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새벽 3시경 구하라의 자택인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의 한 빌라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구하라의 남자친구라고 주장하는 헤어디자이너 A 씨로부터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참이었다.
구하라 인스타그램
A 씨의 주장은 “결별을 요구했더니 갑자기 구하라가 폭행했다”는 것이었다. 반면 구하라는 “A 씨가 먼저 나를 발로 차서 말다툼을 하던 중 몸싸움이 있었다”고 쌍방폭행을 주장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구하라가 A 씨를 폭행했다는 것은 “할퀴고 꼬집은 정도” “팔을 비트는 등의 행위”였다. A 씨가 당했다는 폭행과 관련해서는 양 측이 모두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은 것은 이 몸싸움이 있기 전, 구하라가 A 씨로부터 실제로 먼저 폭행을 당했느냐의 여부다.
경찰은 A 씨를 상대로 1차적인 진술을 들었지만 구하라로부터는 정확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양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기 때문에 구하라의 진술, A 씨의 폭행 정황 또는 증거, A 씨의 2차 진술 등을 종합해 사건이 일방 폭행인지 쌍방 폭행인지를 가려 입건 여부를 가리겠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강남경찰서 측은 14일 “구하라와 A 씨 모두 경찰 소환 조사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하라는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고, 앞서 사건 발생 당일 1차 조사를 마쳤던 A 씨는 변호사와의 면담 등을 이유로 경찰의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구하라는 사건 발생일 이후 굳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의 소속사 콘텐츠와이 측은 “현재 구하라가 따로 방송 스케줄을 하는 것이 없어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는 애매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소속사의 이야기대로라면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가 소속사와의 연락마저도 피한 채 잠적한 게 된다.
앞서 구하라는 지난 5일 자살 시도라는 의혹이 불거졌던 병원 입원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바 있다. 당시 소속사는 “구하라가 수면 장애, 소화불량 등으로 오랫동안 약을 복용했고 이날 병원에서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입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자살 시도가 단순한 루머로 종결된 사안이었다고 해도, 현재 불거진 경찰 출동 사건과 구하라의 연락 두절은 또 다른 우려로 다가오고 있다.
13일 자정께 구하라의 남자친구 A 씨의 폭행 신고를 받고 현장 출동한 경찰의 CCTV 화면. 사진=채널A 뉴스화면 캡처
앞선 2014년에 발생했던 유사한 사건 역시 ‘해프닝’으로 끝났던 바 있다. 소녀시대의 멤버 효연이 서울 용산구 한 2층 주택에서 남자친구였던 B 씨로부터 폭행 가해자로 신고당했던 사건이다.
당시 B 씨는 “아래 층으로 투신할 것처럼 장난을 치던 효연이 말리는 내 손을 뿌리치는 과정에서 내 눈을 때렸다”며 폭행 혐의로 효연을 신고했다. 이들은 사건 당일과 이튿날 두 차례에 걸쳐 용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B 씨가 “폭행 혐의로 신고를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일부러 나를 때린 것 같지는 않았다”고 진술을 번복하면서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다. 당시 경찰은 “B 씨에게 폭행으로 인한 특별한 외상도 없고 사건 자체가 해프닝 수준이어서 혐의 없음으로 마무리 지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구하라의 사건은 양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 중이고, 당사자인 구하라는 소속사와의 연락마저도 끊어버린 상황이다. A 씨 역시 아직까지 주장을 번복하지 않았다. 더욱이 앞서 병원 입원과 관련한 ‘자살 루머’에 시달렸던 구하라가 연락 두절 상태에 놓이면서 경찰과 소속사도 구하라의 안전에 중점을 두는 모양새다. 강남경찰서는 구하라의 자택 인근 순찰을 강화하고 주시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