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은 지난 10일 반기성 센터장을 만나 그의 예보인생 외길과 미래, 예보관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반기성 센터장은 연세대학교 천문기상학과를 졸업하고 공군 기상대에서 30여 년을 근무했다. 기상전대 대장을 거쳐 공군 대령으로 예편한 뒤 연세대학교 지구환경연구소를 거쳐 현재의 케이웨더에 둥지를 틀었다. 케이웨더는 국내 유일의 민간 기상업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 센터장이 예보 인생과 예보관의 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정훈 기자
반 센터장은 “예보는 경제와 정말 밀접하다. 민간에서 기상 예측에 대한 수요가 큰 까닭”이라고 말했다. 현재 케이웨더는 3~6개월 이상에 대한 ‘장기예보’를 민간 기업에 판매한다. 기업체에 정보가 곧 돈이 되듯 기상정보가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에너지 관련 기업, 의류업체, 생활가구업체, 증권업체 등 기상정보는 수요 범위가 넓다. 예를 들어 의류의 경우 올해 겨울이 추운 겨울일지, 얼마나 추위가 빨리 찾아올지 예측함으로써 수요예측은 물론 사업계획을 세울 수 있다.
반 센터장의 하루는 새벽 4시 30분에 시작된다. 예보팀으로부터 그날의 예보 바탕이 되는 240페이지 분량의 pt자료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한 시간가량 기상팀이 보내온 자료를 검토하고 그날 기상에 대한 분석을 한다. 10명으로 이뤄진 예보팀은 자료를 분석하고 그에 대한 각자의 판단을 내놓는다. 최종 판단은 반 센터장의 결정으로 이뤄진다. 수만 가지 자료, 서로 다른 예보관의 주장을 바탕으로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게 반 센터장의 역할이다.
현재 기상예보를 하는 곳은 기상청과 공군 기상전대, 케이웨더 세 곳이다. 이들의 기상예보는 서로 의견이 다르다. 올여름만 해도 전례 없는 폭염이 찾아오고, 초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예보를 내 반 센터장이 승을 거뒀다. 모두 같은 자료를 봐도 예보관의 분석과 해석, 판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예보다. 반 센터장 역시 부담감을 털어놨다.
“예보는 기술이 발달한다고 더 잘 맞힐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그것을 활용해 해석하는 것은 인간의 분야기 때문”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부담감이 정말 크다. 매일 판단을 내리고 그에 대한 부담을 지는 것이 예보관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반 센터장 예보인생 중 4분의 3을 보낸 공군 기상전대에서의 훈련(?)이 그에겐 자양분이 됐다. 반 센터장은 “기상전대도 군대다. 매일 브리핑을 하고 깨지는 과정에서 혼자 숨죽여 속앓이를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상명하복식 군대에서 매일 예보를 해온 것이 내성을 기르고 스스로 더 채찍질하는 환경이 됐다는 것. 살인폭우로 기록된 2001년 7월 15일 기상청과 다르게 반 센터장이 폭우를 예보하자 군대에서는 비상대비체제에 들어갔다. 주말에 비상이 떨어지면 군인들이 옴짝달싹 못하고 대기해야 하는데, 14일 밤까지도 비가 오지 않아 기상부대 부하들이 좌불안석했다는 일화다. 경기 지역에 폭우가 내린 15일 새벽 다행히 군이 대비를 잘해 무탈했다는 것은 반 센터장의 군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이자 예보관으로서 자부심으로 기억된다.
예보는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반 센터장은 예보의 차이는 ‘통찰력’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반 센터장이 예보에 사용하는 자료를 15개라고 할 때, 그 중 어떤 것에 더 가중치를 두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예보결과가 나온다는 것.
“쉽게 말해 구름에 더 가중치를 둘 건지, 바람에 더 집중할 것인지 동일한 자료를 갖고서도 각자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것은 통찰력 차이에 있다. 이것을 상황에 따라 수치화하기는 어렵다.” 예보관의 통찰력을 ‘감’이라고 말하기는 무책임하지만, 말로 설명하기도 어렵다는 것.
반 센터장은 예보를 하며 체득한 경험치, 세상을 보는 눈 등 모든 것이 예보관의 통찰력에 녹아든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반 센터장은 대학 강단에서 “음악, 미술, 영화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하고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예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의한다.
기상예보 생활 40여 년을 해온 반 센터장에게 예보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그는 “사람을 살리는 직업이 의사 그리고 기상예보관이라고 생각한다. 후배 예보관들이 부담과 스트레스 속에서도 자부심을 갖고 일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한다. 기상이라는 외길을 걸어온 반 센터장은 예보관으로서 일을 마무리하게 되면 연구소를 만들어 연구를 이어가고 싶은 꿈이 있다. ‘한국기후날씨연구원’이라고 이름도 지어놨을 정도다. 반 센터장은 “꿈이니까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날씨를 고민하고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