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능 회장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고 구본무 회장의 동생이자 구본준 부회장의 형이다. LG그룹 구씨 집안 서열 2위다. 구광모 회장을 형에게 양자로 보내면서 슬하에 자식은 딸 구연서 씨뿐이다. 딸은 회사 경영에서 배제하는 가풍을 감안할 때 구본능 회장의 후계자도 결국은 구광모 회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구광모 회장이 희성그룹 지분을 상속받기는 어렵다. 달리 말하면 ‘모’자 항렬에서는 희성그룹의 주인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희성그룹의 경영권 향배에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LG그룹 지배구조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발인식이 엄수된 지난 5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유가족들이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 계열분리와 함께 희성그룹과 구본능 회장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우선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이 아들인 구웅모 씨를 내세워 희성그룹 경영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구본능 회장의 아들이 LG그룹을 물려받았으니 희성그룹은 양보하라는 논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본식 부회장은 아들 구웅모 씨, 딸 구연진 씨와 희성정밀, 희성금속, 삼보이엔씨 등 화학부문을 지배하고 있다. 구본능 회장의 전자지분만 가져오면 그룹을 완벽히 지배할 수 있다.
구본능 회장으로서는 희성그룹 관련 주식을 유동화해 구광모 회장을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희성그룹 계열사들은 대부분 비상장이지만 우량하다. 희성전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상장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상장할 경우 상당한 상장 차익이 예상된다. 상장시 구본능 회장이 지분을 팔아 그 돈으로 ㈜LG 지분을 매입하면 구광모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을 지원할 수 있다.
희성그룹은 크게 전자와 화학부문으로 나뉜다. 그룹의 절반을 차지하는 전자는 LG디스플레이와 사업 연관이 깊다. 이 때문에 LG그룹에서 떠날 구본준 부회장의 몫으로 희성전자 부문이 거론되기도 한다. 구 부회장의 전공과 경력도 대부분 ‘전자’다. 희성그룹은 전자와 화학으로 분리하기 쉽다. 전자는 희성전자뿐이며 화학 부문은 삼보이엔씨가 중심이다. 비교적 간단한 지분 정리로 전자와 화학을 분리할 수 있다.
구본준 부회장이 희성전자를 택한다면 구본능 회장의 지분과 구 부회장의 ㈜LG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구본준 부회장과 아들 구형모 씨, 딸 구연제 씨의 ㈜LG 지분은 8.58%로 1조 원이 넘는다. 구본능 회장의 희성전자 지분가치를 능가한다. ㈜LG 지분을 상당량 유지한 채 희성전자 경영권을 가질 수 있다.
한편 희성전자의 지배구조 변화가 일어난다면 상장과 함께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이 동반될 가능성이 크다. 희성전자는 자사주가 발행주식의 26%에 달한다.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인적분할 시 유리하다. 자사주가 지주사로 가면 의결권이 살아나며 자회사 지배력이 강화된다. 설령 구본능 회장이 지분을 전량 매각하더라도 구본식 부회장의 경영권 확보에는 무리가 없다. 구본식 회장의 지분은 16.7%지만 자회사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 출자하면 지분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우호지분도 든든하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동생인 허정수 GS네오텍 회장과 범 GS가 큰집인 고(故)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3남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이 각각 희성전자 지분 10%씩 보유하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