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지역케이블사 방송허가를 두고 뇌물 로비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방통위 회의 장면으로 기사 내 특정사실과 무관함. 연합뉴스
[일요신문]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대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허가 의견을 거부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방통위 산하 고위인사가 과거 케이블방송으로부터 뇌물 로비를 받고 허가를 성사시킨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방통위의 허가 동의권이 방송권력 유착을 위한 도구로 사용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7월 16일 제36차 전체회의에서 같은 달 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지역케이블방송의 SO 재허가에 대해 부동의하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2013년 사전동의 제도가 도입된 이후 방통위가 과기부의 SO 재허가 동의를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기부는 이 방송사에 대해 재허가 기준점수 이상을 주고 지난 5월 방통위에 사전동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9인으로 이뤄진 본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자체 평가에 나섰고, 그 결과 해당 방송은 기준 점수에 미달했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공익성, 재허가 조건 실현성 문제 등 어떤 조건을 보더라도 어렵다”며 “과기부에서 어떻게 관리를 하길래 이런 문제가 발생하느냐”라고 지적했다.
현행 방송법은 SO 사업 허가·재허가권이 과기부에 있되 방통위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사업자의 재허가가 취소되더라도 시청자 보호를 위해 12개월 이내에서 방송을 유지하도록 명령할 수 있게 돼 있다.
과기부는 방통위의 재허가 부동의 결정과 관련해 방송법상 SO 재허가가 방통위의 사전동의가 필수 조건임을 감안해 향후 전문가 의견수렴과 방송법, 행정절차법 등 관련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른 적법절차를 거쳐 최종적인 처분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과기부 안팎에선 방통위가 지난 2015년 8월, 해당 방송에 3년간 허가 동의한 당시 상황보다 경영 개선이 이뤄졌는데도 타 방송과는 다르게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업계에선 방통위의 ‘과기부 길들이기’라는 의구심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방통위와 과기부, 해당 방송간의 다른 문제점이 숨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요신문’ 취재결과 방통위 관계자의 뇌물 로비 의혹이 포착돼 사실 여부에 따라 상당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현 방통위 관계자에게 건넨 의혹을 받고 있는 수표의 일부와 입금확인증.
2015년 경영상 등의 문제로 허가 연장 문제가 불거졌던 A 사는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부)와 협의로 그해 5월 경영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과기부와 방통위의 추천으로 위원회와 향후 사외이사도 편성됐다. 경영혁신위원회 구성에도 불구하고 방송 허가가 불투명했던 A 사는 위원회가 구성된지 3개월도 안된 8월에 허가권을 취득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사와 경영혁신위원회 간의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전 A 사 관계자 B 씨는 경영혁신위원장인 C 씨에게 방송 허가 성사 명목으로 2억 원의 뇌물성 자금이 전달됐다고 폭로했다. C 씨는 현재 방통위 산하 위원회에서 2기째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B 씨는 C 씨에게 자금이 흘러간 정황을 구체적인 자료와 증거를 바탕으로 설명했다. A 사는 2015년 5월 경영혁신위원회가 구성된 뒤 한 달이 조금 지나 5000만 원권 수표를 먼저 C 씨에게 직접 전달했다. B 씨는 일종의 선수금 혹은 계약금 성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후 허가가 성사되자 C 씨가 성사금 명목으로 추가 자금을 요구해 같은해 12월 1000만 원권 수표 5장을 C 씨에게 전달했다. 이후 2016년 4월 일종의 로비 명목으로 현금 1억 원이 C 씨의 계좌로 이체됐다. A 사가 C 씨에게 전달한 자금은 확인된 것만 총 2억 원이다.
B 씨는 이 자금이 방송 허가를 둘러싼 로비 용도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물론 C 씨 개인이 모두 사용했을 수도 있지만 방송허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통위 관련 인사들에게 흘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방송권력’ 방통위 관계자의 방송허가 관련 뇌물 로비 의혹이 확전될 경우 문재인 정부의 방송적폐청산에도 빨간 불이 켜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효성 방통위원장.
B 씨는 방통위 고위인사들에 대한 로비는 업계에선 오래된 정설로 여겨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가 과기부와 방송사들을 상대로 방송허가권과 각종 심의 의결에 개입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러한 정설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지역케이블사의 경우 소액주주들이 상당수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방송허가 여부에 따라 주식 거래중지나 상장폐지가 좌우돼 막대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재 방송허가 여부를 놓고 논란 중인 한 지역케이블사의 소액주주는 “방통위와 과기부 등 정부가 경영 관련 법적공방을 핑계로 주식지분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액주주를 볼모로 삼고 있다”며 “만약 방송 불허로 인한 각종 피해가 발생하면 정부를 향한 비난이 극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C 씨는 방송허가를 둘러싼 뇌물 로비 의혹에 대해 “2억 원의 자금을 현금이 아닌 수표와 임금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자금은 과거 A 사 전 대표가 (제게) 주어야 했던 보수와 인센티브의 일부였을 뿐이다. 뇌물은 전혀 아니다. 그랬으면 수표나 계좌로 받았겠는가. 로비 의혹 역시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케이블 방송협회가 설립되었을 때부터 내가 그 시장을 잘 알다보니 여러 자문을 구한 적은 있지만 로비는 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과거 A 사의 전 대표와는 ‘ㅎ’ 케이블 방송사 총괄사장으로 인연이 되었다. 그 당시에도 A 사 대표가 배임횡령 등으로 구속되어 A 사 대표가 약속한 보수와 인센티브 등을 전혀 받지 못했다. A 사를 맡아서 운영하다가 또다시 문제가 생기자 미래부와 A 사가 경영혁신위원회를 통해 나에게 자문을 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C 씨는 “A 사가 거래소와 금감원에서도 문제가 있다며, 코스닥 거래 중지를 하는 등 문제가 많은 곳으로 방통위가 권고나 의견을 냈을 뿐이지 모든 허가에 관한 결정권은 과기부가 있다. A 사 허가나 로비는 방통위나 나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자 사실 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간 방통위는 과거에도 CJ, 태광, KT 등 여러 케이블방송사와 로비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정권에 상관없이 ‘방송적폐’이자 ‘방송마피아’라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 초기에 방송권력 재편을 통해 방송마피아 오명을 씻겠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번 로비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방송적폐청산 등 큰 기대감을 갖고 출범한 4기 방통위는 도덕적 상처는 물론 상당한 후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바로잡습니다] 본지는 2018년 8월 4일 『“2억 원 건넸다” 방통위 고위관계자 뇌물 로비 정황 포착』 제하의 기사에서,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A사가 2015년 재허가 심사와 관련하여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 심사를 전후로 동사 경영혁신위원장인 C씨에게 2억원을 전달하였고, 경영혁신위원회가 구성된 지 3개월도 안 되어 재허가를 취득한 사실 등을 통해 볼 때 C씨에게 전달된 돈이 방송통신위원회 로비에 사용된 의혹이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보도에 언급된 C씨는 2015년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내지 산하 법정위원회 소속이 아니었고, 현재도 자문기구 성격인 시청자권익보호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하고 있을 뿐 방송통신위원회 고위관계자가 아니며, A사의 경영혁신위원회 구성 및 운영은 시기상으로 방송통신위원회 사전동의 심사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허가 이후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아울러 방송통신위원회는 B씨의 제보를 기초로 한 로비 정황에 대해, 사전동의 심사는 외부전문가로 별도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C씨가 심사 과정에 개입할 여지가 없고 방송통신위원회에 로비를 한 정황도 확인된 바 없으며, 기타 방송통신위원회와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서도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