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피부와 모발 등 외모에도 영향을 준다. 피부 재생세포에 혈액이 원활히 공급되지 않아 결국 피부가 칙칙해지고 나이보다 늙어 보이게 된다. 즉 혈관이 늙으면 인체도 그만큼 늙는다는 얘기다. 흥미로운 사실은 ‘혈관 나이가 세월의 나이를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40세라도 혈관 나이는 20세일 수도, 혹은 60세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일본 주간지 ‘주간아사히’는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부족 등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혈관 노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30~4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뇌경색이나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당신의 혈관 나이는 몇 살일까. 혈관 나이를 측정하는 법과 젊게 유지하는 비결도 함께 알아본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부족 등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혈관 노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일요신문DB
혈관의 기능은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을 온몸으로 원활하게 운반하는 것이다. 싱싱한 혈관은 부드럽지만, 노화된 혈관은 탄력을 잃고 딱딱하다. 심장혈관 외과의사인 미나미 가즈모토 씨는 “딱딱해진 혈관을 두드리면 마치 책상을 치는 듯한 소리가 난다”고 전했다. 이러한 혈관은 본연의 힘을 잃어 우리 몸 곳곳에 혈액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흔히 말하는 ‘동맥경화증’이다.
문제는 “동맥경화가 초기에는 거의 자각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다”는 점이다. 계속 방치할 경우 혈관이 막히거나 부풀어 오르다가 터지기도 한다. 이것이 뇌혈관에서 일어나면 뇌경색, 심장혈관에서 일어나면 심근경색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뇌·심혈관 질환의 사망자는 55세부터 급격히 늘어난다”고 한다. 그 중에는 멀쩡했던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순환기 내과전문의 시마다 가즈유키 원장은 “혈관이 인체 안쪽에 위치한 탓에 노화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면서 “건강한 사람이라도 혈관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덧붙여 그는 “혈압을 통해 혈관의 이상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나이가 들면 ‘수축기(최고) 혈압’과 ‘이완기(최저) 혈압’이 같이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노폐물이 쌓여 혈관이 좁아진 동맥경화의 경우 최고 혈압만 오르고, 최저 혈압은 오히려 떨어진다. 이처럼 최고 혈압과 최저 혈압의 차를 ‘맥압’이라고 부르는데, 정상 맥압은 40~50㎜Hg 정도다. 만일 혈압이 정상이어도 맥압 차이가 크다면 혈관 탄력이 저하됐거나 동맥경화를 의심해봐야 한다.
먼저 아래 체크리스트를 통해 자신의 혈관 나이를 대략 산출해보자. 좋지 않은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혈관 나이도 상승한다. 현재 자신의 생활습관이 어느 정도 혈관에 부담을 주고 있는지 아는 것이 관건이다. 참고로 혈관의 딱딱함이나 막힌 정도 등 혈관상태를 정확히 측정하는 검사가 있으니 신경 쓰이는 사람은 가까운 병원에서 진찰을 받는 편이 좋다.
지금 바로 알 수 있는 당신의 혈관 나이 Q1~22를 읽고 해당 항목에 체크해보자. Q1~17은 각 1점, Q18~22는 각 2점으로 계산한다. 합계가 당신의 혈관 나이다. Q 1 □음식을 빨리 먹는다 Q 2 □고기나 튀김류를 좋아한다 Q 3 □야채를 그다지 먹지 않는다 Q 4 □생선을 그다지 먹지 않는다 Q 5 □외식을 자주 한다 Q 6 □덮밥, 카레 등 일품요리를 좋아한다 Q 7 □라면을 자주 먹고 국물도 들이킨다 Q 8 □과자를 자주 먹는다 Q 9 □술을 자주 마신다 Q10 □운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Q11 □일상생활에서 별로 걷는 일이 없다 Q12 □최근 특히 살쪘다 Q13 □언제나 바쁘다고 느낀다 Q14 □수면부족이다 Q15 □짜증나는 일이 많다 Q16 □스트레스가 많다고 느낀다 Q17 □취미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Q18 □혈압이 높다 Q19 □혈당치가 높다 Q20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 Q21 □가족 중에 혈관질환에 걸린 사람이 있다 Q22 □담배를 피운다 [테스트 결과](총점) 3점 이하 ⇒ 실제 나이와 혈관 나이가 비슷한 상태다. 4~7점 ⇒ 실제 나이보다 혈관 노화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 혈관 관리는 일찍 시작할수록 효과적. 먼저 생활습관부터 바로 잡아보자. 8~12점 ⇒ 실제 나이보다 혈관 노화가 진행돼 있다. 최대한 빨리 혈관 관리를 시작할 것. 방치는 위험하다. 13~17점 ⇒ 동맥경화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방치하면 몇 년 후 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있다. 18점 이상 ⇒ 동맥경화가 진행돼 있다. 전문의 지도 아래 혈관 치료를 시작하라. 본인 스스로도 혈관을 관리해야 한다. 가급적 빨리 시작해 혈관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막는 것이 중요하다. |
싱싱한 혈관 유지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식생활 개선이다. 청국장이나 등푸른 생선이 좋다. 일요신문DB
그런데 나이가 들면 내피세포의 기능도 떨어지게 된다.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내피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한다. 반대로 혈관에 좋지 않은 식습관과 운동부족, 흡연, 스트레스가 많은 생활은 혈액 중에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증가시켜 내피세포에 상처를 입힌다. 이렇게 손상된 내피세포는 충분히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동맥경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싱싱한 혈관 유지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식생활 개선이다. 첫째로 ‘과도한 염분 섭취는 내피세포를 손상시킨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소금, 간장, 소스 같은 조미료나 건어물, 젓갈, 장아찌 같은 고염분 식품은 당연하고, 햄이나 어묵 등 가공식품도 적게 먹는 편이 좋다. 아울러 나트륨 배출을 돕는 칼륨이 풍부한 식품을 챙기면 좋다. 칼륨은 해조류와 검은콩에 많이 들어 있다.
둘째는 등푸른 생선에 포함돼 있는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다. 특히 고등어와 꽁치에는 ‘혈관청소부’라 불리는 오메가3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내피세포의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동시에 혈관을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청국장이나 두부 같은 콩류도 좋다. 이들은 항산화 작용 및 혈액 정화에 도움이 된다. 특히 낫또는 혈전을 없애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는 채소를 꾸준히, 많이 섭취하면 혈관 건강이 향상된다. 채소에는 염분을 배출하는 칼륨이 많으며 항산화 작용이 기대된다. 또 비타민 C는 혈관 강화, 비타민 E는 혈액 순환 촉진기능이 있다. 특히 추천하는 것은 토마토와 호박이다.
끝으로 혈관 나이를 젊게 유지하는 데는 적당한 운동이 필수다. 특별한 운동이 아니어도 괜찮다. 자동차와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빈도를 줄이는 대신, 걷기와 계단 오르내리기로 충분하다. 매일 걷기운동을 제대로 하면 내피세포가 건강해지는 건 물론 혈액 순환에도 좋다. 또 틈틈이 몸을 쭉 펴는 스트레칭은 굳어진 몸을 풀어주며 혈관도 유연하게 만든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