 통해 전달되다 보니 기술적으로 콘텐츠 차단이 어려운 점도 있다. 한마디로 링크(URL)가 ‘http://’가 아닌 ‘https://’로 시작되는 인터넷 사이트라 차단하기 어렵다는 것. 방심위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와 논의해 올 연말 안으로 https로 제공되는 불법 정보들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는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관계자는 “시민단체, 관계기관들로부터 고발 들어온 불법 사이트나 직접 인지한 사이트 등에 대한 제재·수사는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보안이 강하거나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는 증거물 확보 등이 어려워 단속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착한쉼터와 같은 성매매·음란 사이트는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방심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매매·음란 심의건수는 2012년 1만 5076건에서 2016년 8만 5768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방심위 위원 구성이 늦어져 반년 간 심의를 못했던 2017년을 제외하면 최근 5년간 급증세를 보인 셈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https를 사용하는 웹사이트의 증가가 일부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텀블러처럼 해외 SNS 등을 통해 불법 콘텐츠를 취급하는 곳이 증가하다 보니 제재가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제재 강화를 위한 법적 토대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해외 서버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클라우드 법을 만들어 불법 콘텐츠를 제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관련 법안을 제정하거나 미국과의 사이버 협력체계를 구축해 해외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가능케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