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동대로에서 글로벌 문화 축제인 C페스티벌이 열려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이 소개되고 있다. (기사와 관련없음)
2017년 9월 16일 남양주시에 있는 A 바이크 카페는 성대한 오픈식을 열었다. 유투브 공개영상에선 오토바이 수십 대가 A 카페 앞에 줄지어 주차돼 있다. 카페 내부에서는 빠른 비트의 음악과 함께 오토바이 매니아들이 오픈식을 즐기고 있다.
오토바이 헬멧을 걸 수 있는 거치대는 물론 곳곳에 오토바이 용품들이 보인다. 동호회원들이 ‘정기모임(정모)’를 할 수 있는 넓은 탁자도 있다. 바이크 카페는 오토바이 구매는 물론 수리와 정비까지, 오토바이 매니아들을 위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장소다.
6번 국도 사진. 네이버 캡처
하지만 카페 인근 지역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2018년 9월 16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 주변에 6번국도를 중심으로 집결하는 100여 대의 오토바이들로 인한 굉음공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청원자 A 씨는 “팔당대교 북단 6번 국도 인근에 오토바이 매장과 바이크 매니아들을 위한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주말과 평일에 바이크족들이 이곳을 찾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며 “이런 시설들이 바이크족의 매개체 역할을 하면서 아파트 주민들은 심각한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6번 국도는 인천광역시 중구에서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까지 이어지는 도로다. 전국에 있는 오토바이 매니아에게 ‘드라이빙’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만남의 광장이 이들의 집결 장소이기 때문이다. A 바이크 카페는 물론 오토바이 매장이 팔당대교 인근에 몰려있는 까닭이다.
문제는 6번국도 인근 주거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오토바이가 내뿜는 굉음 때문에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남양주시 주민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덕소사랑’에서는 소음을 성토하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덕소사랑’의 한 주민은 3월 13일 “자신이 취미생활 할 권리만 생각하고 다수가 집에서 편히 쉴 수 있는 권리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다른 주민은 9월 19일 “밤공기 선선해서 문 열어놓고 자면 오토바이 굉음에 애기가 깰 정도다. 문을 닫고 잘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6번 국도와 인근 아파트. 고성준 기자
기자는 9월 19일 오전 10시경 6번 국도 인근 아파트를 찾았다. 6번국도 위에서 오토바이들이 지나갈 때마다, 소음이 들렸다. 특히 6번국도 끝에서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가 아파트쪽으로 달려올 때면 오토바이의 소리가 상당히 컸다. 두 손을 귓가로 가져갈 정도였다.
H 아파트 한 주민은 “팔당대교 근처에 바이크 카페가 생긴 뒤로 오토바이들이 엄청 다닌다. 주말에는 줄지어 10대가 지나가는데 특히 할리 데이비슨 매니아들이 많다”며 “안 그래도 자동차 소음 때문에 골치가 아픈 마당에 오토바이 굉음까지 더해졌다. 주말에 차들이 정체되면 오토바이들이 그 사이로 휙휙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다른 주민은 “주말에 단체로 많이 지나다니는데 굉장히 시끄럽다. 도저히 못 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의 공인중개사는 오토바이 소음으로 인한 ‘집값 하락’을 우려했다. 공인중개사 B 씨는 “6번 국도 앞은 한강이 있다. 원래 강변은 집값이 5000만 원 정도 더 비싸다. 하지만 오토바이 소음 공해 때문에 저층은 집값이 떨어졌다”며 “오토바이 용품점, 수리점은 물론 최근에 카페까지 생기면서 너무 소음이 심해졌다. 강변에 사는 사람들이 많이 괴로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6번 국도를 달리는 오토바이. 고성준 기자
기자는 오후 2시경 팔당역 인근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토바이 매장, 수리점, 바이크 카페 등이 몰려있는 장소다. 매장 안에는 스쿠터부터 레플리카까지, 갖가지 종류의 오토바이들이 진열돼 있었다. A 바이크 카페 앞은 물론 매장과 수리점마다 주차된 오토바이들이 많았다.
앞서의 공인중개사는 “개발제한구역에서는 번지수가 대지가 아니면 무조건 불법이다. 팔당역 인근에 있는 오토바이 관련 가게 중 일부는 허가를 안 받고 영업을 하고 있다”며 “이행강제금을 감수하면서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A 바이크 카페 앞에 주차된 오토바이. 고성준 기자.
공인중개사가 지적한대로 A 바이크 카페는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토지이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A 바이크 카페가 지어진 토지는 ‘개발제한구역’이었다. 개발제한구역에서 건물을 신축하려면 개발제한구역 지정 당시부터 지목이 ‘대’인 토지여야 한다. 하지만 A 바이크 카페의 부지의 지목은 ‘잡종지’로 나왔다.
주민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지자체 측은 수수방관 중이다. 남양주시청 관계자는 “팔당대교 인근에 오토바이 관련 시설이 늘면서 소음이 심해진 건 사실이다. 개발제한구역에서 영업을 하고 있어 최근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사례도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철거 권한이 없다. 업체가 벌금을 내면서 계속 버티면 물리적으로 어쩔 도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A 바이크 카페 측은 “오토바이 소음이 우리 때문에 나는 것은 아니다. 카페를 지나가는 오토바이들이 훨씬 많다. 만남의 광장으로 향하는 오토바이일 뿐이다. 카페 쪽으로 들어오는 오토바이는 별로 없다”며 “개발제한구역 허가 여부는 대표만 알고 있어 자세히는 모른다”고 해명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