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관계부처 장관들이 지난 9월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9․13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 솟아날 구멍은 있다
이번 대책으로 가장 애매해진 사람은 1주택자들이다. 무주택자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대책 발표 직후 반발이 커졌고 일단 금지됐던 전세대출은 서울보증보험에서 활로를 열게 됐다. 청약당첨 배제도 기준이 완화됐다. 헌집 팔고 새집 가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 결과 1주택자들이 전세대출이나 청약을 통해 2주택자 또는 내집 넓히기에 나설 여지는 열렸다.
1주택자가 주택 수를 늘리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길 역시 존재한다. 규제지역(조정대상, 투기 및 투기과열지구) 밖에서 집을 사는 경우다. 규제지역 내에도 자녀 분가나 부모 봉양 등의 조건이다.
# 대전제는 규제지역…영원할 수는 없다
9·13대책에서는 ‘규제지역’을 전제로 한 규제가 많다. 조정대상지역, 투기지역, 투기과열 지역 등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주택 보유자의 주택구입자금 대출이 금지된다. 임대사업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가 적용되며, 양도소득세 중과세 감면도 적용되지 않는다. 현행 주택법에서 투기과열지구와 조정지역 등은 지정사유가 해소되면 해제해야 한다. 집값이 안정되거나 특히 하락하는 경우다. 해제가 이뤄지면 규제도 무력화된다는 뜻이다. 참여정부 때 지정된 규제지역은 이명박정부 때 해제됐다. 2008년 11월 수도권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됐고, 2011년 말에는 강남 3구마저 풀려났다.
# 풍선효과 누릴 곳들은?
규제지역 대책에 집중된 만큼 수도권 등 인기지역 가운데 아직 규제지역에 해당하지 않은 곳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 의왕, 의정부, 군포, 김포, 부천, 오산 등이다. 실제 8·27대책에서 규제지역이 추가된 이후 이들 비규제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서울 접근성이 좋고 대기 수요가 풍부한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정부가 수도권에 30만 호 추가 공급 카드를 꺼낸 점도 변수다. 결국 규제지역 밖에 괜찮은 새집이 공급될 경우 시중 유동성이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 은행=감시자
대출규제를 실시하는 주체는 결국 은행 등 금융기관이다. 하지만 은행이 돈 빌리는 사람이 몇 채의 집을 가졌는지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은행이 1주택자는 집을 담보로 생활안정자금을 대출하려면 ‘집을 사지 않겠다’는 약정을 체결하고 주기적으로 이를 확인해야 한다. 은행이 개개인의 주택 관련 계약을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는 국토부가 금융회사에 주택소유시스템(HOMS)을 통해 일일단위로 주택 소유 여부 등을 확인·제공할 방침을 세웠다. 은행이 차주들의 주택 보유 변동에 대한 상시감시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설령 HOMS가 연결돼도 빈틈은 존재할 수 있다. 다주택자 가운데는 친인척 명의로 집을 소유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정부도 별도 단속을 벌여야 적발할 수 있는 정보다. 은행이 적발해 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 공시가격
이번 대책 가운데 가장 ‘애매’한 대목이 종합부동산세다. 우선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에는 아무 효력이 없다. 세율도 높였지만 현재의 공시가격 수준으로는 다주택자들에게 ‘고문’이 될 충격을 안겨주기는 부족하다. 이른바 고가아파트인 시가 14억 원짜리 연간 종부세는 144만 원이다. 시가가 30억 원을 넘어야 종부세가 1271만 원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그나마도 공동명의로 하면 세부담을 줄일 수 있다. 시가 30억 원짜리 아파트를 부부 공동명의로 하면 시가 15억 원짜리 두 채가 된다. 각각 1271만 원이 아닌 각각 150여만 원의 종부세만 내면 된다.
관건은 공시가격 현실화다. 현재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시가반영율은 서울 강북 70%대, 강남이 5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시장가액 80%를 적용하면 과표의 시가반영률은 강북 50%대, 강남 40%대다. 정부가 전년 대비 보유세 부담 상한액을 150%에서 300%로 높이겠다고 한 것은 아주 빠른 속도로 과표를 현실화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 부동산 시장 ‘안갯속’으로
9·13대책에도 시중의 막대한 부동자금이 갈 곳이 없다는 점은 여전하다. 시중금리가 오른다면 예금으로 갈 수 있지만 돈 빌려줄 곳이 줄어든 은행들이 예금유치에 적극적일 가능성은 낮다. 상업용 건물, 토지 등은 9·13대책의 범위 밖이다. 이른바 ‘큰손’이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3차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경협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변수다. 규제가 개인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사모펀드, 부동산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 역시 유망한 채널이다.
최열희 언론인
9·13대책에 은행들 울상 앉아서 따박따박…‘꿀수익’ 다 막혔네 9·13대책에서 종합부동산세를 제외하면 대부분 대출 관련 규제다. 부동산대책이라기보다 금융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그래서 은행들이 울상이다. 안전하게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임대사업자 대출이 모두 막히게 되어서다. 국내 은행들의 전년 동기 대비 전세대출 증가율은 2016년 25.1%, 지난해 27.9%, 올해 2분기 37.2%에 달한다. 같은 기간 부동산 임대업 대출도 15.1%, 12.1%, 10.7%씩 성장했다. 지난해 6.0%로 증가율이 대폭 둔화된 주택담보대출을 상회한다. 가계대출에서 은행들의 마지막 돌파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금리를 통제하려는 금융당국의 압박도 피할 만한 명분이다. 기준금리가 1.25%였던 2016년 국내 은행들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1.89%였고, 순이자마진(NIM)은 1.68%였다. 한은이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1.5%로 올리자 예대금리차는 1.92%, NIM은 1.85%로 올랐다. 최근 시장금리 하락에도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는 요지부동이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대책이 단기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킬 수는 있지만 저금리로 불어난 유동성이 당장 부동산 외에 딱히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다. 지난해 11월 한은이 한 차례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이미 시장금리는 그 이전으로 돌아갔다. 외국인들이 공격적인 국내 채권을 매수하면서 시장금리를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한은은 그동안 경기훼손을 우려해 기준금리 인상을 주저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금리인상을 언급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11월께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하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려도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고용 등 경제지표가 여의치 않아서다. 국제 달러인출기(ATM)로의 명성과 국내 안전선호 현상이 겹쳐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장금리 상승이 제한된다면 하방경직성이 확인된 은행들의 NIM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