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직원의 임금을 올릴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물가지수이다. 회사의 영업실적이 좋았다면 그보다 더 올려줄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동결하거나 오히려 깎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시장 원리이다.
물가상승률은 기업들이 임금인상률을 정할 때 참고하도록 정부가 제시하는 큰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2017년의 전년대비 물가상승률은 1.9%였으므로 8%만 올려도 물가상승률보다 4배 이상 올린 것이다. 정부 몫을 제외한 업체부담 8% 자체가 과도하다는 얘기다.
최저임금 적용업체 중에는 영세한 한계기업들이 많고, 종업원뿐만 아니라 사업주도 서민계층인 경우가 많다. 업주 스스로 자신의 노임을 먹고 사는 형편이라 직원의 인건비가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 직원을 줄이거나 가게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최저임금위원회라는 어용적 기구를 통해 정치색이 짙은 정책결정을 할 게 아니라, 물가상승률+α가 유지되도록 큰 틀에서 최저임금을 관리하면 족하다. 최근 잇달아 나오는 소득과 고용 절벽에 관한 통계수치는 무리한 정책이 초래한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10.9%로 다시 두 자릿수 이상 올렸다. 인상률을 낮추는 건 맞지만, 연속적인 두 자릿수 인상이 적합한지는 여전히 논란 대상이다. 보다 큰 우려는 소득주도성장정책에 대해 “방향은 제대로 된 것”이라며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이다. 거기에는 정책의 오류 가능성에 대한 인식보다는 오만과 독선이 엿보인다.
사실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보다 핵심적인 과제는 550조 원에 이른다는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을 투자로 돌리거나 사원의 복지 후생에 쓰게 하는 것이다. 정부 내의 소득주도성장론자들은 그것이 일자리 창출이자, 불평등해소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기업은 수익이 있는 곳엔 하지 말라고 해도 투자하고, 고용을 늘린다. 사내유보가 쌓였다는 것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얘기다. 대기업들은 정부가 재촉하니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고 한다. 그러나 역대 정권에서처럼 그것은 시늉으로 끝나고 말 공산이 크다.
대기업 부문에서 소득주도성장정책이 거둘 수 있는 성과는 뾰족한 게 없어 보인다. 그래서 서민정책인 최저임금으로 눈길을 돌렸으나 부작용 논란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 정책토론의 대상이 돼야 할 이 문제에 검찰까지 개입하고 있다. 경찰이 무혐의 처리한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의 횡령혐의를 재수사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문제 해결 방식이 왜 늘 이런지 모르겠다. 소득주도성장론을 둘러싼 정부의 헛발질은 계속되고 있다.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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