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여의도 정가에서는 자유한국당 비대위원회를 두고 “아무 이야기도 안 들리는 게 오히려 더 큰 문제다. 뉴스에서 너무 멀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히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나 주요 당직자보다는 자유한국당 내 의원들의 일부 발언들이 더 화제가 되고 있다.
김학용 의원은 “요즘 젊은이들은 내가 행복하고 내가 잘 사는 것이 중요해서 애를 낳는 것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김성태 의원도 ‘출산주도성장’을 이야기했다 뭇매를 맞았다. 청년이 애를 낳기 힘든 이유를 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비대위원회가 전면에 나서지 않기 때문인지 한국당 지지율도 답보 상태다. 물론 뉴스를 장식하는 게 좋은 일만은 아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시기에는 홍 전 대표의 ‘센 발언’들이 연일 뉴스를 장식했지만 당의 지지율이 좋은 쪽으로 흘러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 지지율은 김병준 비대위원장 취임 전 빠른 속도로 빠지던 지지율 추세에서는 벗어났다. 하지만 빠지지는 않고 있지만 오르지도 않고 있다. 10%~12%선에서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은 상태로 유지 중이다. 하지만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 김 비대위원장 ‘말빨’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의 비대위원회 한 관계자는 “관건은 지지율이다. 지지율이 20% 이상 올라야 비대위가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들을 수 있으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친박과의 단절을 해야 지지율이 오른다’는 말도 나오지만 김 비대위원장은 회의적인 것으로 보인다. 3일 한국당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에 출연한 김 비대위원장은 “많은 분들이 인적청산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아니다”라며 “개혁 방안에 조급증을 낼 일이 아니고 근본적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둬 달라. 인적 청산은 그야말로 작은 일 중에 하나”라고 설명했다. 신율 교수도 “상황과 시점에 따라 다른데 지금 시점에서는 인적 청산을 한다고 크게 지지율이 오를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가 인적 청산을 뒤로 미룬 이유로 친박, 비박 갈등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한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인적 청산 한다고 하면 곧바로 친박, 비박 싸움이 반복된다. 잘라낸다는데 가만 있을 사람 어디 있겠냐”며 “그럼 또 혼란이 오고 국민들 눈에 ‘만날 싸우는 사람들’로 낙인 찍혀 지지율이 더 떨어진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김병준 비대위원장 말이 맞다. 최소한 인적 청산을 하더라도 먼저 정책 노선, 국가 운영방안을 정하고 그 노선과 방안에 맞지 않는 인사를 쳐내야 말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어떤 해법이 있을까. 정치평론가들은 결국은 ‘정책’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신율 교수는 “결국은 정책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 정치평론가도 “지금까지는 자유한국당이 집권해 만들 나라가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다.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택지로서 민주당과는 다른 자유한국당의 철학을 보여줘야 한다”며 “예를 들어 최근 민주당과 청와대가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이와는 다른 한국당만의 정책이 뭔지를 알려줘야 한다. 그걸 교육,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패키지 형식으로 공개하든, 분류별로 나눠 공개하든 그 작업이 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대위원회 내부에서도 돌파구를 기획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13일 자유한국당 초선의원 14명이 당 혁신을 이유로 당협위원장을 자진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사퇴하면서 ‘재창당 수준의 당 혁신 촉구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선언문에서 비대위의 돌파구를 읽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선언문에는 “자유한국당에 있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구성원들의 자기희생을 담은 뼈를 깎는 쇄신과 혁신 노력을 실천적으로 시작하고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방선거 패배에 대해 참회하고 반성하며, 재창당 수준의 당의 개혁과 혁신 그리고 새 출발을 위해 자기희생을 담은 전면적 쇄신을 촉구한다. 당 전체에 이러한 정신이 전면적으로 확산되어 재창당 수준의 개혁과 혁신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강력히 촉구한다”고 사퇴의 이유를 밝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에 초선의원 14명이 자진사퇴했지만 그 다음은 중진들의 자진 사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책임 지는 모습이 당 혁신의 출발점이라는 데 공감대가 생겨 중진급 혹은 지도부가 자진사퇴하거나 불출마를 발표해야 발표될 개혁안에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14일 여의도에 돈 정보지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었다. 정보지에는 ‘한국당 파격 혁신안 준비 중. 김 비대위원장이 ‘청년정당’ 선언하고 전체 252개 국회의원 지역구 당협위원장의 절반을 만 49세 이하로 교체하겠다는 발표를 할 것. 한국당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 가운데 50세 이하는 김세연·김성원 의원 단 두 명뿐’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정도로 파격적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시선이지만 어떤 승부수를 고민하고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 비대위원장을 잘 아는 한 인사는 “김 비대위원장이 지금의 답보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한다. 또한 그 해법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김 비대위원장이 어떤 승부수를 띄울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