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유기동물 보호소가 각종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천안시 유기동물 보호소 모습. 출처=보호소 운영사업자인 비영리사단법인 ‘동물과의 아름다운 이야기’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충청남도 천안시는 매년 공모를 통해 유기동물 보호사업 위탁사업자를 선정, 보호소 운영·관리를 위임한다. 현재 천안시 유기동물보호소 소장은 이경미 대표다. 그가 창설한 비영리사단법인 ‘동물과의 아름다운 이야기’(동아이)가 지난 2016년부터 매년 위탁사업자로 선정돼 보호소 운영을 도맡고 있는 것. 2013~2015년도 이 대표는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위탁사업을 진행했다.
천안시 유기동물보호소는 유기동물을 안락사하지 않는 모범적인 보호소로 꼽힌다. 그러다 보니 외부로부터 받는 후원·지원도 상당하다. 이경미 소장의 경우 지난해 ‘제2회 대한민국동물보호대상’ 시상식에서 유기동물 생명권 확보와 인식 개선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으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기까지 했다. 유기동물업계에선 ‘천사’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문제는 천안 유기동물보호소가 각종 위법행위를 저질러 시 보조금을 부정 수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유기동물 보호·관리 시스템에서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동일한 유기동물이 이중으로 등록된 경우가 허다했다. 유기동물의 기본정보인 품종·성별·사진 등은 동일한데 신고·구조일이나 신고자, 분양자가 서로 달리 기입된 ‘보호동물 개체관리카드’가 다수 존재하는 것. 시는 보호소가 처리하는 유기동물 한 마리당 12만~16만 원가량의 보조금을 위탁사업자에게 지원한다. 이는 보호소가 동일한 유기동물을 중복 등록해 보조금을 이중·삼중으로 타냈다는 의혹으로 연결된다.
해당 사업에 관여하는 익명의 관계자 A 씨는 “이는 극히 일부 사례로 2016년과 2017년만 봐도 이런 경우가 70~80건이 나온다”며 “치료비 명목으로 보조금을 더 받고자 건강이 양호한 유기견의 진료차트에 과다 치료 기록을 기입한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전 충남 동물보호 명예감시원 B 씨는 “이러한 사례가 2013년부터 나타나고 있으며 실수로 동일한 동물사진을 사용했다고 보기엔 기입된 신고·구조 시일이 1년 이상씩 차이가 난다”며 “한두 달 차이면 이해가 될 수도 있겠다”고 지적했다. 2018년 3월 기준으로 보호소에 보호 중인 유기동물 수가 시스템상에서 3600여 마리에 이르렀던 점도 이러한 의심을 뒷받침한다. 실제 보호 중인 유기동물 수는 500여 마리에 그친다.
보호소가 허위 등록된 유기동물을 처리하기 위해 시스템상에서 특정 1인에게 유기동물을 대거 분양 보낸 정황도 나온다. 보호소 전 직원 C 씨의 어머니는 본인 앞으로 76마리의 유기동물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C 씨는 “시에서 어머니 포함 11인에게 보낸 공문을 통해 이 사실을 알았다”며 “어머니가 실제 입양한 1마리를 제외하고 75마리의 관리번호를 조회해 보니 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동물, 죽은 동물, 이미 다른 곳으로 입양 보낸 동물들이 일부 섞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보호소는 ‘1인당 3마리(연간 10마리)를 초과해 분양할 수 없다’는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까지 도용한 셈이다. 시스템 처리를 위해 작성하는 분양신청서엔 분양자의 신분증, 생년월일, 성별 등 개인정보를 기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천안시가 보호소 전직 직원 어머니를 포함한 11인에게 대거 분양한 유기동물 관리실태를 제출하라고 보낸 공문. 제공=전직 직원 C 씨
이경미 소장과 친분이 있는 지인에게도 유기동물이 대거 분양 처리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익명의 관계자 A 씨는 “유기동물 관리 시스템에서 자주 거론되는 분양자 이름을 기준으로 일부 자료를 정리한 결과 이 소장의 친구, 개인 봉사자, 동아이 관계자 등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적게는 60두, 많게는 140두까지 분양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전직 직원 C 씨의 어머니처럼 시스템상 필요에 의해 처리된 것도 있고, 실제 대거 분양된 동물들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 분양된 일부 유기동물들은 시스템상에서 분양처리된 뒤, 돈을 받고 외부에 판매되기도 했다. 과거 ‘더캣’이라는 고양이카페 운영 사업자이자 동아이 이사인 D 씨에게 분양간 유기동물들이 그 일례다. 외부에서 돈을 받고 분양을 마친 유기동물을 시일이 지난 뒤 시스템상에서 다시 입양처리한 경우도 적지 않다. 심지어 유기동물 관리 시스템상에서 자연사 처리된 동물이 블로그에서 분양되기도 했다. A 씨는 “동아이 대표인 이경미 소장과 동아이 이사 간 내부거래로 볼 수밖에 없다”며 “한 마리의 유기동물로 16만 원가량의 시 보조금과 5만~20만 원의 분양비를 동시에 탄 셈”이라고 비판했다.
