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대홈쇼핑
현대홈쇼핑은 현대백화점그룹 내 알짜 계열사로 꼽힌다. 매출 정체를 앓고 있는 현대백화점과 달리 현대홈쇼핑은 최근 3년간 평균 매출 증가율이 7.9%에 달한다. 순현금성자산(금융부채 제외한 현금 및 금융자산 포함) 규모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2012년 6073억 원에서 2013년 7001억 원, 2014년 7875억 원, 2015년 8480억 원, 2016년 8422억 원, 2017년 8525억 원으로 매년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6월 말 기준 8799억 원까지 쌓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홈쇼핑이 미래 성장이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이나 인수합병(M&A), 배당 등을 확대하지 않고, 보수적·소극적인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홈쇼핑의 최대주주는 지분 25.01%를 갖고 있는 그룹 지주사 현대그린푸드다. 기존 보유하고 있던 15.50%에 지난 4월 현대홈쇼핑 대표인 정교선 부회장이 갖고 있던 지분 9.51%를 추가 취득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정 부회장과 형 정지선 회장이 현대그린푸드와 현대백화점(지분율 15.80%)을 통해 현대홈쇼핑을 간접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현대홈쇼핑은 과거 정지선 회장이 현대HCN과 한섬, 현대리바트, 현대렌탈케어 등 M&A에 적극 나설 때 전면에 나서면서 곳간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업 확대에 주춤한 모습을 보이면서 그룹의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현대홈쇼핑이 한화그룹 바닥재·창호재 등 인테리어 자재 생산 계열사인 한화L&C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8월 11일 공시를 통해 “한화L&C 인수 추진을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홈쇼핑의 보수적 경영은 주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호실적과 풍부한 현금성자산에도 주가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이 보수적 경영 때문이라고 주주들은 판단한 것이다. ‘주주행동주의 펀드’ 밸류파트너스운용은 지난 8월 21일 현대홈쇼핑에 공개주주서한을 보내 “현대홈쇼핑 경영진 및 이사회 이사들은 영업 및 투자활동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창출하고 있지만, 재무활동은 잉여현금흐름을 현금성금융자산으로 계속 쌓아 놓으면서 주주환원율이 낮아 지속적으로 주주가치를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밸류파트너스운용은 또 “홈쇼핑 사업은 초기 제한된 투하자본 외 추가적인 투하자본이 거의 필요 없는 단위 시간을 할당 판매하는 사업모델이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높고 잉여현금흐름이 좋다”며 “따라서 현대홈쇼핑은 보유한 순현금성자산으로 주주가치 증가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성장을 위한 본업 투자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자사주 매입 ▲배당 ▲M&A 등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밸류파트너스운용은 한화L&C 인수 추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밸류파트너스운용은 “현대홈쇼핑이 고려하고 있는 인수가 3000억 원은 한화L&C 자기자본의 2배가 넘는 수준”이라며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으로 자사주를 대규모로 매입하든가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수해야 올바른 선택안이 될 것”이라고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한편 고정비를 제외하고 큰 설비투자 등이 없는 홈쇼핑업계 특성상 사내에 순현금성자산이 쌓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업계 1위 GS홈쇼핑도 지난 6월 말 기준 순현금성자산이 8770억 원으로, 현대홈쇼핑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현대홈쇼핑에 불만이 제기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증권업계 관계자는 “GS홈쇼핑은 자사주 비율이 7.77%로 현대홈쇼핑에 비해 높은 편이며 주주현금 배당도 지난해 기준 GS홈쇼핑은 6500원, 현대홈쇼핑은 1700원으로 3배 이상 차이가 난다“며 ”현금성자산을 쌓아 놓은 상황은 같지만 주주환원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관계자는 “상장 이후 두 차례에 걸쳐 385억 원 규모(31만 2250주)의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한섬 인수, 태국과 베트남 등 해외 진출, 렌탈케어 신사업 진출 등 성장동력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온 데다 최근에도 한화L&C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데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말도 안 된다”며 “향후에도 주주 가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성장 전략과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정지선 회장 인수합병 행보 어디까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2007년 12월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총수 자리에 올랐다. 재계에서는 어린 나이에 회장에 오른 정 회장이 과연 강한 추진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었다. 실제 정 회장은 취임 초기 공식석상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대외 경영활동에도 나서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다. 그런 정 회장이 2010년을 기점으로 변화했다. 오는 2020년까지 매출 20조 원, 경상이익 2조 원, 현금성자산 8조 원을 달성한다는 ‘비전2020’을 직접 발표하며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도 뛰어들었다. 2011년 한섬을 시작으로 리바트, 에버다임, SK네트웍스 패션부문 등 굵직한 M&A를 성공시켰다. 지난 2016년에는 재수 끝에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획득, 오는 11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면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한화그룹의 건축자재 전문 계열사 한화L&C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인수가 성사돼 현대리바트와 협업이 이뤄진다면 현대백화점그룹은 한샘을 제치고 국내 종합 인테리어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6월 그룹 창립기념사를 통해 “기존 사업 방식으로는 시장을 확대하기 어렵다. 지금까지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SK네트웍스 패션부문에 이어 한화L&C까지 끊임없이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