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로 마음앓이를 하고 싶지 않다면 우선 남이 아니라 자기평가로 인생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직장 내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된 지 오래다. 하지만 여전히 스트레스로 고통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이웃나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2015년 후생노동성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일에 대한 강한 불안, 걱정, 스트레스를 안고 있는 근로자가 55.7%나 된다”고 한다.
50여 개 기업에서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담당해온 정신과 산업의 요시노 사토시 씨는 “스트레스에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의 양극화가 해마다 심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전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스트레스에 취약해 3년 내 이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트레스에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의 차이점은 뭘까. 요시노 의사는 “스트레스에 강한 사람은 생각이 합리적”이라면서 “어떤 사건에 대해 본인이 받아들이는 방식, 즉 합리적인 사고인지 아닌지에 따라 스트레스 강도의 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가 주창한 ‘ABC 이론’과도 일치한다.
예를 들어 업무 성과가 잘 나오지 않았을 경우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문제점을 발견했다” “더 이상의 시련은 없을 테니까 앞으로 열심히만 하면 된다” 등등 긍정적으로 파악하는 사람은 스트레스에 강하다. 반면 “결과가 좋지 않아 창피하다” “역시 나는 안돼”와 같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우울증이나 스트레스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태도는 성격이나 자란 환경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요시노 의사는 “훈련과 습관을 통해서도 합리적인 사고로의 전환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선행조건이 있다. 바로 적절한 수면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수면시간이 부족한 사람은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없을뿐더러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요시노 의사는 “적어도 5~6시간 이상의 수면을 취하고 수면의 질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런 다음 “스트레스에 강해지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베스트”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일상생활에서 쓰는 부정적인 말들을 긍정적인 단어로 대체하는 훈련이 효과적이다. 흔히 비합리적인 사고의 소유자들은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걱정한다. 그러나 타인의 평가는 그 사람의 성품, 기분, 컨디션, 상황에 따라서도 바뀔 수 있다. 요컨대 절대적인 평가가 아니라는 얘기다.
설령 결과가 나쁘더라도 ‘자신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자기성장’으로 이어진다. 작은 ‘성공’으로도 볼 수 있는 셈이다. 결국 ‘성공이냐 실패냐’를 결정하는 건 스스로 하면 될 일이다. 요시노 의사는 “스트레스로 마음앓이를 하고 싶지 않다면, 남이 아니라 자기평가로 인생을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스에 강해지는 또 다른 습관은 ‘일관된 감각(Sense of Coherence :SOC)’을 높이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로 보내져 끔찍한 환경을 겪은 사람들을 조사한 연구가 있다. 생환자 가운데는 불합리하고 가혹한 조건 속에서도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무병장수한 사람도 존재했다. 이들의 공통점을 유대계 미국인 사회학자가 연구한 이론이 바로 ‘일관된 감각’이다. 간단히 말하면 인생의 순리에 맞게 ‘고난’을 ‘의욕’으로 바꾸는 힘이라 할 수 있다.
가령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의미’를 찾는 감각이다. 회사에서 잡무와 허드렛일이 쏟아질 때 ‘오히려 상사의 신뢰를 얻을 찬스’라고 여긴다. 또 직면한 곤란한 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해 받아들이는 감각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바쁜 것은 10월 중순까지. 그때까진 최소한의 수면으로 극복하고 이후엔 1주일간 휴가를 받는다” 등 절차적으로 사고한다.
덧붙여 어떤 고난이 닥쳐와도 ‘어떻게든 될 거야’ ‘영원히 끝나지 않는 건 없다’라며 여기는 낙천적인 사고도 중요하다. 이렇듯 세 가지 ‘일관된 감각’을 항상 의식하면, 일과 대인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충격을 감당할 수 있게 된다. 무조건 참거나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말이다.
끝으로 요시노 의사는 스트레스에 강해지는 습관으로 ‘모닝루틴’을 꼽았다. 일본 야구선수 스즈키 이치로는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루틴’으로 유명하다. 이치로는 경기 시작 5시간 전에는 경기장에 들어가 같은 방식으로 스트레칭을 하고, 타격 준비를 한다. 비가 오는 날에도 똑같다. 이는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다. 마음이 안정되면 신체가 편한 상태가 되며, 자신의 컨디션 변화에도 훨씬 민감해진다.
외국계기업에 근무하는 톱 세일즈맨 A 씨도 모닝루틴을 실천 중이다. 그는 매일 영업 시작 30분 전 회사에 출근해 블랙커피를 마신다. 카페인 효과로 영업 개시 즈음엔 정신이 번쩍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상으로 돌아와 컴퓨터 전원을 켠 후 1분 동안 심호흡을 한다.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하면 된다’며 자신을 다독이는 순간이다. 이후 일정을 확인하면서 어떻게 하루 일과를 진행시킬지 순서를 정한다.
A 씨는 “모닝루틴을 실천하면 ‘뭘 해야 할까?’와 같이 쓸데없는 곳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일 모드로 바로 전환이 가능해 집중하기도 쉽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요시노 의사는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 중에는 ‘루틴’을 가진 이들이 많다”면서 “개인적인 루틴을 통해 컨디션을 조절하면 압박과 스트레스에 지지 않는 마음으로 단련할 수 있을 것”으로 조언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 vs 덜 받는 사람 ①과잉 일반화 : 한두 번의 부정적인 경험에 근거를 두고 모든 상황을 일반화한다. 비합리적 사고 : “과거 실패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잘 안 될 거야” 합리적 사고 : “당시하고는 상황이 달라졌다. 작전을 세우자” ②마음의 필터 : 모든 것을 나쁜 방향으로 해석한다. 비합리적 사고 : “지금까지 좋은 일이 하나도 없었어” 합리적 사고 : “좋지 않은 일도 있었지만 어떤 면은 즐거웠어” ③최대화와 최소화 : 자신의 장점은 보잘것없고 가벼운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 비합리적 사고 : 타인의 실수, 약점은 가볍게 여기는 반면 자신의 실수는 확대해 생각한다 합리적 사고 : 사소한 일이라도 성공했다면 뿌듯하게 여긴다 ④흑백논리 : 극단적인 완벽주의자, 모든 것을 실패와 성공으로 이분화해 바라본다. 비합리적 사고 : “하나라도 실패하면 전부 실패한 것과 같다” 합리적 사고 : “60%의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내줬다. 다음에는 꼭 성공으로 연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