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택배상품 분류작업을 유임금 체계 전환 촉구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페이스북
택배연대노조는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설립신고필증을 발급받아 합법노조로 공식 출범했다. 노동부가 전국 단위의 특수고용직 노조를 인정한 것은 택배연대노조가 처음이다. 대표적인 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는 근로계약이 아닌 개인사업자로서 대리점과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4대 보험과 퇴직금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CJ대한통운과 같은 택배업체들은 대리점들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해 운영하면서 택배기사들과 직접 계약은 체결하지 않고 있다. 택배기사들은 사업자 신분이라 대리점으로부터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당해도 보호받기 어렵다.
택배연대노조는 국내 택배시장 절반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절대 강자’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단체교섭에 성공하면 다른 택배사들이 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6년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을 보면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들의 70%가 하루 13시간 이상 근무하고 주당 평균 70시간을 넘게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택배연대노조는 CJ대한통운에게 단체교섭과 관련한 구체적인 요구사안으로 “택배기사들이 배송을 위해 택배상품을 무임금으로 분류하는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 수수료를 지급하는 유임금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 계약에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계약을 체결하고 일방적 계약해지를 금지해야 한다”며 “대리점들마다 상이한 택배기사들에게 지급하는 집배송 수수료도 통일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택배연대노조와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의 택배상품 분류 작업에 대한 유임금 체계 전환과 관련해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택배기사들은 배송을 나가기 전 3~7시간 정도 무임금으로 택배상품을 분류하고 있다.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우체국 택배노동자는 출근 후 배송물품을 차에 싣고, 1시간 이내 배송 출발한다. 회사에서 고용한 도급노동자가 레일위에서 물건을 분류해 택배노동자 개인별로 배송물품을 모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연대노조는 택배상품 분류작업을 유임금 체계나 우체국택배와 같은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기사의 택배상품 분류작업은 건당 집배송 수수료에 포함돼 있다”며 지급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그 근거로 2011년 2월 대법원의 택배상품 분류 대가와 관련해 대리점주 등 3명이 CJ GLS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CJ GLS 손을 들어준 사례를 제시했다.
당시 대법원은 “화물분류 작업은 회사뿐만 아니라 묵시적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으로 미루어 피고(CJ GLS)가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취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례를 인용해 2017년 광주 한 대리점 택배기사가 대리점을 상대로 제기한 소액재판에 대해 광주지방법원은 대리점의 손을 들어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택배연대노조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이 주장하는 택배상품 분류작업이 집배송 수수료에 포함돼 있다는 주장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경북 한 지역 택배기사들은 지난 3월 분류작업을 거부했지만 전 달과 동일한 수수료를 지급받았다. CJ대한통운 주장에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방증이다”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택배연대노조는 택배상품 분류 유임금 체제 전환을 위해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주장하는 대법원 판례는 택배기사가 아닌 대리점주가 CJ GLS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었다. 당시 삼성HTH택배를 CJ GLS가 인수하면서 달라진 체계와 관련해 제기한 소송으로 알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은 단체교섭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먼저 대리점들에게 교섭을 요구했으나 대리점들로부터 약속이라도 한 듯 ‘권한 밖이다’라는 입장만 들으며 거부당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CJ대한통운의 택배연대노조 대응 전략 문건을 입수해 보니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며 “문건에서 CJ대한통운은 택배연대노조의 단체교섭 요구가 있으면 ‘근로자 아닌 사업자인 택배기사들의 노조에 대해 무자격 주장을 하라’고 표현했다. CJ대한통운이 각 대리점들에게 이런 지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연대노조와 단체교섭 상대방은 각 대리점들이다. 당사는 직영기사를 제외하면 택배기사와 직접적인 계약 상대방이 아니어서 택배연대노조의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며 “택배연대노조는 전 택배업계의 관행임에도 당사만 문제 삼고 있어 매우 난감한 상황이다. 특수고용직에 대한 합법적인 노조 전례가 없었고 택배연대노조가 처음이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