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붐’은 유튜브 채널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TV의 BJ 감스트, 슛포러브 등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엄청난 섭외력으로 이천수, 박지성 등 유명 선수들과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MBC와 SBS 등 지상파 방송들과 협력한 콘텐츠들도 만드는 중입니다.
하지만! 최근 색다른 영상과 전문적인 콘텐츠로 주목을 받는 유튜브 채널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스타 유튜버들의 거대한 파고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습니다. 실전 축구 기술을 상세히 가르쳐주거나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대회를 개최한 유튜브 채널이 그 주인공입니다.
황희찬 선수가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바레인 전에서 프리킥을 준비하고 있다. KBS 캡처
8월 15일(한국시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 황희찬 선수(함부르크)는 포물선을 그리는 멋진 프리킥으로 한국 대표팀의 여섯 번째 골을 넣었습니다. 오른쪽 골대 구석으로 향하는 슈팅에 골키퍼는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황희찬 선수는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또 다시 결승골을 넣으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황희찬 선수의 놀라운 경기력 속에는 ‘숨은 일인치’가 있었습니다.
2018년 9월 1일 유튜브 축구 전문채널 ‘JK 아트사커 온라인’은 “황소, 황희찬의 축구 연습”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황희찬 선수(좌)와 전권 감독의 훈련 모습. JK 아트사커 온라인 캡처
전권 감독이 영상에서 “저기 보고 감아 차야지”라고 외치면서 슛을 한 순간, 바로 옆에 서있는 청년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 청년은 전권 감독이 가르친 대로 고개를 골대 오른쪽 방향으로 돌리고 끊임없이 프리킥 연습을 합니다. 공이 골대의 사각지대로 빨려 들어갈 때는 환호성을 내지르고 골대 밖으로 벗어날 때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청년의 이름은 ‘황희찬’, A 대표팀의 축구 선수입니다.
‘JK 아트사커 온라인’이 전권 감독과 황희찬 선수의 프리킥 훈련 영상을 공개한 것입니다. 영상 속에서 전권 감독이 프리킥 자세를 가르쳐주면, 황희찬 선수는 반복해서 슛 연습을 합니다. 황희찬 선수의 슛은 점차 포물선을 그리면서 골대 오른쪽 상단에 정확히 꽂힙니다. 결국 황희찬 선수는 전권 감독이 교육한 자세 그대로 아시안게임 바레인 전에서 골을 기록했습니다.
황희찬 선수(좌)와 전권 감독의 훈련 모습. JK 아트사커 온라인 캡처
누리꾼들은 영상에 열광적인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영상의 조회수는 9월 20일 현재 약 250만 회입니다. 누리꾼 현 아무개 씨는 “황희찬 선수를 월드컵 때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고 반했는데 프리킥 보고 또 반했다”며 “전권 감독이 가르쳤다니 상상도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누리꾼은 “황희찬 선수는 많은 득점보다는, 돌파형이나 라인 파괴를 잘하는 선수로 많이 알려져 있었다. 이번에 아시안 게임에서 프리킥 골을 보고 ‘원래 이렇게 질하는 선수였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게 전부 연습의 결과였다는 점이 대단하다“고 덧붙였습니다.
‘JK 아트사커 온라인’ 관계자는 “황희찬 선수는 이미 프로선수가 된 다음에 우리를 찾아왔다. 우리가 잘 가르쳐서 아시안게임에서 골을 넣은 것은 아니다”면서도 “몇 가지 포인트를 잡아 교육을 한 것은 사실이다. 국가대표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황희찬 선수는 배움에 대한 열정이 깊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대표 소집 때 국내로 들어오면 우리를 찾아와서 꼭 배우려고 한다”며 “황희찬 선수는 포항 유스 시절부터 전권 감독을 만났다. 당시 부모님을 통해서 교육을 진행했고 지금은 호형호제하는 관계다. 매우 친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전권 감독이 무회전 프리킥을 교육하는 모습. JK 아트사커 온라인 영상 캡처
전권 감독은 ‘JK 아트사커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유망주는 물론 일반인들에게 축구 기술을 가르쳐왔습니다. 그는 2010 세계 프리스타일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했고, 아트사커 세계에서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지닌 스타입니다. 과거 ‘JK 아트사커 아카데미’는 축구 기술 교육 영상을 자체 홈페이지에서 유료로 공개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JK 아트사커 온라인’ 채널에서 전권 감독의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2018년 5월 5일 올라온 “호날두가 질투하는 무회전 슛 꿀팁”이란 영상은 약 8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전권 감독은 영상에서 “공의 정중앙에 파랑색 스티커와 바로 아래쪽에 노란색 스티커를 붙였다”며 “슛을 할 때 파란색 스티커 부분을 발로 차면 공이 대굴대굴 굴러가지만 노란색 스티커를 맞추면 볼이 위로 뜨면서 무회전 슛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JK 아트사커 온라인’은 뱀 드리블, 무회전 슛과 같은 화려한 축구기술을 아마추어 축구 매니아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JK 아트사커 온라인’ 관계자는 “축구선수도 사람이다. 선수들도 밥만 먹고 그것만 차는데도 슛이 골대로 향하지 않는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우리 나름의 교육철학이 있다”며 “온라인 유료 강좌의 사업 부분을 축소하고 유튜브로 전환했다. 나름의 데이터가 쌓이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이 더욱 좋아졌다”고 밝혔습니다.
