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럼 앱 스토어 초기 화면 이미지,
‘위드럼(WeDrum)’은 애플 앱스토어 검색창에 ‘drum’이나 ‘드럼’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앱이다. 드럼세트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초보 드럼 연주자들은 위드럼 앱을 자주 애용해 왔다. 안드로이드 이용자들의 앱 마켓인 구글 앱스토어에선 1000만 명 이상이 앱을 다운로드할 정도로 인기가 상당하다.
하지만 애플 앱스토어에 있는 위드럼 앱의 ‘리뷰 및 평가’ 항목에 들어가면 아이폰 이용자들의 항의 게시물이 쏟아져 나온다. 한 이용자는 8월 19일 “이게 왜 정기 결제되고 있는지 진짜 의문이다”며 “신청도 안 했고 재밌어 보여서 다운을 받아서 한 번 플레이했는데 통장에서 3만 원이 빠져 나갔다. 정말 놀랐다”며 “게임 플레이하고 내 스타일이 아니라 바로 그날 삭제했는데 너무 속상하다. 환불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다른 이용자는 이튿날 “무료로 체험 판을 사용해 보려고 앱을 깔았고 그 후에 결제해서 사용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근데 카드에서 1만 1370원, 1만 1363원이 결제됐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다”며 “학생 입장에서 적은 돈도 아니고 이렇게 돈이 계속 나가니까 화도 나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환불 조치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9월 13일 현재 위드럼 앱 게시판의 게시글 약 4100개 중 대부분이 이 같은 항의성 내용을 담고 있다.
위드럼 ‘평가 및 리뷰’ 게시판
그렇다면 이용자들의 환불요청이 쇄도하는 이유는 뭘까. 기자는 9월 11일 위드럼 앱을 설치하기 위해 아이폰을 이용해 앱스토어에 들어갔다. 위드럼 앱은 ‘미리보기’ 항목에서 “위드럼은 무료로 제공된 실제 드럼 세트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실력 있는 드러머에게 필요한 모든 종류의 전동 드럼이 포함돼 있다”고 홍보했다. 기자 역시 ‘무료’라는 글자에 안심하고 ‘받기’ 버튼을 누른 순간, “구입을 위해 Apple ID로 가서 결제정보를 확인해야 합니다”라는 안내가 나왔다.
곧 이어 화면 상단에는 앱스토어에 등록했던 신용카드 결제정보가 등장했다. 무료 앱이라고 생각했지만 결제정보를 요구했기 때문에 께름칙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드럼 세트 음악게임을 무료로 받으려면 Apple ID의 암호를 입력하십시오”라는 공지가 화면 하단에 나왔다. 암호를 입력하고 앱을 설치한 순간, 위드럼 앱은 “지금 무료 트라이얼을 시작하세요”라고 설명했다. 작은 글씨로 “무료 체험이 끝난 후 매주 $7.99(한화 약 8900원)의 자동 갱신 구독, 구독은 구독 종료 시까지 최소 24시간 전에 취소되지 않으면 갱신된다”라는 조건도 보였다. 완전히 무료로 제공되는 앱이 아니라 ‘체험판’이었던 것이다.
위드럼 설치시 홍보 화면
기자는 ‘구독 취소’를 하고 싶었지만 앱 내에서는 그런 기능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앱 스토어 초기 화면에 위드럼 소개 내용에 있는 ‘더보기’ 항목을 눌러보니, “본 앱은 아래의 구독 옵션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7일 무료 체험과 함께 주간 $7.99이 iTune 계정에 부과됩니다”라며 “이용자는 구독을 관리할 수 있으며 구매 후 ‘계정 설정’으로 가서 자동갱신을 깔 수 있다”는 내용이 나왔다.
하지만 ‘계정 설정’ 항목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기자는 ‘혹시 카드가 결제될까’하는 불안한 마음 때문에 ‘구독취소’ 방법을 찾아 헤맸다. 결국 포털 사이트에 구독 취소 방법을 검색한 뒤 “설정-iTunes 및 App Store-본인 애플 ID 글씨-Apple ID 보기-보안인증-구독-구독취소” 절차에 따라 구독을 취소했다. 드럼 게임을 무료로 하고 싶어 앱을 설치했지만 혹독한 대가를 치른 것이다.
