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계 관계자는 3월 31일 오후 11시쯤 ‘일요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던 가운데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전명규 한체대 교수와 심석희를 만난 자리에서 ‘조재범 코치 문제는 내가 곧 해결해 줄게. 잠잠해지면 돌아오게 하자’고 발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 교수가 당황한 나머지 서둘러 수습해 넘어갔지만 올림픽 기간 내내 심석희는 매우 힘들어했다. 은퇴까지 고민할 정도였다”고 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여자 쇼트 트랙 선수 심석희를 폭행해 국가대표팀 코치에서 제명된 조재범 전 코치가 6월 1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재범 전 국가대표 쇼트 트랙 코치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올해 1월 16일 심석희를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는 등 2011년부터 올해 1월까지 선수 4명을 폭행한 혐의로 검경의 조사를 받았다. 총 폭행 피해 선수는 12명으로 확인됐지만 8명은 합의를 해 검찰은 4명 관련 폭행 사실만 기소했다. 검찰은 현재 징역 2년을 구형해 놓은 상태다. 조 전 코치는 심석희를 단순히 때리기만 한 게 아니었다. 폐쇄된 공간에서 가둬놓고 때리고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빠질 정도로 심하게 폭행했다고 알려졌다.
심석희 부친 심교광 씨 17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전명규 교수가 있던 자리에서 그랬던 사실이 있었다. 당시 심석희가 매우 상심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조재범이란 사람을 모른다. 그런 말 했던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기사가 나간 뒤 이 회장은 대한체육회 홍보실을 거쳐 “이런 만남을 가진 적도 없고 저런 말을 한 적도 없다”고 전했다.
이기흥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갑질’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었다. 이 회장은 2월 16일 한국 선수단 응원차 방문한 올림픽 현장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 관계자에게 예약된 VIP석에 무단으로 앉았다. VIP석을 관리하던 자원봉사자는 이 회장 일행에게 자리를 옮겨줄 것을 여러 차례 요구했다. 이 회장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오면 인사하고 출발하겠다고 움직이지 않았다.
자원봉사자는 계속 자리를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체육회 고위 관계자는 이를 두고 “머리를 좀 써라”라며 “우리가 개최국이야”라고 고성을 질렀다고 전해졌다. 이기흥 회장 일행은 이 사실이 알려진 뒤에야 자원봉사자에게 사과를 전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