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과 국회법제실이 공동으로 개최한 용문산 포사격장 이전방안 마련을 위한 입법지원 토론회 발제자와 토론자들.
[양평=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양평군 최대 현안인 용문산 포사격장 이전방안 마련을 위한 입법지원 토론회가 양평군민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5선, 여주·양평)과 국회법제실(이용준 실장) 공동으로 개최됐다.
9월 21일 오후 2시 양평군농업기술센터 친환경농업교육관에서 개최한 이번 토론회는 정병국 의원을 비롯하여 정동균 양평군수, 이정우 양평군의회의장, 송요찬 부의장, 박현일, 황선호, 이혜원, 전진선, 윤순옥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 동안 진행됐다.
1984년에 조성된 양평 용문산사격장(20사단 종합훈련장)은 양평읍 신애리(77%)와 덕평리(15%), 옥천면 용천리(8%) 등 3개 마을에 걸쳐 총 470여 만㎡에 이르고 있다.
이날 토론회의 주요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정병국 의원은 개회사에서 “양평 종합사격장이 용문산에 자리 잡은 1954년 이후 양평 군민들은 소음과 분진, 화재와 폭격 위협에 시달려 왔지만 국가안보라는 대의를 위해 그 희생을 감내해왔다”며, “64년이 지난 지금은 지역 발전과 현대식 국방 강화라는 두 가지 목적을 위해 용문산 사격장 이전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토론회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정병국 의원이 토론회에 앞서 개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정동균 양평군수는 축사에서 “오늘 이 자리가 주민과 함께 주민의 입장에, 또 주민을 위한 군사시설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만들어지는 뜻 깊은 자리가 되길 바라며, 사격장이 지역 발전의 걸림돌에서 디딤돌로 변화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정우 의장 역시 “전투력 향상과 국가 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임에는 틀림없지만 사격장으로 인한 어려움이 점점 가중되고 있는 만큼 진지하게 사격장 이전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송종길 경기대학교 교수가 진행을 맡았으며, 주강식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 작전교훈처장이 <민관군 상생을 위한 앙평종합훈련장 이전방안 모색>을 주제로 첫 발제자로 나섰다. 주강식 처장은 발제에서 2019년 사업타당성 검토(연구용역), 2020~2023년 훈련장개발 후 훈련장을 이전하는 방안 등을 언급했다.
이어 허훈 대진대학교 교수가 <양평20사단 종합훈련장의 지역영향과 이전방안 모색>을 주제로 이어간 두 번째 발제에서는 국방군사시설이전 특별회계 확충, 권역별 사격장 및 훈련장 정비계획 활용, 특정군사시설주변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토론자로는 △이태영 용문산사격장폐쇄 범군민대책위원회 위원장 △김시년 양평군 덕평1리 이장 △류대석 양평군 특화도시개발과 과장 △오동진 현대로템 무인체계연구팀 선임연구원 △김홍준 국회 법제실 법제총괄과 법제관이 나서 다양한 의견과 방안 등을 논의했다.
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토론 참석자들.
그러나 토론회 중간에 마을 주민들이 “‘양평군민을 생각하지 않고 타당성이 없는 말을 하는 토론회가 한심하고 답답하다’ ‘포를 쏠 때마다 포 부대를 다 죽여버리고 싶다’ ‘그동안 주민들을 총알받이로 했으면 4천억이 아니라 4조가 들더라도 폐쇄해야 한다’ ‘왜 이전비용을 양평군에서 내야하나’ ‘십년 이십년 전에 했던 얘기를 오늘도 똑같이 하고 있다. 오늘 토론회는 시간 연장책이다’ ‘군유지를 막아 물리적으로라도 해결해야 한다”며, 고성과 고함이 이어지면서 자칫 토론회가 무산될 뻔했으나 다행히 무사히 진행됐다.
