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예능 프로그램 ‘하트시그널’로 이름을 알린 장천 변호사가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카페 멜리에노에서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다. 고성준 기자
9월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에 위치한 카페 멜리에노에서 장천 변호사(34)를 만났다. 그는 지난 2017년 채널A 예능프로그램 ‘하트시그널’ 이후 예능과 시사를 가리지 않고 카메라 앞을 누비고 있는 이른바 ‘로테이너’ 계의 신성이다. 지난 7월 JTBC4의 토크 버라이어티 쇼 ‘인간이 왜 그래’ 출연 후 채널A와 KBS Joy의 신규 프로그램 출연을 앞두고 있다.
장 변호사는 “사실 좀 얼떨떨하기도 하다. 이전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던 방송 출연이 이어지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기쁜 마음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변호사로서의 모습과 방송에 녹아들어야 하는 모습을 번갈아 가며 보여드려야 한다는 데에 어려움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트시그널’ 방영 당시 여성 출연진의 시그널과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한꺼번에 이끌어내 눈길을 끌었다. 단 한 번의 방송 출연으로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의 최강자’라는 칭호를 받아낸 전문직 종사자인 만큼, 방송계에서 그를 원하는 ‘콜’도 심심치 않게 들어오고 있다.
그는 “이제까지 방송 프로그램에서 전문직이 가지는 ‘롤’은 한정돼 왔다고 생각한다. 어떤 프로그램에서든 본인이 가진 지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역할로 한정되고, 시청자들이나 제작진들도 그런 한계를 정해놓고 전문직 출연자를 바라보는 선입견이 있었다. 전문직에 대해 ‘딱딱하고 고압적’이라는 편견이 고착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기인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대중들이 벽을 허물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젊고 대중적인 변호사’의 이미지가 장 변호사가 추구하는 변호사로서의 모습이다.
인터뷰 중인 장천 변호사. 고성준 기자
그렇다고 ‘본업’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방송연예계 활동과 맞물려 현재 그의 주력 분야는 연예계 법적 분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로 전속계약 해지, 아이돌 연습생 계약 체결 및 해지, 악플러 대거 고소 등을 이유로 연예인과 그 가족들이 장 변호사를 찾는다.
특히 지난 1월 걸그룹 티아라와 전 소속사 MBK엔터테인먼트 간 발생했던 상표권 분쟁은 법조계와 연예계에서 그의 이름을 알리는 데 톡톡한 공을 세웠다. 현재까지는 티아라가 1승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장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31일 티아라의 전속계약이 만료되기 바로 직전에 소속사 측에서 ‘티아라’의 상표를 출원해 문제가 됐다. 아직까지 정식 재판으로 회부된 것은 아니지만 소속사 측이 특허청에 보강 서류를 제출할 것을 밝힌 것으로 보아 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앞선 판례에서 가수 측이 승소했던 것을 취합해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사실은 소속사와 가수가 원만하게 합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멤버들 역시 티아라라는 이름으로 분쟁이 지속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티아라의 법정 대리인 신분을 떠나 장 변호사는 티아라와 인연(?)이 깊다. 멤버 큐리와 두 차례에 걸쳐 불거졌던 열애설 탓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열애설에 대해 처음으로 밝힌 그의 대답은, 모든 열애설 당사자가 그렇듯 “친구사이”였다.
장 변호사는 “그저 스캔들이다. 특히 두 번째 일본 여행 건으로 ‘설’에 불이 붙었던 것 같은데, 그때 일본에 우리만 있었던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함께 갔다. 사업 목적으로 갔던 것이어서 많은 인원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큐리와 친한 것은 사실이지만 알려진 것처럼 연인이거나 그런 관계는 아니다”라고 열애설을 일축했다.
새내기 변호사에서 ‘연애 예능 프로그램’의 최강자가 되고, 방송계에서 두각을 드러낸 ‘로테이너’가 되기까지 장밋빛 길만 이어졌던 것은 아니다. 가장 최근에는 ‘방송 출연 변호사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J 씨로 지목되는 해프닝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니셜과 방송 출연 시기, 프로필 설명 등이 유사한 탓에 생긴 일이었다.
장 변호사는 “당시 기사가 나오고 나서 ‘이거 장천 아니냐’는 댓글이 굉장히 많이 달렸다. 다행히 지인 분들이 캡처를 해서 내용을 보내주셨고, 제 쪽에서도 강경하게 대처에 나섰다”라고 설명했다. 이 당시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식입장을 내고 “계속해서 허위 사실을 기재하시는 분들 법적으로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방송 출연의 명암을 직접 겪었음에도 앞으로 그가 정한 행보가 어긋나는 일은 없어 보인다. 예정된 방송 출연도, 본업도 어느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장 변호사는 “어떻게 보면 나와 같은 전문직의 방송 출연을 보며 대중들이 ‘이 사람은 본업이 없나, 되게 한가해 보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전문직에 대한 편견이라고 생각한다”며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이 대중과 전문직 사이 선입견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사례를 발판으로 다른 변호사 분들도 시사 프로그램 같은 한정된 방송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하고 많은 곳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