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금강산 육로관광길이었던 강원도 고성군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 남북경협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과거 대북사업을 진행한 기업과 경제단체들이 하나의 협회를 결성하려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18~20일 2박 3일 일정으로 평양에서 개최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을 포함해 평양을 방문한 결과 발표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본인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해 남북간은 물론 미국과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2차 북미정상회담의 연내 개최 가능성도 대두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백악관은 “김 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했다”며 “우리는 이에 열려 있으며 이미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북한을 향한 제재가 완화돼 남북경협이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대북사업과 관련한 기업과 단체들이 하나의 연합회를 구성하려 한다는 말이 나왔다. 대북사업에 정통한 한 인사는 “개성공업지구와 관련된 기업·단체와 금강산관광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단체들이 사단법인 형태의 연합회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이미 국내에는 개성공단기업협회, 금강산기업협회, 금강산투자협회, 남북경협연구소, 남북경협비상대책위, 남북경협민간추진위원회, 남북경협임가공협회 등 수십 개의 대북사업 관련 협회가 조직돼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연합회를 구성하려는 이유는 남북경협 재개 과정에서 단결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그동안 실질적으로 대북사업을 해온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었다. 이들은 북한에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세계 정세나 남북 이해관계, 정부 정책에 따라 하루아침에 사업이 흔들리고 큰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에 규모가 큰 연합회를 만들어 자신들의 역할과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대북사업 관련 단체 한 고위 관계자는 “기업과 단체들 사이에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연합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아직 구체화된 건 아니다”며 “경협 재개는 어차피 미국이나 유엔 등 국제적 관점에서 풀어야 하는 문제니 우리가 목소리를 낼 수 없지만 재개된다면 그 과정에서 기업들의 보상이나 대출 등의 문제에 우리의 의견을 반영할 수는 있다”고 강조했다.
금강산사업 기업들의 경우 사업이 중단되면서 2010년부터 3차에 걸쳐 남북협력기금에서 182억 원가량 대출을 받았다. 이 대출금과 이자는 대북제재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면서 매년 상환유예 연장을 받고 있다. 개성공단의 기업들도 사정도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금강산 관광 중단 및 개성공단 폐쇄 등에 따른 입주기업들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보상특별법이 2012년 국회에 상정됐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앞의 관계자는 “보상법이 통과되면 보상금으로 대출을 갚으면 되고, 사업이 다시 진행되면 돈을 벌어 상환하면 된다”며 “하나의 연합을 만들면 각자의 입장을 반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 조직화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개성공단에 참여한 한 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대북제재로 오랫동안 사업이 중단되면서 구심점을 잃어가 중심을 잡아줄 조직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연합회 구성 논의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나왔고 몇 차례 시도도 했지만 매번 무산됐다“며 ”금강산 관광이나 내륙 기업들의 경우 관광, 임가공 등 성격들이 달라 서로 공통된 관심사를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신화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일부 기업에 개별적으로 제안이 왔을 수도 있다”면서도 “협회 차원의 공식적인 제안은 없었다”고 전했다.
하나의 연합회를 구성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의 개성공단 기업 고위 관계자는 “대북제재가 완화돼 남북경협이 재개될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연합회를 결성한들 무슨 할 일이 있겠느냐”며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리고 정부 차원에서 경협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 참여업체가 늘어나면 그때 구성해도 된다”고 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