발제 및 토론이 끝나자 참석자 토론에서 주민들은 “산 좋고 물 맑은 양평에서 살고 싶어 이사 왔으나 포 소리가 들릴 때 마다 이사 온 것을 후회하며 부부싸움을 하고 있다”며, “포 사격 할 때마다 집이 흔들린다며 군청에 전화해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가가 책임질 일임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다며 양평군이 이전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데, 3분기에만 세수를 65% 더 걷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넘쳐나는 돈을 북한에만 갖다 줄 생각만 하지 말고 우리 국민을 먼저 챙겨야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토론회 중간 항의 발언을 하고 있는 주민.
신애리 사격장 바로 아래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사격장 이전 공약을 수없이 발표했다”면서, “포사격장에 직접 와서 포 떨어지는 광경을 직접 봤느냐. 내 집에 직접 와서 한 3일만 묵고 가봐라”며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이 주민은 “숙식은 공짜로 해 줄테니 포 사격상태가 어떤지 처와 자식들, 임산부들을 동행해서 와서 보라.”며, 사격장 폐쇄를 적극 주장했다.
이어 “주민들 모두 오염 가능성이 농후한 지하수를 먹고 있는데 양평군은 고지대라 수도 연결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며, “주택 허가를 내주지 말던지, 아니면 가압정치라도 해서 수돗물이라도 먹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군 행정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곳이 고향이라는 또 다른 주민은 “어렸을 적 덕평천에서 물고기를 잡고 헤엄치던 곳인데 어느 순간 벌목으로 나무가 사라지더니 건천이 되면서 썩은 냄새가 난다”면서, “기동훈련 한번 하면 덕평천이 시뻘개진다. 고향이어서 이 곳에서 살고 있고 있긴 하지만 내 자식들은 고향에 대한 애착이 없다고 한다”며 맑은 물이 흐르는 덕평천으로 돌려 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어 “국가에서는 양평군 군유지를 무단으로 사용하면서 국방부 땅에 주민이 깨 한 말을 심었다고 과태료가 500만원이 나왔다”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수십 년간 이어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주민은 “사람들에게 양평에서 살고 싶어 하는지 물어봐라. 양평에서 다 떠나고 싶어 한다. 선거 끝나고 3일 만에 군수님 따님한테 ’양평에서 살고 싶으세요‘라고 물으니 ’여기 왜 살아요‘라고 했다. 이게 우리 후세들이 갖는 고향에 대한 정서”라면서 “이게 바뀌려면 사격장을 이전 폐쇄하던가 아니면 사격장 주변 주민들을 양평군이 먹고 살게 해주던가 하는 게 답”이라고 말했다.
전차포 쏘는 턱 밑에 살고 있다는 신애1리 한 주민은 “사단장들에게 포 사격 장소를 아래쪽으로라도 옮겨달라는 요구에 ’알았다‘고 했지만 그동안 수십 년 동안 속아 왔다”면서 현재 군유지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대한 국방부의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양평군민이 정병국 의원을 5선의원으로 만들어 주었다. 양평군민을 위해서 진정 무엇을 했는지 고민하고 따져봐야 할 때다. 우리 후대들이 정 의원을 어떻게 평가하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면서, 정동균 군수에 대해서도 ”이렇게 중요한 몇 십 조의 가치가 있는 양평군의 재산을 찾는데 경청하셔야지 여기 안계시면 어떡하느냐“고 중간에 토론회 자리를 떠난데 대해 질책하기도 했다.
이 주민은 또 ”가치로 따지자면 수십조 원이 되는 165만평에 포 사격을 할 때 마다 용문산은 울고 있다. 내 자신도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고 하소연 하면서 ”전 세계 어디에서도 시내에서 2키로미터 반경에 포 사격장이 있는 곳은 없다. 오늘 토론회는 시간 연장책이고 계속 끌어가자는 것이다. 양평군에만 어떻게 2개의 대형 사격장이 있을 수 있느냐“며 질타를 이어갔다.