시에 대한 비난도 적지 않다. 유기동물 보호 사업을 총괄하는 천안시가 보호소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것. 천안시 관계자는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것은 인정하며 다시 경찰 수사가 들어간 만큼 그 결과에 따라 지정취소 등 행정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문제가 하도 많다보니 내년도 사업자는 다른 쪽으로 돌릴 계획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소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 소장은 “우리는 안락사를 안하다 보니 관리해야 하는 개체수가 상당히 많다. 서류처리에 제대로 신경을 쓸 수 없어 사진을 실수로 중복 사용하거나 시스템 등록을 뒤늦게 해 보호 개체 수가 증폭한 것”이라며 “이중·중복 공고와 관련해선 이미 1차로 무혐의처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특정인에게 대거 입양 보낸 건 3000여 마리에 육박하는 보호 개체 수치를 빨리 처리하라는 시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과거 분양자들 앞으로 분양 처리한 것”이라며 “일부 분양자들은 보호소 짐을 덜어주겠다며 실제 대거 분양해 이들을 관리·보호하며 추후에 다른 이들에게 책임 분양비를 받고 분양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
밥그릇엔 구더기가 들끓고…동물 방치 학대 의혹까지 이경미 소장이 위생관리에 신경을 안 쓰고 유기동물을 방치 학대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전 직원들과 봉사자들에 따르면, 유기동물이 지내는 철장엔 배변이 그대로 있었다고 한다. 밥그릇 등엔 구더기도 가득했다. 한 유기견은 철장에 죽은 채 방치되기도 했다. 피부병이나 상처 등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유기동물들도 더러 있었다. 봉사자들이 최근 보호소에서 찍은 사진. 1=배변이 치워지지 않은 철장에서 죽은 채로 방치된 유기견, 2=구더기가 가득한 사료 그릇, 3=피부병을 치유받지 못한 유기견. 보호소 전 직원 E 씨는 “일부 봉사자 학생들이 보호소 위생이 엉망이라며 보낸 몇몇 사진을 보고 지난 9월 1일 전 직원들끼리 다 같이 청소도 하고 일도 가르쳐주자며 보호소를 찾아갔던 적이 있다”며 “헌데 당시 상태는 사진에서 나타난 것보다 더 심각했다”고 말했다. 연보라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 충북지회 본부장은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삭을 대로 삭은 배변에서 나온 암모니아 가스로 눈을 뜨기 힘들 정도였다”며 “67마리의 유기동물이 있는 지하 1층은 햇빛과 바람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경미 소장은 보호소 직원들이 6~7월 사이 한꺼번에 그만두면서 관리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500여 마리에 이르는 유기동물 보호가 소홀해지는 건 당연하고 구더기는 하루, 이틀만 지나도 쉽게 생긴다”며 “1층을 청소하다 보면 2층에 죽은 애를 뒤늦게 발견할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사체 방치라고 보는 건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또 “전 직원들이 나를 공격해 몰아내고 보호소를 차지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