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이 아시안게임 이후에도 계속 비난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오지환, 박해민에서 비롯된 병역미필자 대표 선발 논란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문제제기는 아시안게임 전부터 불거져 나왔다. 대표팀 선발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비난이 있었지만 KBO도 선동열 감독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선 감독은 어떤 비난이 있어도 대표팀 선수들이 금메달을 획득하면 여론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표팀의 금메달 획득 후에도 여론은 더욱 들끓었다. 금메달의 가치는 빛을 잃었고 아시안게임에서 보인 대표팀 선수들의 노력과 열정은 폄훼될 수밖에 없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야구 대표팀의 선동열 감독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점차 판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 일명 ‘오지환 사태’는 병역 혜택에 대한 재논의 움직임으로 확대되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경찰청 야구단 해체 얘기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KBO리그 흥행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시안게임을 현장에서 취재했던 몇몇 기자들은 선동열 감독이 이번 일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게 아니냐고 입을 모은다. 한 기자는 “선동열 감독은 대표팀의 목표인 금메달 획득에만 초점을 맞췄다. 선수 선발 과정에 잡음은 있었지만 금메달을 따면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덧붙였다.
“취재한 바에 의하면 선 감독도 처음부터 오지환을 뽑으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석에서 만난 선 감독의 지인한테도 오지환은 안 뽑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는데 최종 명단에는 오지환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이건 분명 의미가 있는 대목이다. 선 감독은 분명 오지환을 안 뽑겠다고 했는데 명단에는 이름이 올라 있다? 코치진에서 오지환을 강력하게 주장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항간에는 LG 코치이면서 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는 유지현 코치가 오지환이 낙점되도록 강하게 밀었다는 소문이 있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일 뿐이고 이에 대해선 선 감독도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러나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대표팀 관계자는 “대표팀에 포함된 일부 선수들 선발은 차례 의견 대립 끝에 결정됐다”는 얘기를 전했다. 그는 “선수 선발을 놓고 소속팀 코치 혼자만의 생각으로 추천을 했겠느냐”면서 “결국엔 그 위의 감독이, 그 위의 단장이, 그 위의 사장과 구단주가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칭스태프 사이에서 의견 대립이 심했던 선수가 누구였는지 밝히진 않았지만 감독, 코치들 사이에서도 선수 선발 관련해서 난상 토론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과정이 어떠하든 선수 선발의 최종 결정권자는 선동열 감독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승리해 우승을 차지한 선수들이 선동열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연합뉴스
또 다른 기자는 선동열 감독과 KBO의 커뮤니케이션 부재를 지적했다.
“선수 선발 과정의 공정성을 두고 말들이 많았지만 KBO는 뒷짐만 지고 있는 태도를 보였고 선동열 감독은 아예 귀를 닫는 듯했다. 대표팀과 KBO의 동상이몽은 결국 여론 악화로 이어졌다. 현장에선 기자들의 불만이 점차 쌓여만 갔다. 어느 누구도 책임지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기자들도 점차 대표팀과 KBO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향후 어떻게 될 것인가. 일부 여론은 선 감독의 사퇴를 바라지만 금메달을 획득한 감독이 대표팀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만은 않다.
한 야구인은 “선동열 감독이 부정행위나 불법을 저지른 게 아닌 상황에서 교체시킨다는 건 명분이 약하다”고 말했다. KBO의 고위 관계자도 ‘선동열호’의 지속성과 관련된 기자의 질문에 “감독이 그만둔다고 하지 않는 이상 KBO에서 전임 감독을 교체하기엔 어려움이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 감독은 전임감독으로 선임된 감독이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도 획득했다. 선수 선발에 문제가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할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감독이 전임감독 자리에 앉을 수 있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앞으로 대표팀은 어떤 형태로 운영돼야 할까. 앞에서 언급된 기자의 얘기가 설득력이 있다.
“감정적인 요소를 다 빼고 야구의 미래를 위해선 향후 대표팀 선수 선발 과정 불투명성의 원천적인 요인을 제거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선수 선발위원회를 구성해 선수 선발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우리가 배운 건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