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에 비해 경제가 건실한 인도와 인도네시아로 금융위기가 확산해 최근 루피와 루피아 가치도 각각 10% 가까이 떨어졌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한국도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다.
신흥국 금융위기의 뇌관인 미국의 금리인상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9월 26일 미국은 기준금리를 1.75~2.00%에서 2.00~2.25%로 0.25% 포인트 올렸다.
미국은 12월에 또다시 같은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추진할 전망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면 홍콩, 이탈리아, 중국까지 타격을 받아 신흥국 위기가 세계 전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본격화한 것은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7월과 8월 500억 달러의 상품에 25%의 보복관세를 서로 부과했다. 최근 미국은 2000억 달러의 중국 상품에 대해 10%, 중국은 600억 달러의 미국 상품에 대해 5~10%의 보복관세를 다시 부과했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6배가 넘는 중국 경제가 무역전쟁의 타격을 받아 금융부도 위험이 커질 경우 신흥국 금융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현 추세로 나갈 경우 국제금융위기 10년 주기설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2018년 신흥국 금융위기가 임박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 최근 신흥국의 부채 위험은 더 높은 상황이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자료에 따르면 신흥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비율이 같은 기간 145%에서 210%로 상승했다. 우리나라는 과거와 달리 외채상환 능력은 충분한 상태다. 지난 6월 말 기준 총 외채는 4405억 달러다. 이 중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 외채는 1205억 달러다.
이에 반해 1997년 외환위기 직전 70억 달러까지 떨어졌던 외환보유액이 지난 8월 말 현재 4011억 달러에 달한다. 단기외채의 3.3배 수준이다. 더욱이 6년 5개월째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해 외환보유액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한국은 금융위기 안전지대인가? 결코 방심하면 안 된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5%로 미국에 비해 0.5~0.75% 낮다. 자칫하면 외국자본의 유출이 본격화할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투자 보유 시가총액은 6000억 달러 규모로 외화보유액의 1.5배나 된다. 한편 조선, 자동차, 철강, 전자 등 주력산업이 퇴조하면서 수출도 점차 경쟁력을 잃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경제가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는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대중 수출은 전체 수출의 26%를 차지한다. 미중 무역전쟁이 확산되면 중국경제와 한국경제가 같이 타격을 받는 공동운명체가 될 수 있다. 금융위기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산업혁신을 서둘러 기업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가던 외국자본이 되돌아온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의 틈새시장을 활용하면 미중 무역전쟁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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