먀욱우에 있는 듀칸떼인 사원. 1571년에 아라칸족이 세웠다. 사진=김윤성 사진작가 제공
[일요신문] 미얀마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는 라카인 주(Rakhine State). 미얀마 서해안에 있는 이곳은 서쪽으로 벵골만이 있고 북쪽으로는 방글라데시가 있습니다. 옛 아라칸 족이 왕국을 이루고 살았기에 아라칸 주라고도 합니다. 지금은 주의 수도가 시트웨(Sittway)이지만 옛 왕국의 수도는 역사의 마을 먀욱우(Mrauk U)입니다. 시트웨는 해안가에 있고 국내선 비행기가 다닙니다. 먀욱우는 시트웨에서 4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이곳이 최근 다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먀욱우 유적지는 탑 안에 많은 불상을 간직하고 있다. 사진=김윤성 사진작가 제공
라카인 주는 가는 길이 너무 멀고 험해 관광객이 잘 가지 않습니다. 외국 선교사 몇 사람 정도가 드나들 뿐입니다. 양곤에서 자동차로 가려면 해안마을 과(Gwa)를 거쳐 깐따야 해변, 나빨리 해변을 거쳐 1박2일을 가야 먀욱우에 도착합니다. 그래서 대개는 양곤에서 항공으로 시트웨까지 가서, 거기서 강을 따라 보트로 먀욱우로 가거나 지프차를 이용해 가게 됩니다. 로힝야 난민문제로 늘 화약고 같은 라카인에는 여러 종족이 살았기에 다른 사건도 자주 발생합니다. 올해 초 먀욱우에서 발생한 토착불교 집회사건도 그중 하나입니다.
꼬따웅 사원. 1553년 지었고 9만 개란 이름을 쓰고 있다. 불상과 부처의 부조가 당시 9만 개가 있었다는 뜻이다. 사진=김윤성 사진작가 제공
옛 아라칸 왕국의 수도 먀욱우. 옛 왕궁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가장 번영하던 15~17세기의 건축물이 방치된 채 남아 있습니다. 잡풀로 덮인 채 황폐한 모습입니다. 미얀마에선 보지 못하는 독특한 모양의 탑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지역 사람들을 ‘아라칸 불교도’라고 부릅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매년 12월, 200여 년 전 사라진 아라칸 왕조를 기념하는 행사를 합니다. 전통적인 씨름도 하고. 이 집회를 금지하면서 시위가 벌어져 여러 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런 사건이 생기기까지는 숨겨진 역사적 사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사원의 내부로 들어가는 길과 내부는 방치된 상태로 남아 있다. 아라칸족은 이 도시가 멸망한 날을 해마다 기념하고 있다. 사진=김윤성 사진작가 제공
미얀마는 인도와 중국, 두 문명 사이에 있으면서도 자기만의 독특한 문화를 유지해왔습니다. 자존심도 강한 민족입니다. 게다가 변방의 부족들은 더 고유한 문명으로 살았기에 고립된 채 살았습니다. 아라칸 지역은 먀욱우 왕조 시기에 가장 화려한 건축물을 남겼습니다. 1784년 아라칸 왕국은 버마족에게 점령당하고, 유명한 마하무니 불상은 전리품으로 아마라뿌라로 옮겨졌습니다. 1853년 민돈왕이 다시 만달레이로 옮겨 현재에 이르게 됩니다. 마하무니 불상은 BC 554년 아라칸 지역에서 주조된 것입니다. 아라칸 왕조는 1787년 버마군에 의해 완전히 정복당했지만, 아라칸 후손들은 멸망한 역사를 계속 기념해온 것입니다.
라카인의 주도 시트웨의 뷰포인트. 넓은 해변과 어항을 가지고 있다. 라카인 고속도로가 한창 공사 중이다. 사진=김윤성 사진작가 제공
보다파야 왕 시절, 버마족은 아라칸 정복 후 이웃국가 아쌈, 마니푸르를 점령했고 영국 통치령인 벵골만을 공격했습니다. 이것이 제1차 버마-영국 전쟁의 발단이 되었고, 끝내 항복을 선언한 얀다보 조약으로 아라칸 지역을 넘겨주었습니다. 아라칸, 즉 라카인 주는 영국에게 넘겨준 버마의 첫 영토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복잡하고 오랜 인종갈등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영국의 인종과 지배정책이 후대까지 이어진 큰 갈등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아라칸은 이렇게 두 번의 슬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먀욱우에 있는 탑들은 바간의 탑들과는 대조를 이룹니다. 대표적인 사원으로 씻따웅 사원, 꼬따웅 사원처럼 8만, 9만이란 숫자의 사원이름도 있습니다. 한 사원 안에 있는 불상과 부처를 새긴 부조가 당시 8만 개, 9만 개가 있다는 뜻입니다. 듀칸떼인(Dukkanthein) 사원은 벽을 쌓고 구멍을 내 중세 유럽의 성벽 같습니다. 내부는 어둡고 미로를 걷다보면 수많은 부조들이 황폐한 채 늘어서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방인 여행객들을 낯설게 바라봅니다. 아라칸의 후예들입니다. 지금 라카인에는 시트웨에서 먀욱우, 나빨리 해변을 잇는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입니다. 관통하는 도로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날이 오면 척박한 땅, 라카인에도 봄이 오고 좋은 소식이 날아올 것입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