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한화생명 사옥(왼쪽), 광화문 교보생명 사옥. 사진=최준필 기자
한화생명, 교보생명, 삼성카드는 금산분리 원칙이 거론될 때마다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화생명은 한화63시티, 교보생명은 교보문고의 지분 100%를 보유해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출발한다. 한화63시티는 빌딩관리, 교보문고는 서적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비금융회사다.
삼성카드는 르노삼성자동차의 지분 19.9%를 보유하면서 막대한 배당금을 수령하면서 카드업종 불황을 타개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세 회사 모두 논란의 대상은 될지언정 현행 금산분리 원칙을 위반한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한화생명이 소유한 한화63시티(옛 대생개발)는 대한생명이 63빌딩 시설관리를 목적으로 1986년 설립한 회사다. 2000년 초 대생개발은 식음료, 관광 , 유통 등 6개 계열사를 통합하면서 63시티로 사명을 바꿨다.
2002년 12월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에 따라 63시티는 한화생명 자회사로 바뀌면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한화63시티는 홈페이지에서 회사의 사업영역으로 부동산 관리업, 임대차마케팅, 투자자문, 시설물 안전점검, 소방시설점검 및 감리, 전기 및 정보통신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현재의 한화63시티는 사업영역이 대거 늘어나면서 1986년 설립 당시 대생개발과 다른 회사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보험회사인 한화생명이 비금융회사인 한화63시티의 지분을 계속해 소유하는 것은 금산법 규정 위반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화63시티가 63빌딩 등 한화생명이 보유한 부동산의 운용과 관리에 국한한 사업만 하고 있다면 보험업법상 문제가 없다. 하지만 사업영역을 확장했고, 금산법에서 정한 대로 금융위원회가 주기적인 심사를 통해 승인했는지 여부도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보험업법 115조와 보험업법 시행령 59조에 따라 보험회사는 사옥관리 업무를 하는 회사를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자회사로 소유할 수 있다. 이 규정에 따라 당사는 한화63시티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고 해명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한화63시티는 사옥관리와 관련 부수업무를 주요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 외 사업영역은 미미해 금산법과 보험업법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1980년 교보문고를 설립해 100%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보험업법 109조는 보험사가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 15%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한화63시티 사례와 달리 교보문고 업종인 서적업은 보험업법 시행령 상 보험회사가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는 업종이 아니다.
고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가 1980년 교보문고를 설립할 당시에는 금산분리 원칙이 없었다. 당시엔 보험회사가 비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두려면 재부무 장관 승인만으로 가능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1998년과 2003년 금산법, 보험업법 등 관련 법들을 대거 개정하면서 금산분리 원칙을 확립하면서 교보생명의 교보문고 소유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교보생명은 최근 주간사를 선정해 기업공개(IPO·상장)를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1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에 앞서 자본 확충을 위한 차원에서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상장추진 과정에서 교보생명이 교보문고 지분 문제를 해결해야 할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교보생명 상장 심사과정에서 교보문고 지분과 관련해 어떠한 방침을 정할지 주목된다. 현행법상 규정대로라면 교보생명은 교보문고를 매각하거나, 교보문고 보유지분을 15%까지 낮춰야 한다. 상반기 현재 교보생명 자본금은 17억 원 규모이므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개인 돈으로 매입하는 방안도 해소 방안으로 거론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상장과 관련해 주간사만 선정한 상황이고 구체적인 일정이나 확정된 계획은 아직 없다. 당사는 교보문고 지분이 상장과 관련해 문제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2005년 당사의 교보문고 소유에 대해 교보문고의 공익성으로 인해 문제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당사는 당시 교보문고에 대한 증자를 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삼성카드 본사가 입주해 있는 서울 태평로의 삼성본관. 사진=박은숙 기자
삼성그룹은 1995년 자동차 산업 진출을 위해 삼성자동차를 출범했으나 IMF 외환위기로 경영난에 몰리자 삼성자동차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 프랑스 르노그룹이 2000년 삼성자동차 지분 80.1%를 인수하자 삼성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삼성카드가 합작투자를 통해 19.9%를 보유하게 됐다.
르노삼성은 사명에 ‘삼성’이라는 칭호를 사명에 붙이지만 삼성그룹 계열사는 아니다. 따라서 삼성카드와 르노삼성의 관계는 자산 10조 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금융계열사와 산업계열사 간에 적용되는 금산분리 원칙 대상은 아니다. 삼성카드는 르노삼성으로터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배당금으로 1321억 원을 수령했다. 삼성카드 입장에서 르노삼성 지분은 톡톡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만일 르노삼성의 배당금을 반영하지 않았다면 삼성카드의 2017년 순이익은 오히려 전년에 비해 감소했고, 2016년 순이익 역시 전년에 비해 5% 미만 증가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한편, ‘일요신문’은 삼성카드 측에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지분을 대량 보유해 금산분리 원칙 적용을 받았는지 여부를 질의했으나 “확인해 보고 연락주겠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