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가에 돌고 있는 이야기의 일부다. 차후 대한민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과의 협상에서 미국 중간선거 시점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이기기 위해 종전선언을 활용하지 않겠느냐란 이야기도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오고 있다. 종전선언까지 구체화되기 시작한 배경에는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반도 정세가 있다.
평양남북정상회담 3일째 문재인대통령 내외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백두산 장군봉을 방문한 후 백두산 천지로 이동히기 위해 케이블카로 향하고 있다. 사진=평양 공동취재단
중간선거는 미국 대통령 임기 2년차에 치러지는 선거다. 상원의원, 하원의원, 주지사, 주 검찰총장, 주 상하원의원 등이 이번 선거에서 뽑힌다. 하원의원은 전원, 상원의원은 100명 중 33명이 대상이다. 상원의원은 6년 임기로 2년마다 3분의 1이 선거 대상이다. 집권 2년차에 치러지는 선거기 때문에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이후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종전선언이 화두가 되고 있다. 종전선언을 통해 불가역적인, 되돌릴 수 없는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도 위장인지, 진심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최근에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약 1년 전 괌을 때리겠다던 북한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북한은 지난 4월 27일 발표된 판문점선언에서 ‘종전선언·평화협정·평화체제를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의 개최를 남과 북이 추진해나간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어 6월 12일 미북 공동성명에서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2018년 4월 27일에 채택된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면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할 것을 확약하였다”라고 재차 못 박았다.
그럼에도 미국 중간선거가 ‘키’로 등장한 데는 남북관계가 단순히 두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먼저 정전협정 자체에 우리나라가 등장하지 않는다. 정전협정의 정식 명칭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즉, 국제연합군, 북한, 중국이 정전협정 당사자들이다.
당시 사실상 국제연합군을 이끌었던 미국이 동의해야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미국 중간선거가 중요한 일정으로 떠올랐다. 협상의 주체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전에 종전선언을 이벤트로 쓸 수 있다는 가정이다.
중간선거에 활용되리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는 중간선거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간선거에서 참패하면 하원을 잃고 상원에서도 상당 부분 힘이 빠져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한다. 26일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연설에서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때문에 중간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직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꺼낼 만큼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간선거 결과는 민감한 문제다.
먼저 미국 정치계 소식에 밝은 사람들은 대체로 이런 이야기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 미국 소식통은 “북한 문제는 한 차례 미북 정상회담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중간선거 전에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큰 관심을 끌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실제로 미국 언론에서는 이번 문재인 대통령 방미에 관해서도 사실상 무관심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별다른 보도가 없었다”고 평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협정을 맺었을 때 미국 대통령 지지율의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미국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올랐을 때는 9·11 테러, 걸프전 등 국가 위기상황이었다”며 “종전선언을 중간선거 전에 발표해 선거에 활용하겠다는 아이디어는 국내 언론 외에는 보기 힘들 것으로 본다. 미국은 종전선언에 큰 관심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바마 등 노벨상 수상자의 경우를 봐도 노벨상을 수상한다고 해도 유의미한 지지율 변화를 보이기도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 교수는 “북한 비핵화나 종전선언을 중간선거 전에 하기에는 선거가 11월 첫째 주에 치러지는 만큼 현실적으로 시간도 부족하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연내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해서 다음 미북 정상회담 일정 관련한 내용을 논의할 텐데, 연내 방문하겠다는 건 북한과의 협상을 중간선거에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의 미국 소식통도 이 같은 의견에 힘을 실었다. 미북 정상회담 이후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급격하게 소멸됐다고 한다. 그는 “최근 미국의 관심은 북한에 크게 없어 보인다. 최근 미국은 온통 브렛 캐버너 대법관 후보자의 17세 때 강간미수 사건으로 도배되고 있다. 이 사건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심지어 평양에서 있었던 남북회담도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봤을 때 중간선거 전 비핵화 혹은 종전선언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낮아보인다. 매우 긍정적으로 모든 일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빨라야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