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선을 통과하는 ‘영광의파이트’와 임성실 기수.
[부산=일요신문] 박영천 기자 =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본부장 정형석)에서 펼쳐진 제10회 GC 트로피 특별경주(1,200m, 국산, 오픈, 2세, 별정-A)에서 ‘영광의파이트’가 경주 후반부 무서운 탄력을 선보이며 통산 4전 우승 2회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부산의 주목받는 신예로 등극했다.
GC트로피 경주는 국산 2세 최강 암수마를 가리는 쥬버나일(Juvenile) 시리즈의 첫 번째 관문이다. 경주마 경매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경매마 한정조건으로 시행돼 실질적인 국산 2세 경매마 최강자전으로 볼 수 있다.
경주 데뷔가 오래되지 않아 변수가 많은 것이 바로 2세마 경주의 매력이다. 많은 경마팬들은 경기 전 ‘영광의파이트’와 ‘트루워리어’ 2파전의 양상을 예측하면서도 새로운 다크호스의 부상 가능성도 예상하는 가운데 경주가 시작됐다.
반전은 없었다. 결승선 직선주로에서 불붙은 압도적인 레이스 전개로 우승 차지했다.
9월 부산의 화창한 가을날 7마리 신예 경주마를 채운 출발대 문이 열리면서 단거리 1,200m 경주가 시작됐다.
출발 직후 조인권 기수의 1번 ‘닥터티즈’가 가장 빠른 출발을 보이며 선두로 나섰고 정도윤 기수의 5번 ‘에이스크러쉬’가 바깥쪽에, 김동영 기수의 4번 ‘시선강탈’이 안쪽에서 따라붙었다.
1번 ‘닥터티즈’, 5번 ‘에이스크러쉬’, 4번 ‘시선강탈’ 세 마리가 형성하는 선두그룹은 4코너에 접어들 때까지 이어졌고 경마팬들과 전문가들이 우승을 예상했던 임성실 기수의 8번 ‘영광의파이트’와 최시대 기수의 9번 ‘트루워리어’는 줄곧 후미 그룹에 위치하며 좀처럼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4코너를 돌아 결승선에 들어서자 조인권 기수는 1번 ‘닥터티즈’를 더욱 세차게 몰아치며 속도를 높여갔고 경마팬들은 예상 밖의 전개에 다소 의아스러웠다.
경주 후 가진 시상식 모습.
하지만 그렇게 쉽게 승자가 결정되지는 않았다. 결승선을 300m 남겨놓은 지점에서부터 임성실 기수의 매서운 질주가 시작되자 바깥쪽에 위치하던 8번 ‘영광의파이트가’ 이에 반응하며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8번 ‘영광의파이트’는 점차 속도를 높여가며 무서운 추입으로 1번 ‘닥터티즈’와의 거리를 눈에 띄게 좁혀나갔고, 결국 결승선을 100m 남겨놓은 지점에서 따라잡고 오히려 결승선 통과 직전에는 여유로운 모습까지 보여줬다.
8번 ‘영광의파이트’에 선두를 빼앗긴 1번 ‘탁터티즈’가 2위로, 줄곧 선두그룹에 자리했던 4번 ‘시선강탈’이 3위로 골인했다. ‘영광의파이트’가 경마 소개 책자에 나오는 추입마의 전형적인 경주형태를 보여주는 멋진 레이스로 우승하자 경마팬들의 환호성이 렛츠런파크를 가득 메웠다.
‘영광의파이트’와 환상적인 추입을 펼친 임성실 기수는 경주 직후 열린 인터뷰에서 “호흡을 맞춘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그 능력을 믿고 있었다”며 자신의 전개 스타일에 잘 따라준 ‘영광의파이트’에게 그리고 훈련을 잘 시켜준 조교사와 마방식구들에게 우승의 공로를 돌렸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GC 트로피 특별경주는 국산 2세마에 한정된 신예들의 경주에다 2마리의 출전취소로 7마리가 최종 출주해 다소 시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출발했지만, 박진감 넘치는 경마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전문가들로부터 발동이 늦게 걸리는 주행스타일이 약점이라고 평가받던 ‘영광의파이트’는 막판 폭발력을 거침없이 선보이면서 부산의 새로운 강자에 오르며 한국 경마 역사의 또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