위드럼 앱 이용자들의 불만은 대개 비슷하다. 위드럼 측이 앱 스토어 상에서는 ‘무료’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이용자들이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곳에 유료 조건과 구독 취소 방법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이용자 대부분이 무료인 줄 알고 앱을 설치했는데 ‘구독 취소’ 방법을 인식하지 못하고 앱을 삭제한 배경이다. 구독 취소를 하지 않고 갑자기 요금이 자동으로 결제되면서 피해가 발생했다.
앱스토어 설정 , 구독 창, 구독 취소 화면(왼쪽부터 시계방향)
한 이용자는 8월 6일 “무료 체험인 줄 알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설치 버튼을 누르면서 결제를 해버렸다”며 “앱 설치 후 한 번도 실행한 적이 없고 설치 버튼을 눌렀는데 갑자기 결제가 완료됐다고 떴다. 앱을 정말로 한 번도 실행 안 했는데 환불이 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다른 이용자 역시 6월 14일 “무료체험만 하고 삭제했는데 뜬금없이 일주일에 1만 원씩 4만 원이나 카드에서 빠졌다”며 “카드에 돈을 넣으면 또 결제될까봐 안 넣었더니, 다른 무료앱도 다운로드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구독을 취소하고 오늘 카드에 돈을 넣었는데 바로 또 1만 원이 빠졌다. 결제 이후에 사용한 적이 없는데 정말 기분이 나쁘다”고 밝혔다. 위드럽 앱은 따로 고객센터나 전화번호, 이메일 안내가 없다. ‘리뷰 및 평가’ 게시판에 환불 요청이 폭발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에 대해 위드럼 측에 해명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용자들이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은 없을까. 법무법인 ‘와이앤코’의 제본승 변호사는 “다소 불친절하기는 하지만 일주일 이후 결제될 사실에 대해 고지가 돼있다. 계정에 대해 금액이 부과된다고도 쓰여 있다”며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하는 메뉴가 있는 것도 오히려 이용자들한테 불리하다. 카드 결제가 되면 본인이 확인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환불도 어려울 수 있고 이용자들이 사기성 피해를 이유로 민·형사상 조치를 통해 피해금을 돌려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자들이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 신청’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구제를 받은 사례는 미미하다. 콘텐츠분쟁조정위 관계자는 “사례가 많지는 않다. 올해 1월에 앱을 받았다가 무료기간이 끝나기 전에 탈퇴를 하고 구독취소를 했는데 요금이 빠져나가서 분쟁 조정을 신청한 사례가 있다. 애플 측이 처음 환불을 거부했지만 조정 전 합의로 이용자가 3만 원을 환불 받았다”고 설명했다.
애플 앱스토어 결제 시스템도 문제다. 결제와 구독에 대해서는 앱 내에서 자세히 공지하지만 결제 취소와 환불 방법에서는 ‘꽁꽁’ 숨겨놓은 탓에 피해가 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위 조사 결과, 모바일앱 이용 및 결제 과정에서 무료 표시된 앱을 다운받아 사용 중 미인지 과금 발생, 인증절차 미흡으로 의도하지 않은 결제 피해 발생 등의 민원은 해마다 증가 중이다. 앱 마켓 결제 관련 민원은 지난해 85만 3164건으로 전년 대비 43% 늘었다.
제본승 변호사는 “감독관청이 조금 더 엄격히 가이드라인를 마련해야 한다. 규제조치를 취해서 무료 체험기간 후 자동 갱신형일 경우에는 갱신 전에 그 의사 확인을 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적했다.
방통위는 올해 5월 앱 관련 유료결제 피해 사례에 대해 집중 점검을 실시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앱 설치시에 이용요금 부과를 가시성 있게 고지하지 않아 이용자들이 피해를 겪는 경우가 많다”며 “주요 사업자 기준으로 앱 다운로드와 이용자 수 순위를 반영해서 상위 50개를 선정했다. 점검을 해서 이용자들의 이익을 저해한 행위에 대해 일부 업체에 대해 시정명령를 내렸고, 점검한 사항에 대해서 의견 제출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