고알레 캐논슈팅 챌린지 참가자들이 모인 모습. 고알레 유튜브 영상 캡처
‘고알레(GoAleFootball)’는 아마추어 축구 매니아들을 위한 영상으로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특히 일반인을 상대로 대회를 개최하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영상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2018년 8월 14일 올라온 “일반인들의 슈팅 속도는?”이라는 영상의 조회수는 9월 20일 현재 약 110만 건입니다.
영상의 주제는 ‘고알레 캐논슈팅 챌린지’로 일반인들이 슈팅 속도를 겨루는 대회입니다. 영상에서는 초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수많은 참가자들이 작은 골대 앞에 앉아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골대 뒤에 슈팅 속도를 재는 스피드건이 있습니다. 중등부의 한 학생이 빠르게 달리다가 공을 찬 순간 ‘퉁’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학생의 슛 속도는 무려 99km, 참가자들의 떠나갈 듯한 함성소리가 영상에 그대로 담겼습니다.
고알레 캐논슈팅 챌린지 참가자들의 경기 모습. 고알레 유튜브 영상 캡처
당시 성인부 2등에 입상한 참가자는 “정말 이벤트가 너무 재미있었다”며 “이번엔 아쉽게 2등을 했지만 더욱 갈고 닦아서 다음 챌린지에서는 1등을 하겠다. 영상에 출연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고알레 채널에서는 유명 축구 선수가 등장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회 영상은 아마추어 축구 매니아들에게 입소문을 타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장희석 씨(콘텐츠 담당)는 “슈팅 속도는 평소에 궁금해 하던 부분이다. 직접 재보려고 속도계를 샀다가 ‘일반인들의 속도는 어떨까’라는 궁금증 때문에 대회를 기획했다”며 “당시 사람들이 너무 재밌어 했다. 이때까지 프로선수의 속도 말고, 일반인의 속도를 다룬 콘텐츠가 없었다. 좋은 반응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트레인 위드 알레’ 모습. 고알레 유튜브 영상 캡처
고알레의 또 다른 강점은 ‘트레인 위드 알레’입니다. ‘트레인 위드 알레’는 일반인들이 단체로 모여 훈련을 받는 모습을 담고 있는 영상입니다. 일반인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축구 기술이 나옵니다. 2016년 12월 19일 올라온 ‘아마추어 축구에서 100% 통하는 드리블’이란 영상의 조회수는 약 130만 건, 월드컵과 아시안 게임의 축구 ‘붐’을 타고, 영상의 조회수는 최근 더욱 급상승했습니다.
영상에서는 문홍 감독(STV FC)이 ‘캥거루 드리블’을 교육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문홍 감독은 “공격적인 드리블을 하기 위해서는 공을 자신이 소유해야 한다”며 “만약 오른발잡이라면 왼발인 디딤발이 먼저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오른발이 따라와야 한다. 캥거루 드리블은 볼 소유가 쉽고 방향 전환하기에 좋아 수비수를 쉽게 속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누리꾼들은 ‘일대일 상황에서 뺏기지 않는 방법’ 등 고알레의 수많은 ‘꿀팁’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앞서의 장희석 씨는 “고알레는 순수한 아마추어 선수부터 프로를 경험한 선수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재들로 구성돼 있다”며 “이러한 장점이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었다. 아마추어들이 재미있어 하고 공감하는 콘텐츠는 물론 프로 축구 선수들에게도 흥미를 끌 수 있는 기발한 영상도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레인 위드 알레’ 교육 모습. 고알레 유튜브 영상 캡처
고알레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지상파를 뛰어넘는 화려한 영상 편집 기술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잘못된 자세로 드리블을 하는 영상에서는 ‘X‘자라는 표시가 화면 전체를 가득 메웁니다. 바른 자세에는 ‘O’라는 표시가 나옵니다. 드론 촬영으로 전술적인 움직임을 분석하는 영상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장희석 씨는 “고알레는 아마추어를 위해 태어난 브랜드”라며 “프로 선수들은 본인의 플레이가 담긴 영상을 쉽게 소장할 수 있는 반면, 아마추어 선수들은 그러지 못했다. 이러한 분들의 마음을 담아 고알레를 기획했다. 드론이 대중화가 되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 높은 수준의 영상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JK 아트사커 온라인’과 ‘고알레’, 두 채널은 유튜브 축구 매니아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축구 매니아 여러분, 멋진 오버헤드 킥은 이제 더 이상 유명 축구 선수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