토론회에 참석한 홍정석 전 도의원은 ”기부대 양여 방식은 안된다. 오늘도 그동안 되풀이 됐던 것 외에는 진전된 게 없다는 판단이 든다“면서 ”사격장은 국방문제만이 아닌 환경과 식수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식수원 보호를 위해서라도 국방부와 환경부가 협의해서 연간 5천억 정도인 물부담이용금으로 사격장 부지를 매입하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태영 대책위원장은 ”오늘 들으신 모두를 그대로 국방부에 전달됐으면 한다“며 ”모든 계획이 기초조사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주민들 피해사례나 소음, 토양과 수질오염 등에 대해 조속한 시일 내에 민관군 협의체의 공동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정동균 양평군와 정병국 국회의원. 사뭇 비장한 모습이다.
마무리 인사에서 정병국 의원은 ”입이 열 개라도 말씀 드리기가 민망하다. 하지만 제가 다섯 번 선거하면서 한 번도 사격장 이전을 공약으로 내건 적이 없다. 제가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공약으로 한 적이 없었다“고 해명하고, ”그러나 이 문제를 그냥 놓고 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접근을 했고 국방부 관계자들을 만나 문제제기를 해왔다. 그 결과 2016년도에 겨우 1차 용역을 하게 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소음 정도가 어는 정도인지 파악하기 위해 직접 사격현장에 가서 참관을 했었고, 피해 마을도 방문해 현장 확인도 했었다“며, ”국회의원 할아버지도 할 수 없는 일이 이 문제다. 여러 방안들을 모색하던 중에 1차 용역보고서가 처음으로 나오게 됐으나, 대상지 4곳에 대한 발표를 하게 되면 상대적 민원이 발생될 우려가 있어 국방부가 발표를 미루게 됐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국방부나 육군본부 등 책임 있는 사람들이 한 번도 이런 자리를 마련하는 등 대화를 한 적이 없었다. 집단시위 등을 우려해 많은 사람들이 말렸으나 제가 자신감을 가지고 오늘 이 토론회를 개최하게 된 것은 폐쇄나 이전에 대한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감히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된 것“이라면서, ”국방부 담당관과 육군본부 담당 처장을 의원실에서 만나 협의를 했고, 오늘 국방부를 대표해서 육군본부의 책임 있는 실무 장군이 참석해 사격장 이전에 대한 의지를 이 자리에서 발표를 하게 된 것“이라며 그간의 상황을 설명했다.
정 의원은 이어 ”정동균 군수가 중간에 자리를 뜬 것은 아까 인사말 할 때도 보았듯이 심한 감기몸살로 옆에서 고통스러워 하셔서 제가 먼저 들어가시라고 했다“면서, ”정 군수는 사격장 이전을 공약으로 내 걸 정도로 누구보다도 이전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군수와 의원들까지 모두 다 힘을 합하게 되면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주민들의 항의성 질책 질문에 2시에 시작된 이날 토론회는 5시까지 3시간 동안 이어지면서 사격장 사태의 심각성을 국방 당국에 극명하게 보여준 계기가 됐다.
마무리 인사를 하고 있는 정병국 의원
박현일 의원이 토론회장 입구에서 사격장 즉각 이전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정동균 군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사말을 하는 이정우 의장
국방부 입장을 설명하는 육군본부 작전교훈처장.
참석 주민이 사격장 이전이 아닌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폐쇄를 요구하는 사격장 인근 주민.
폐쇄를 요구하는 사격장 인근 주민.
어렸을 적 덕평천에서 물고기를 잡고 헤엄치며 놀았다는 한 주민이 물이 흐르는 덕평천으로 돌려달라며 발언하고 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시내에서 2키로미터 반경에 포 사격장이 있는 곳은 없다며 항의하고 있는 주민.
연간 5천억 정도인 물부담이용금으로 사격장 부지를 매입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홍정석 전 도의원.
이태영 대책위원장이 오늘 들으신 모두를 그대로 국방부에 전달해 달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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