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성유리가 관찰 예능프로그램 ‘당신에게 유리한 밤! 야간개장’ 출연을 결정하면서 꺼낸 말이다. 연예인이 대중과 소통하는 데는 여러 방식이 있지만 성유리가 택한 건 자신의 일상을 TV를 통해 보이는 일이다. 걸그룹 핑클로 데뷔해 20년 가까이 활동해왔지만 한 번도 사적인 영역을 드러내지 않았던 성유리가 택한 변화다.
한때 베일에 가려진 듯, 개인적인 일을 감추고 살아온 연예인들이 결혼을 전후로 확 바뀌고 있다.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남편과도 동행해 관찰예능에 출연하기도 한다. 집에서 보내는 일상의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흔하다. 연기자 한고은이 이런 경우다.
사실 스타의 일상은 그 자체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성유리와 한고은이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이 시작부터 화제를 모으는 이유도 시청자가 그만큼 관심을 쏟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한 편에서는 ‘필요할’ 때만 예능을 활용, 대중의 환심을 사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따른다. 이에 더해 결혼 뒤 활동 방향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연기자들이 택한 자구책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야간개장’에 출연한 성유리.
# 비밀스러운 결혼이 무색한 일상 공개
성유리는 8월부터 SBS플러스 ‘야간개장’에 출연해 색다른 매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15일 프로골퍼 안성현과 비밀리에 결혼한 그는 이후 1년 3개월 동안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돌연 복귀작으로 예능, 그것도 관찰예능을 택했다. 결혼식마저 비밀리에 진행하고 이틀 뒤에야 그 사실을 공개할 만큼 개인적인 사안에는 말을 아끼고 모습을 감춰왔던 성유리의 선택에 ‘뜻밖이다’는 반응이 뒤따르고 있다.
성유리가 ‘야간개장’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더 놀랍다. 주된 촬영 장소는 자신의 신혼집. 성유리는 반려견에게 리코더를 불어주기도 하고, 발레를 하거나 침실에 놓인 피아노를 연주하기도 한다. 남편은 아직까진 방송에 얼굴을 비추지 않지만, 전화 통화하는 상황을 자주 보이면서 신혼부부의 일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핑클로 데뷔하고 이후 연기자로 활동할 때도 늘 단정하고 정돈된 모습만 강조해왔던 그가 이제는 ‘선망의 대상’에서 벗어나 누군가의 아내이자 주부가 됐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공개하고 있는 셈이다.
한고은은 더 적극적이다. 현재 그는 SBS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에 출연하면서 일상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연기자로 활발히 일할 때에도 예능 출연을 꺼렸던 한고은의 지난 활동을 비춰본다면, 최근 시작된 그의 변화 역시 ‘의외’라 할 만하다. 성유리처럼 한고은도 비밀 결혼식을 올린 주인공이다. 3년 전 갑작스럽게 결혼을 발표하고, 예식 역시 비공개로 치렀다. 연애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지지 않았기에 그의 비밀결혼은 두고두고 궁금증을 낳았다.
그랬던 한고은이 ‘동상이몽2’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넘어 남편과의 생활, 심지어 시부모님까지 공개하고 있다. 평소 민낯으로 생활하고, 양 볼 한가득 음식을 넣어 먹는 습관, 4살 연하 남편 앞에서 온갖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통해 그야말로 반전의 매력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동상이몽’ 방송이 끝나면 늘 온라인에서는 한고은과 그 남편을 향한 궁금증이 쏟아진다. 특히 연하 남편의 직업 등 개인적인 사안에 궁금증을 표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현재 기준으로 유명세를 겨룬다면 한고은보다 그 남편이 더 높게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그만큼 이들 부부는 화제다.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에 출연한 한고은 부부.
# 활동의 돌파구 ‘예능’
성유리와 한고은의 예능 출연은 일단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예능과 친숙한 연예인이 아닌 탓에 이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은 낯설지만, 바로 그런 생경한 풍경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하지만 비밀 결혼을 할 정도로 개인적인 생활이 알려지길 극도로 꺼린 두 사람이 왜 지금에 와서 일상을 다 꺼내 보이는 관찰예능을 택했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결혼 이후 활동을 모색하기 위한 ‘활로 찾기’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한고은은 결혼 이후 3년 동안 이렇다 할 연기활동을 하지 않다가 올해 초 SBS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에 짧게 출연하면서 연예계로 복귀했다. 결혼 뒤 공백기가 길었고 연기활동도 줄어들면서 점차 대중의 관심권에서 멀어진 것도 사실. 새로운 얼굴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또 잊히는 연예계에서 3년의 공백은 상당히 긴 시간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고은은 결혼 뒤 확실한 복귀를 위해 자신의 일상을 넘어 부부생활을 공개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감행했다.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는 성유리의 말처럼, 한고은 역시 대중에 가장 확실히 다가가는 방법으로 관찰예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야 많이 달라졌지만 여성 연기자가 결혼하고 난 뒤 사실 연기자로 활동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은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참여할 작품을 고르는 데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데다, 원하는 작품에 마음껏 출연할 만한 여유로운 상황도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고 싶은 제작진의 의도까지 맞물린다면, 일부 톱스타가 아니고서야 결혼 뒤 연기활동의 방향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지게 된다.
결혼 전에도 작품 수가 그리 많지 않았던 성유리의 요즘 상황만 봐도 그렇다. 결혼을 전 후로 2년 동안 연기활동을 멈춘 상태. 그렇다고 제작을 준비하는 드라마에 참여한다는 이야기도 전해지지 않는다. 대신 다양한 활로가 열려있는 예능은 이들에게 분명한 기회가 되고 있다.
성유리와 한고은이 관찰예능을 딛고 연기자로서 새로운 활동 기회를 찾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일단 시청자의 반응은 신선하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이들의 반전 매력을 반기는 반응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두 연기자는 관찰예능을 그 자체로 즐기고 있다. 성유리는 “내가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을 보낸다고 생각했기에 처음엔 출연 제안을 거절했다”면서도 “제작진이 나의 엉뚱한 면을 많이 찍어주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