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야구 국가대표팀. 연합뉴스
[일요신문] 프로스포츠 시장에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프로스포츠 넘버원’ 프로야구 관중이 감소한 반면 아시안게임-A매치로 이어지는 호재에 K리그는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과연 양대 프로스포츠의 관중 변화는 어느정도일까.
#대표팀 이슈가 국내 리그로
변화의 기점에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자리하고 있다. 두 종목은 동반 금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대회 시작 이전부터 뭇매를 맞았다. 일부 선수 선발에 대해 불공정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대회 기간 리그를 중단하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금메달 획득으로 사그라들 줄 알았던 비판은 이후로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자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한국야구미래협의회 구성 계획을 밝혔다.
반면 수년간 침체기를 겪었던 축구계는 전에 없던 관심을 받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비록 1승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피파랭킹 1위 독일을 잡으며 박수를 받았다. 아시안게임에서는 극적으로 금메달을 거머 쥐었다.
5년만의 A매치 전석 매진을 기록한 지난 7일 고양종합운동장. 사진=대한축구협회
달라진 분위기는 지난 7일과 11일 열린 A매치에서 느낄 수 있었다. 파울루 벤투 신임 감독 부임 이후 첫 경기에서 축구팬들은 코스타리카전이 열린 고양종합운동장, 칠레전이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 모두 전석 매진으로 화답했다. 지난 2013년 브라질과의 친선전 이후 5년만의 매진이었다. 2경기 사이에 열린 ‘오픈 트레이닝’에서는 전날부터 밤을 새는 대기행열이 등장하기도 했다.
달라진 분위기는 대표팀의 활약에 국내 리그도 낙수효과를 누리고 있다. A매치 경기장을 마치 아이돌 콘서트장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던 어린 팬들 일부가 K리그로 유입됐다. 아시안게임 등에서 맹활약한 선수들에게는 더욱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관중 증감, 얼마나 될까
사과에 나섰던 정운찬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관중 감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9월 리그 재개 이후 관중 감소의 이유로 ‘리그 중단’을 언급했다. 4년 전인 지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에도 관중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리그를 중단하다 보니 야구를 계속 보다가 몇 주 안보게 되면 자연히 안보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시안게임 이후 재개된 4일부터 20일까지 경기당 평균 관중은 8749명이다. 아시안게임 이전까지는 1만 1278명이었다. 평균 2529명, 21.5%가 감소했다. 정 총재의 기자회견 당시보다 감소가 가속화되는 추세다.
아직 9월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8749명은 우려를 살 수 있는 수치다. 폭염으로 경기 취소 논의까지 나왔던 지난 8월보다 낮은 수치다. 이를 넘어 지난 2016 시즌부터 지난 3년간 월 평균 관중 최저치다. 정 총재가 예시로 들었던 2014년 아시안게임 이후 52경기 평균 8896명 보다도 낮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시민단체는 선 감독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특정 혐의가 드러날 가능성은 적지만 대표팀에 대한 싸늘한 대중들의 정서는 여전하다.
K리그에서도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하락이 아닌 소폭 상승이다. 최근 열린 K리그1 28라운드에서 이전보다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주 6일 경기가 열리는 야구와 달리 1~2회에 그치는 축구는 아직 수치를 내기엔 표본이 부족하다. 아시안게임 이후에는 A매치가 연이어 열리며 휴식기를 갖기도 했다.
지난 15일과 16일 열린 K리그1 28라운드에서 전북 현대와 전남 드래곤즈는 메인 홈구장이 아닌 전주종합운동장과 순천 팔마종합운동장에서 경기를 열어 관중 증감을 따지기가 모호하다. 이외에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는 지난 2일 27라운드에 4460명이 경기장을 찾았지만 15일 28라운드에는 7282명이 찾아왔다. 춘천송암스포츠타운 또한 615명에서 1118명으로 관중이 늘었다. 울산문수축구경기장도 지난 8월 25일 1만 103명에서 최근 1만 3224명으로 증가했다.
2부리그인 K리그2에서는 부산이 드라마틱한 변화를 경험했다. 아시안게임에서 우측 풀백으로 나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생애 처음으로 A대표까지 발탁된 김문환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8일 2006명의 관중이 찾았던 부산 구덕운동장에는 김문환이 돌아온 16일 2배가 넘는 4472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수년간 지속된 하락세가 반등을 하는 분위기이지만 축구계는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모양새다. 과거에도 월드컵 등 국제대회 이후 부흥기를 맞는가 했지만 이어지는 ‘실책’으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아산 무궁화(경찰 축구단)이 선수를 새로 뽑지 않기로 결정하며 K리그는 악재를 맞았다. 축구계가 오랜만의 호재를 어떻게 이어나갈 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김문환. 사진=부산 아이파크 월드컵 독일전 승리, 아시안게임 금메달,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등으로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일부 선수들의 인기 또한 상승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부산 아이파크 측면 자원인 김문환은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17년 부산에서 데뷔한 김문환은 잠재력을 인정받던 유망주 정도였다. 지난해 K리그2에서 30경기 출전 4득점을 기록했고, 올해 초 U-23 대표팀에 발탁돼 아시아축구연맹 대회에도 나섰지만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이후 그를 둘러싼 상황은 완전히 변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과정에서 활발한 움직임으로 팀에 일조한 그를 주목하는 팬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부산 구단도 그를 전면에 내세워 홈경기를 홍보했다. 굿즈를 판매하고 사인 이벤트 등도 벌였다. 지난 16일 김문환의 복귀 경기에는 직전 홈경기의 2배가 넘는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김문환은 이날 경기에서 패배 위기의 팀을 살리는 골까지 넣었다. 경기 이후로도 ‘김문환 데이’는 끝나지 않았다. 그를 기다리는 팬들과 2시간이 넘는 즉석 팬미팅 행사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수막을 직접 수거한 팬들의 인증샷. 사진=부산 아이파크 또한 홈경기 홍보를 위해 부산 곳곳에 내건 현수막을 팬들이 수거해 가는 일도 벌어졌다. 현수막에 김문환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구단도 얼떨떨해 하는 모습이다. 부산은 “관계자도 팬들의 문의에 설마 떼어가겠냐고 반신반의 했다. 하지만 홈경기 이후 현수막을 떼어간 팬들이 인증샷을 SNS로 보내왔다”고 밝혔다. ‘얼굴이 새겨져 있으면 아이스크림 껍질까지 모은다’는 아이돌 팬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