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포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사진은 건대입구와 분당지역에 위치한 일부 전당포들의 모습.
과거 음침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지던 전당포가 이처럼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낡은 건물에 공간을 마련, 어두운 계단을 끼고 쇠창살 너머로 손님을 응대하는 등의 옛 모습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전당포들은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 안락한 공간 조성으로 사람들을 유인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보이는 전당포 가운데 한 곳인 ‘착한전당포’ 건대점 관계자는 “전당포를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개선해 어두웠던 인식을 없애고, 손님들과 편하게 대화하기 위해 이러한 변화를 꾀한 것”이라며 “일부 전당포는 사실 커피만 안 팔았지 여느 커피숍과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인테리어만이 아니다. 이들 전당포는 명품제품, 노트북, 악기, 골프채 등 개인의 모든 물품을 담보물로 잡아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과거 귀금속, 장신구 등만 담보물로 취급하던 기존의 전당포 운영형태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감정가는 담보 잡힌 제품 특성에 영향을 받는다. 앞서의 착한 전당포 관계자는 “가령 휴대폰은 실제 판매가가 하루 단위로 시시각각 변동, 추락하기 때문에 상환기간이 길어질수록 감정가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과거 취급했던 금·은 등과 달리 감정가는 제품 유형에 따라 실제 판매가의 50~90%를 넘나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전당포는 신용조회를 하거나 대출기록을 남기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다. 대출절차도 간단하다. 신분증과 담보물, 대출계약서 한 장이면 곧바로 대출 받을 수 있다. 방문이 어려운 이용자들을 위해 직접 출장을 나가거나 온라인 문의 등을 통해 담보물 감정을 시행, 대출·매입을 진행하기도 한다. 상환방식과 일정은 이용자 의사에 따라 자율적으로 규정·변동될 수 있다. 고객들은 보다 편리한 방식으로 전당포를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다양한 연령층이 해당 전당포를 찾는다. 전당포 ‘디오아시스’ 관계자는 “구매력이 높은 30~40대가 가장 많이 방문한다”면서도 “전체 이용자층을 보면 미성년자를 제외하고 70~80대까지 고루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전당포가 위치한 지역 특성에 따라 들어오는 담보물 유형이 달라지기도 한다. 건대입구역 등 젊은 층이 많은 대학가 부근 전당포엔 노트북·카메라 등 전자기기가 주로 들어오며, 직장인들이 다수인 영등포역 부근 전당포엔 명품제품이나 금·은 등이 담보물로 자주 잡힌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이러한 형태의 전당포는 최근 2~5년 전부터 크게 늘어났다. 이재선 한국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 “현재 전국에 운영되고 있는 전당포는 800여 개 정도 되는데 이런 모습의 전당포는 2016년 전후로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이들 전당포는 개인이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닌 체인 형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운영 사업자를 모집해 전국에 다수의 지점을 두고 기업형으로 운영,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계 소득이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전당포에 대한 수요가 증가, 새로운 형태의 전당포가 등장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전당포는 고리대금업이라는 부정적 인식과 신용카드의 대중화 등으로 사라지는 추세였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6년을 넘어서면서 소득 하위·중산층의 명목소득이 크게 줄어 저소득층은 빈민화, 중산층은 저소득층화됐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가계들이 은행에 기대어 자금을 확보하긴 어려우니 전당포를 이용하기 시작, 전당포 수요가 늘어 전당포에 뛰어드는 사업자들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금 전문 전당포가 따로 생겨났던 것처럼 이러한 새로운 콘셉트의 기업형 전당포의 등장은 또 다른 트렌드”라고도 평가했다.
한편 해당 전당포 이용과 관련해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대출금 상환에 실패해 담보물을 처분 당했을 시 그에 따른 전체 손실은 예상보다 크다는 것. 최배근 교수는 “전당포 입장에선 대출금을 상환받지 못할 시 자신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담보가치를 적게 잡는 경우가 많다”며 “담보물이 처분될 경우 차입자는 이자는 이자대로 내고, 담보물은 본래 가치에 상응하는 금액을 제대로 받지도 못한 채 뺏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담보가치에 대한 감정은 전당포를 운영하는 개별 사업자들이 도맡는다. 감정기준과 결과가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전당포 ‘마이쩐’ 대표가 유사수신행위 혐의로 구속되면서 이러한 전당포가 신뢰할 만한 곳인지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마이쩐 대표는 본사에 지급한 지점장들의 보증금을 빼돌리고 고객들의 담보물을 팔아 수억 원의 현금을 챙겼다는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앞서의 이재선 사무국장은 “전당포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을 뿐만 아니라 지점을 무리하게 늘리다가 부실경영으로 도산하는 전당포도 일부 있었던 만큼,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과 영업규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기업형 전당포인 ‘디오아시스’, ‘착한전당포’ 등은 한국대부금융협회에 정식 등록돼 있어 고리대금이나 불법수수료, 불법추심 등에 대한 걱정이 없다며 고객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