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평양공동선언서에 서명한 뒤 펼쳐 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도출된 남북 정상 간 ‘평양공동선언문’은 크게 여섯 가지 골자로 이뤄졌다. 그 내용은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군사 분야 부속합의서 포함) ▲민족경제 발전 ▲남북 이산가족 문제 해결 ▲남북 화해와 단합을 위한 다양한 분야의 협력 및 교류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 등이다.
이 중 핵심은 역시 군사 분야인 첫 번째와 비핵화와 관련한 다섯 번째 내용이다. 우선 첫 번째 군사 분야 합의내용은 ‘종전’을 위한 남북 간 군사적 선제 조치라 할 수 있다. 남북 군사 수장이 합의한 부속합의서에 따르면, 남북은 ▲군사적대행위 중지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평화수역화 및 어로활동 보장 ▲남북 교류 및 접촉을 위한 군사적 보장 ▲남북 군사적 신뢰구축 등이다.
이 합의사항을 위해 남과 북의 군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으며, 군사분계선 일대의 상호 겨냥 군사연습을 중단하기로 했다. 또한 양측은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한편, 그동안 예민했던 NLL 문제와 관련해 서해상 평화수역 및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했다. 여기에 공동경비구역의 비무장화와 남북공동유해발굴을 시범적으로 진행한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군사 분야의 합의 내용에 비춰볼 때, 공식적인 ‘종전선언’에 앞서 이미 남과 북 사이에서 1차적 단계의 ‘종전’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다만 합의에 대한 실제 이행 여부는 좀 더 지켜볼 대목이기에 섣부른 해석을 경계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확실한 것은 이번 군사 합의가 ‘종전’을 향해 가는 길 가운데 실질적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역시 세계의 모든 이목은 다섯 번째 합의사안인 ‘비핵화’ 협의 내용에 집중됐다. 회담에 앞서 청와대가 발표한 공식의제에 ‘비핵화’가 포함되면서 국내 안팎에서 기대감을 북돋게 했다. 그동안 북한은 ‘비핵화’ 협상의 대상으로 종전 협상 대상국인 미국만을 인정해왔다. 4·27선언 당시 비핵화에 대한 남북의 노력이 내용적으로 포함됐지만, 이는 선언적 의미에 가까웠다. 남북회담에 공식 의제로 ‘비핵화’가 포함됐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실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청와대의 이번 남북정상회담 동행 요청을 거절했지만,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공식 의제로 ‘비핵화’가 포함됐다는 것 자체는 진전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일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직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그 결과를 두고 만족감을 표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확실하게 약속한 것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의 영구 폐기뿐”이라며 “영변 핵시설의 폐기는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할 때 이루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남북 정상 간의 이 같은 합의는 물론 북한 비핵화의 진전에 일정 부분 기여하기는 하겠지만, 미국의 대북 강경파들을 얼마나 만족시킬지 의문”이라고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했다.
정성장 본부장이 언급하듯 결국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한 미국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과 액션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곧바로 이번 회담 결과를 들고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정성장 본부장은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메시지의 내용에 따라 올해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만약 올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북미 간에 더욱 진전된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1차적인 반응은 나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공동선언문 발표 직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종 협상을 조건으로 핵사찰을 허락하고, 국제 전문가들 앞에서 시험장 및 발사대를 영구히 해체하기로 합의했다“라며 ”발사체 및 핵실험이 없을 것이며, 참전 전사자들도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한 시점이 현지(미국) 시각으로 자정을 넘겼다는 사실을 놓고 볼 때, 그가 이 회담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가졌는지 익히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의원장이 일궈낸 진일보된 공동 결과물의 ‘공’은 이제 태평양 건너 미국으로 건너간 상황이다. 북미 간 실질적인 핵 폐기 로드맵 도출과 그에 따른 ‘종전’ 협상이 다시금 이어질지 유심히 지켜볼 대목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분단 이후 최초 북한 최고지도자 서울 방문 성사될까? 이번 평양공동선언문에서 대중들이 가장 관심을 가진 부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 합의 내용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 서울을 방문하겠다고 합의했다. 그 ‘가까운 시일’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올해 안’으로 못 박았다. 이에 따라 올해 네 번째 남북정상회담은 사상 최초로 남한의 수도 ‘서울’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졌다. 이미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첫 번째 정상회담에서 판문점의 남측 구역을 방문해 분단 이후 최초로 남한 지역을 방문한 북한 최고지도자로 기록됐지만 아직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한의 심장부인 서울을 방문한 사례는 없다. 물론 이전에도 북한 최고지도자가 서울을 방문할 기회는 있었다. 지난 2000년 6월에 있었던 고 김대중 대통령과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6·15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선언문 말미엔 김 대통령의 초청으로 김 위원장이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남북은 일련의 협력 과정 속에서도 ‘민족공조’와 ‘한미동맹’이란 보이지 않은 온도 차를 드러냈고, 2002년엔 연평해전까지 겹치면서 실제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행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만약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한다면, 아버지가 행한 약속을 18년 만에 지키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두고 여러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난생 처음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방문 경로를 두고 ‘하늘 길’을 택할지 아니면 ‘육로’를 택할지, 김여정·리설주 동행 여부를 포함해 북측의 수행명단은 누구일지, 의전은 어떻게 진행될지, 북에서 파견한 경호 인원 및 그 방식, 서울 내 어떤 곳을 방문하고 일정 중에는 어떤 프로그램이 포함될지 그리고 이틀 이상 머물 경우 숙소는 어느 곳을 택할지 심지어 평양냉면과 대응할 우리 측의 준비 식사 메뉴는 무엇이 될지 등 세부적인 것까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