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대상은 농협을 제외한 국내 10대 그룹(삼성·현대차·SK·LG·롯데·포스코·GS·한화·현대중공업) 총 135개 주요 계열사 153명의 대표이사다. 총수 오너가 있는 그룹의 경우 오너와 그 일가는 제외했다.
# 연령대별 분포
10대 그룹 주요 계열사 CEO 중 가장 연장자는 1951년생인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과 허수영 롯데케미칼 부회장이다. 권 부회장은 경기도 성남 출신으로 효성고를 나왔고, 허 부회장은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고를 졸업했다.
반면 가장 젊은 측에 속하는 대표이사는 1968년생으로 51세인 김용현 한화자산운용 대표이사다. 김 대표는 서울 출생이지만,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미 동부 명문사립고인 디어필드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했다.
연령대로는 60대 초중반을 이루고 있는 1957~62년생 CEO가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 ‘베이비부머’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1958년생이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 이태종 한화 부사장 등 2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957년생이 19명, 1959년과 1962년생이 각각 16명, 1960년생이 14명, 1961년생이 13명으로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대 CEO에는 부산과 서울 출신이 많았다는 점이다. 1951~56년생 28명의 CEO 중 부산 출신은 8명, 서울 출신은 7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서울 출신은 경기고를 나온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과 양정고를 졸업한 송용덕 호텔롯데 부회장, 용산고를 나온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부산 출신 CEO로는 하영봉 GS에너지 부회장과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 하현희 LG유플러스 부회장 등이 있다.
반면 연장자 CEO 28명 중 호남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1957년생까지 내려와야 있는데, 전북 남원 출신에 전주고를 나온 박동기 호텔롯데 부사장이다.
# 지역별 분포
연령대를 전체로 확대해도 호남(광주·전남·전북) 출신의 부진은 마찬가지다. 조사한 153명의 CEO 중 호남이 고향인 이는 4명에 불과했다. 현대차 계열사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의 이민 대표가 광주 출생으로 서울 인덕공고를 졸업했다. 이어 GS그룹 계열사 해양도시가스 김형순 사장이 전남 영광 출신(광주 금호고 졸업)이고, LG경영개발원 원장 정일재 사장이 전남 함평(광주제일고 졸업)에서 태어나 자랐다.
이에 반해 영남(부산·대구·경남·경북) 지역 출신 CEO는 부산 출신이 19명, 경북 18명, 경남 17명, 대구 15명 등 총 69명에 달해 호남과 큰 차이를 보였다. 영남 인구가 호남 인구의 2배 정도 된다는 사실을 감안해도 재계에서 영남지역 CEO들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산 출신 CEO로는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사장, 정도현 LG전자 사장,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 김성한 부산롯데호텔 대표,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 등이 있다. 또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마산),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김해), 성상록 현대엔지니어링 사장(거제),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마산), 옥경석 한화 사장(거제), 정택근 GS 부회장(거창) 등은 경남 출신이다.
충청(대전·충남·충북) 지역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은 각각 10명과 10명으로 비슷한 수를 보였다. 충청 지역 출신 CEO에는 조성진 LG전자 부회장(대천), 이원준 롯데그룹 유통사업부문 부회장(청주), 삼성 계열사 에스원의 육현표 사장(금산), 한영석 현대미포조선 사장 등이 있다.
인천 출신 CEO는 박진수 LG화학 부회장과 김용환 팜한농 부사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들은 인천 제물포고 동문으로 둘 다 LG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과 조기행 SK건설 부회장,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임종훈 한화종합화학 사장, 권붕주 파르나스호텔 부사장 등은 경기도 출신이다. 하지만 권오갑 부회장과 권붕주 부사장을 제외한 5명의 경기 출신 CEO들은 서울의 고등학교로 진학한 것으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강원 출신 CEO는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 이완재 SKC 사장, 이태종 한화 부사장 등 5명이다. 또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로템의 김승탁 사장은 제주도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를 나온 CEO로 눈길을 끈다.
153명의 CEO 중 서울 출신이 3분의 1에 달하는 54명을 배출해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권영수 LG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송용덕 호텔롯데 부회장, 김현석·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박만훈 SK케미칼 사장 등이 서울 태생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서울 소재의 경기고, 경복고, 중앙고 등을 졸업했다.
# 출신 고교별 분포
그렇다면 10대 그룹 주요 계열사 CEO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고교는 어디일까. 서울의 경기고와 경남의 마산고에서 각각 6명의 CEO가 나왔다. 특히 황각규 부회장과 최성안 사장, 박성호 SK텔레콤 사장 등이 졸업한 마산고의 약진이 눈에 띈다.
서울 중앙고와 여의도고, 부산 경남고가 각각 5명의 CEO를 배출했고, 그 뒤를 대구 경북고와 경북사대부고(4명), 부산고(4명)가 이었다. 여의도고는 안재현 SK건설 사장, 김형국 GS칼텍스 사장, 김연철 한화테크윈 부사장 등이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리며 급부상했다. 또 경남 진주고를 비롯해 서울의 휘문고와 용문고, 양정고, 신일고, 대신고도 각각 3명씩 CEO를 배출했다.
이와 같은 결과를 통해 10대 그룹 주요 CEO들의 출신지가 ‘서울’과 ‘영남’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6년 조사에서 5명을 기록했던 광주제일고 출신 CEO는 정일재 사장 1명만 남아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공고·상고 출신 CEO 눈길 ‘세탁기 장인’ 조성진, 용산공고 나와 신화창조 상업고등학교와 공업고등학교 중에도 명문고가 많다. 재계 CEO 중에도 명문 상‧공고 출신이 포진돼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세탁기 장인’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다. 1956년생인 그는 서울의 용산공고를 졸업했다. 하지만 그의 고향은 서울이 아닌 충남 대천이다. 도예가였던 부친은 조 부회장에게 가업인 도자기 제조업을 맡으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 부회장은 기계 기술자를 꿈꾸며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상경, 용산공고 기계과를 나와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해 지금의 신화를 썼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의 이민 대표는 호텔업계에서 전설적인 인물로 꼽힌다. 1962년 광주에서 태어나 초등학생 때 가족과 함께 상경, 인덕공고 기계과를 졸업했다. 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집안 형편이 여의치 않아 어린 두 동생을 돌보기 위해 포장마차를 시작했다. 장사를 하며 난생 처음 요리한 음식들이 손님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자 친구가 이 대표에게 경주호텔학교에 진학할 것을 권했다. 경주호텔학교 조리과에 진학 후 업계에 뛰어든 이 대표는 2014년 셰프로는 처음으로 특급호텔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셰프 출신 임원은 이전에도 몇 명 있었지만 대표 자리에 오른 건 이 대표가 처음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CEO 153명 중 대구공고·용산공고 등 공고 출신은 7명, 부산상고·대구중앙상고 등 상고 출신은 5명으로 나타났다. [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