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편에서는 이 대표가 ‘혁신성장’의 상징으로 방북 자격이 있느냐는 비난도 나온다. 이 대표가 이끄는 업체들이 택시운수업계의 생존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의 방북을 계기로 이 대표에게 거는 기대와 비난이 엇갈리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위워크 서울역점에서 열린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이재웅 혁신성장 공동본부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에서는 청와대가 이재웅 대표를 방북단에 포함시킨 것은 북한이 원하는 4차 산업혁명 ‘단번 도약’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방북단에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이 포함된 것도 같은 이유다. 단번 도약은 순차적인 경제발전 대신 IT산업을 통해 단번에 도약을 하겠다는 북한의 경제성장 전략이다. 쏘카 관계자는 “대표님은 쏘카의 대표라기보다 벤처 1세대이자 혁신성장본부장 자격으로 방북단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2일 기획재정부(기재부)의 민관합동 혁신성장본부의 민간본부장에 선임됐다.
이 대표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로서 국내 ‘IT 벤처 1세대’로 꼽힌다. 2007년 다음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2008년 소셜벤처 엑셀러레이터 ‘소풍’을 설립, 2016년 투자사 ‘옐로우독’을 창업했다. 이 대표가 기업경영을 다시 시작한 건 다음 대표에서 물러난 지 11년 만인 지난 4월 쏘카 대표이사를 맡으면서다. 쏘카는 2011년 설립된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현재 국내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내 승차공유(카풀) 서비스 1위 ‘풀러스’의 최대주주이기도 한 이 대표는 벤처투자사 ‘에스오큐알아이(SOQRI)’의 설립자로 쏘카와 풀러스에 초창기 때부터 투자를 해왔다.
현재 쏘카 지분은 최대주주 SOQRI가 30.93%를 보유하고 있으며, SK㈜가 27.93%, 이 대표가 창업한 소셜벤처전문투자사 에스오피오오엔지가 14.85%를 보유하고 있다. 풀러스는 SK㈜가 20%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으며, SOQRI가 19%, 옐로우독산책하다투자조합이 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SK㈜가 두 회사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에 대해 기업공개(IPO) 및 인수 전망까지 내놓으며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이 같은 이력만 보면 이재웅 대표가 북한의 ‘단번 도약’을 도울 인사로서 방북단에 포함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업계에서도 이 대표의 혁신성장 민간본부장 선임과 방북을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다. 이 대표가 혁신성장을 주도하면서 업계를 옥죄고 있는 규제들을 푸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이 대표의 방북을 비롯해 이전에도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이 공직을 맡는 등 현 정권에서 스타트업 규제 혁신이 원활히 추진되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며 “정부가 주요한 의제로 보고 IT 신사업 및 스타트업과 관련해 주요한 포지션을 맡겨주는 것에 대해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아직 기존 업계와 갈등을 풀지 못한 정부가 혁신성장을 이유로 스타트업계의 손을 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부처는 기존 업계와 스타트업계 양측을 한 테이블에 앉히는 데 성공한 적 없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양측의 상생을 주제로 해커톤(끝장토론)을 열었으나 택시노조를 설득하지 못했다.
택시노조 관계자는 “이 대표가 혁신성장본부장으로 선임됐을 때부터 부정적으로 봤다”며 “앞으로 행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4차산업이나 혁신성장을 이유로 서민경제를 침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스타트업계에서는 ‘규제개혁’이라 표현하지만 기존 운수업계는 이미 정부의 규제 아래 운영돼 왔는데, 신사업이라는 이유로 규제하지 않는 것은 기존 종사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혁신성장본부를 운영 중인 기재부와 여객운수법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국토부) 간 엇박자도 여전한 상황이다. 승차 공유 서비스 관련 스타트업은 앞서 국토부가 불법으로 규정해 미국의 우버가 2015년 사실상 국내에서 철수한 바 있으며, 한국형 우버를 표방한 ‘차차’ 또한 불법 논란에 휩싸여 국토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 대표가 각각 대표와 최대주주로 있는 쏘카와 풀러스가 진행하는 차량공유·카풀서비스는 택시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심지어 이 대표가 혁신성장본부 민간본부장으로 선임되자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을 포함한 4개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자가용 불법영업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사회적 경제적 약자인 택시 종사자의 생존권 보장 요구에 대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집단으로 치부한다”며 “사회적 논란의 상대방인 사기업의 대표를 정부기관의 대표로 선임하는 것이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경제성장을 주도해야 할 정부의 자세인지 묻고 싶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풀러스도 불법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시는 풀러스가 도입한 ‘출퇴근 시간 선택제’가 위법이라고 판단, 풀러스의 카풀 서비스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에 조사를 요청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에서는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유상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 알선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지만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를 예외로 두고 있다. 풀러스는 이용자마다 출퇴근 시간이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시간선택제’를 도입해 사실상 24시간 영업을 해 택시업계의 반발을 샀다.
재계에서도 이 대표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정부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대기업들은 앞다퉈 카셰어링을 비롯한 공유경제 관련 신사업에 도전, 투자를 늘리고 있다. 공유경제 관련 신사업에 투자 중인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에서 오픈오피스(창업자 1인 사무공간)를 제공하는 등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저비용 고효율의 방향에서 공유경제 관련 IT 신사업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