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는 올해 채용비리, 대출금리 조작, 유령주식 사태 등 워낙 사건사고가 많은 탓에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21일 경제민주화네트워크,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은행 채용비리 검찰 부실 수사를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올해 종합국정감사는 여·야 합의에 따라 10월 10~29일 약 3주간 진행된다. 정무위를 비롯한 국회 상임위들은 각 의원실별로 요청할 증인 명단 정리를 거의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부터 보험까지 다양한 업종의 고위 임원들이 증인들로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 가장 크게 다뤄질 이슈는 ‘시중은행 채용비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용비리 사건 등으로 시중은행 6곳에 대해 검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일부 실무자들은 구속된 상태다. 특히 일부 은행과 은행장들이 채용비리 사건 기소 대상에서 빠지면서 형평성에서 논란을 빚은 바 있어 해당 은행들이 초비상이다. 실제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현재 채용비리 건으로 기소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구속수감된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윤종규 회장의 경우 비서실을 통해 청탁 지원자들의 이름을 채용팀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채용비리로 간부 2명이 구속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채용비리 의혹 당시 행장이었던 조용병 회장도 채용 비리에 개입했다는 정황을 잡고 소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은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으로 구속 수감된 상황에서도 대구은행에서 수천만 원의 급여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박 전 행장의 경우 구속수감이 됐다 하더라도 국감 증인 채택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명단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출금리 조작도 이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조사를 통해 경남은행, 한국씨티은행의 대출금리 부당산출 사례를 적발했고, SC제일은행 등은 금감원의 경영유의 제재를 받았다. 이 은행들은 대출자의 소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없다고 기재해 대출금리를 조작했다. 특히 가계부채가 1500조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금리 조작 등은 금융소비자들의 공분을 사는 문제이니만큼 해당 은행장들도 국감 증인에 채택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금리를 가장 많이 조작한 은행은 경남은행이다. 이어 KEB하나은행, 씨티은행 순이다. 이 은행들은 대출금리 조작에 따른 피해금액을 고객들에게 환급했지만 국감의 칼끝을 피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증권사의 경우 유진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유령주식 배당 사태 및 유령주식 매도 사건 때문에 증인 신청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 우리사주(직원보유 주식) 배당으로 주당 1000원 대신 1000주씩 입고했고, 일부 직원이 이를 내다 팔면서 문제가 됐다. 당시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은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후 곧바로 사임했다.
지난 4월 20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삼성증권 ‘배당 착오’ 사태를 규탄하는 소액 주주들의 모임인 ‘희망나눔주주연대’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삼성증권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유진투자증권은 해외 주식 거래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주식병합 결과를 제때 반영하지 않아 고객이 실제 주식보다 3배나 많은 주식을 내다 판 사건이 발생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지난 7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분식 회계 문제 등으로 위법 판단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참여연대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 대해 직무유기한 혐의가 짙다면서 올해 국감에서 진상 규명을 요청해둔 상태여서 금융당국 수장들이 삼성그룹 금융사 CEO들과 나란히 증인석에 앉는 진풍경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보험권에서는 즉시연금 문제와 관련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보험사 CEO에 대한 증인 채택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즉시연금 과소지급 논란은 금융감독원이 지난 4월 삼성생명을 상대로 5만 5000건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에 대해 일괄지급을 권고하면서 본격화됐다. 하지만 삼성생명 이사회는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며 이를 거부했다. 한화생명도 지난 8월 9일 금감원의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법원 판단을 받기로 했다. 이에 금감원은 민원인의 소송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즉시연금 미지급금 문제는 금융당국과 생보사 간 소송전으로 번지고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법정 최고 대출금리 소급 적용을 위해 약관을 변경하라는 금융감독원의 주문을 놓고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약관을 개정해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개정 이후 취급한 대출에도 인하된 금리를 소급적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게 금감원의 요구다. 하지만 약관을 바꾸면 최고금리가 낮아질 때마다 기존 대출을 모두 소급해줘야 해 부담이 크다고 업계는 하소연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고금리를 연 20%까지 낮추겠다고 공약한 만큼 추가 인하가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업계는 기존 계약까지 인하된 최고금리를 소급 적용하면 저소득층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카드업계도 좌불안석이다. 최저금리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반발을 막기 위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국정감사 주요 이슈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카드업계에선 오는 11월 향후 3년간 적용될 카드 수수료율 등 카드 수수료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국정감사에서 추가 수수료 인하 압박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일부 금융사가 연관됐다는 의심을 받아 CEO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대부분 참석하지 않았다”며 “올해의 경우 금융권과 관련한 이슈가 많아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여전히 빈 수레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