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재판 1심 선고가 열리는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최준필 기자
법조계에서는 이번 항소심에서 신 회장이 집행유예 등으로 석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검찰이 지난 8월 29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국정농단과 경영 비리에 각 4년과 10년으로 총 징역 14년의 중형을 구형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1심 판결문에서 ‘피고인 신동빈은 부정한 청탁을 하고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지급함으로써 뇌물을 공여했다’고 명시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았기 때문에 신 회장도 집유를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롯데의 경우는 조금 특수한 면이 있다”며 “롯데가 출연금 외 추가 지원한 것에 대한 대가성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재계에서도 지난해 6월 방미 경제인단부터 지난 18일 평양 방북 경제인단까지 롯데가 배제된 것 또한 신 회장의 석방이 힘든 방증이라 봤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신 회장의 항소심 판결을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법원 상고심 최종 판결을 앞둔 삼성일 것”이라며 “다만 삼성은 지난 방북에 이재용 부회장이 포함되며 한시름 덜었을 것이며 그간 전례로 인해 방북은 곧 ‘사면’이라는 시각이 있었는데, 롯데는 재계 5위임에도 불구하고 방북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롯데가 신 회장 석방 이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앞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만난 대기업들이 잇달아 대규모 투자·고용계획을 발표했으나 롯데는 오너 부재를 이유로 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석방 이후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이란 얘기가 롯데의 읍소전략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정농단에 연루된 만큼 청와대나 정계에 손을 뻗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언론이나 법조계에 호소하려는 것 같다”며 “석방 이후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언급은 자칫 거래를 하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오히려 오너가 부재한 상황일지라도 다른 기업들과 비슷한 시점에 발표하는 것이 좋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난 8월 29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통해 “우리 그룹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알고 있다”며 “국가 경제와 그룹을 위해 다시 한 번 일할 기회를 주셨으면 한다”고 읍소한 바 있다. 또 황각규 부회장은 지난 10일 방한 중인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면담하고 협력방안을 논의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 회장의 부재로 인도네시아 사업을 비롯해 여러 사업이 중단된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룹의 지배구조개편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것도 문제다. 롯데가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금융사 지분을 처리하고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를 편입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롯데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사 전환일로부터 2년 이내인 내년 10월까지 롯데캐피탈 지분 25.64%와 롯데카드 지분 93.78%를 처리해야 한다.
롯데지주가 금융사 지분과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을 맞교환할 가능성을 높게 점쳐지기도 한다. 정혁진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그룹분석 보고서를 통해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금산분리 규제 충족을 위한 롯데지주의 금융사 지분 매각과 그룹 내 이익기여도가 가장 큰 화학부문의 지주체제 편입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롯데지주가 만약 금융사 지분을 활용해 롯데케미칼을 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자회사 포트폴리오가 강화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관련해 아직 계획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해당 부서에서 실무적인 준비는 할 테지만 총수님이 안 계신 상황이기도 해 현재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
신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를 벗지 못한다면 당장 면세점 사업 타격이 불가피하다. 소공동점 다음으로 매출 규모가 큰 롯데월드타워점을 잃는다면 호텔롯데 상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면세점 사업은 호텔롯데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2월 신 회장이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판결에 대해 관세법에 따라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취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법리 검토할 방침을 밝혔다.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특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롯데면세점은 신 회장의 혐의가 인정된다 할지라도 신규 특허 취득 심사 과정에서 위법 요소가 없었으므로 폐점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신 회장님이 무죄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으며 최종심까지 지켜봐야 하고,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취소에 대해서는 법리적 검토도 해야 한다”며 “그러나 면세점 특허 취소 등의 결과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