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홍준표 전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정우택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첫 최고위원회의를 하던 모습. 홍 전 대표는 다시 한 번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추석 연휴가 코앞이고 국감 시즌, 예결산 등 국회의 일상적인 연례행사가 지나고 나면 내년도 많이 남지 않았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전당대회 일정에 대해 “내년 1월 말 정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약 2개월 뒤에는 본격적인 선거전 양상에 돌입하는 셈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치러지는 전당대회라면 약 1년 정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민주당 전당대회의 경우가 그렇다. 지역을 돌고 대의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면 앞으로 치러질 한국당 전당대회는 다르다. 비상대책위가 언제 끝날지, 어떤 방식으로 종료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섣불리 준비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판이 슬슬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당의 중진 의원들 중에서 전당대회에 출마할 후보군이 추려지고 있다. 특히 다음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당 대표는 차기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벌써부터 계파간 물밑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먼저 홍준표 전 대표의 출마설이 솔솔 나오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6·13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을 내려 놓았다. 홍 대표는 대표 사임 이후 미국으로 떠나면서 “연말까지 나라가 나아가는 방향을 지켜보겠다. 홍준표의 판단이 옳다고 인정받을 때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비대위원회가 사실상 마무리되는 연말 이후 다시 복귀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한 셈이다.
앞서의 한국당 관계자는 “홍 전 대표가 다음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홍 전 대표가 최근 측근들에게 다시 ‘스탠바이’를 주문했다는 이야기가 돈다. 홍 전 대표가 지난 6월 당 대표에서 물러나며 접는다고 했던 페이스북에 복귀한 것도 전당대회 출마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김무성 전 대표도 전당대회 출마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한국당 내에는 김 전 대표가 전당대회와 강력하게 연결되고 있다. 최근의 불출마 선언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노림수를 던졌다는 해석이 대부분이다.
앞서의 두 명이 상대적으로 비박 포지션이었다면, 친박 포지션에도 자천타천 출마 예상자로 꼽히는 후보가 둘이다. 먼저 정우택 전 원내대표다. 최근 비박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어쨌건 박근혜 정부에서 친박 코어로 꼽혔고 친박들과 두루 친하다. 대체로 원내대표에 당선됐던 만큼 의원들 사이의 인기는 나쁘지 않다고 보여진다. 또 다른 한국당 관계자는 “정치공학적 계산이지만 친박의 힘을 받고 비박에서도 어느 정도 표를 나눠 갖는다는 계산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김진태 의원의 출마설도 나온다. 친박계 중에서도 강성 친박으로 꼽히는 만큼 친박계 몰표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어쨌건 ‘김진태가 친박을 숙청한다’는 얘기는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나경원 전 원내대표, 재선의 홍철호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지지율 12%선에서 답보 상태지만 어쨌건 제2당의 거대정당 당 대표 자리인 만큼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물론 이렇게 이름이 오르내린 의원 중 사실무근이라고 손사래 치는 경우도 있었다. 당 대표 출마를 예상했던 수도권 A 의원 측은 “농담으로 사석에서 그런 말을 했을 순 있지만 사실무근이다. 기반이 없는 의원이 출마했다가 어떤 망신을 당할지 잘 알고 있다”며 “지금 당 상황을 봐도 출마해서 아무 의미없이 낙선하는 건 어떤 이득도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잠잠하던 친박, 비박 간 갈등이 다시 한 번 불거질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현재 가까스로 봉합 단계에 있는 친박, 비박 간의 다툼이 본격화되리란 전망이다. 누가 당권을 잡든 반대쪽 계파를 향한 피바람은 피할 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당은 ‘공천학살’의 추억이 유난히 많은 정당이다. 그래서인지 여의도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는 전당대회 출마 예상자들도 인물보다는 먼저 친박, 비박으로 분류되고 있다. 폭풍전야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태풍이 되리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안 그래도 지지율이 낮아 친박, 비박 간 갈등 빚는 모습만은 피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충돌만큼은 피하고 있지만 폭풍전야 상황이다. 이때 전당대회가 갈등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