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팎에서 논란이 된 명성교회 부자 세습 판결이 재심에 들어가게 됐다. 사진은 명성교회 내부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9월 10일 예장통합은 전북 익산 이리신광교회에서 제103회 총회를 열었다. 3일간 진행된 이번 총회에서는 ‘명성교회의 담임목사직 세습’이 핵심 안건으로 다뤄졌다.
지난달 예장통합 재판국은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의 담임 목사직 위임 청빙 결의가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현행 교회 헌법 상 이미 ‘은퇴한’ 목회자 자녀의 청빙을 제한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재판국의 결정은 교회 안팎으로부터 ‘세습방지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거센 질타를 받았다.
결국 명성교회 담임목사직 청빙안은 한 달여 만에 원점으로 돌아오게 됐다. 총회 둘째 날인 9월 11일, ‘은퇴한 김삼환 목사에게 세습금지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헌법위원회의 해석을 두고 무기명 투표가 진행됐다. 투표 결과 총인원 1360명 중 반대 849표, 찬성 511표로 ‘헌법위의 해석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이 났다. 이어 12일 재판국 보고에서는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지 못한 재판을 한 재판국원들을 바꿔야 한다’며 재판국원 15명의 전원 교체가 결정됐다.
총회 결정에 따라 앞으로 진행되는 명성교회 세습 재심은 새로운 재판국원들이 맡게 될 예정이다. 9월 7일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는 명성교회의 세습을 인정한 판결에 대해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반연)’ 관계자는 “총회의 결의는 큰 줄기의 결정이며 본격적인 싸움은 지금부터다. 다만 노회는 총회의 해석을 근거로 판결을 내려야하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노회의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성교회는 이어지는 재심에서도 김하나 목사의 청빙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회법원에 재판을 신청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명성교회로서는 사실상 교회가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끝낸 상황이기 때문이다.
명성교회 관계자는 “청빙위원회, 당회, 공동의회를 거치며 지극히 민주적인 절차로 김하나 목사를 청빙했다. 능력도 안 되는데 아들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청빙을 강행한 경우와는 전혀 다르다”며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청빙을 허락받았음에도 다수결로 번복시키는 건 마치 국회에서 대법원 판결을 뒤엎는 격이다. 이런 상식적이지 않은 폭권이 계속된다면 당연히 일반 법원을 통해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교단 헌법위원회에서 ‘이미 은퇴한 목사의 위임은 왈가왈부해서는 안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우리는 당시 그런 해석이 있었기에 김하나 목사를 청빙할 수 있었다”며 “교회의 자율성 문제를 떠나 판단하더라도 법적인 틀 안에서 문제가 될 부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교회 내부에서는 재심 결과에 따라 명성교회가 교단을 탈퇴하거나 새로운 교단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공식입장을 밝힌 서울노회처럼 교단 내부에서 김삼환·김하나 목사의 탈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데다가 다른 교단 입장에선 막강한 물적·인적 자본을 갖춘 명성교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개신교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세습 논란으로 인해 교단 내에서 이미 명성교회의 정통성은 훼손되었기 때문에 명성교회로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교단을 만들어 기존 교단과의 불협화음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명성교회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무슨 추측이 안 나오겠는가. (교단 탈퇴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하고 있는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명성교회는 지금의 세습방지법은 제정 과정 자체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세습방지법 자체가 충분한 법리적 검토를 거치지 않은 ‘표적 법’이라는 것이다. 교회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모든 법은 1년 정도는 자체 심의·연구 기구를 통해 검토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98회 총회에서 세습방지법이 만들어질 때는 그렇지 않았다”라며 “당시 법 전문가가 ‘이런 식으로 법을 만들면 훗날 문제가 생긴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군중심리와 부흥하는 명성교회에 대한 질투로 법 제정을 밀어 부쳤다”고 주장했다.
교계 관계자들은 명성교회 세습 논란이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나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반연 관계자는 “목사 위임과 청빙은 노회에서 결정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서울동남노회의 재론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서울동남노회는 사실상 ‘사고노회(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 하는 노회)’ 상태”라면서 “일단은 김수원 목사가 노회장 자격을 획득하는 등 노회를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이 문제가 처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