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이 자신이 주연한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서 공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외 영화계 인사들이 대결 집결하는 영화제를 통해 복귀작을 내놓으면서 오랜 공백에 대한 아쉬움을 조금은 털어내게 됐다.
사진 제공 = 부산국제영화제
이나영은 2012년 영화 ‘하울링’을 끝으로 작품 활동을 멈췄다. 어떤 의도가 있는 공백은 아니었다. 최고의 배우로 꼽히는 송강호와 호흡을 맞춘 ‘하울링’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이후 연기활동을 활발히 이어갈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보는 게 설득력 있다. 물론 이전에도 이나영은 드라마나 영화에 활발히 나서는 배우는 아니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듯이, 2~3년을 주기로 한 편씩 참여해왔을 뿐이다.
하지만 이나영의 연기활동은 공교롭게도 원빈과 교제 중인 사실이 알려진 이후부터 멈췄다. 스타 배우가 공백기를 보내고 있다면 간간이 영화나 드라마 주연 물망에 오른 사실이 알려지기 마련이지만 이나영은 예외였다. 원빈과의 관계가 알려진 이후에는 연기 활동을 준비하거나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지도 않고, 관련한 행보가 포착되지도 않았다. 같은 시기 원빈 역시 연기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던 참이다.
그러던 두 사람은 2015년 강원도 정선에서 비밀 결혼식을 올렸다. 워낙 극비리에 이뤄진 결혼식인데다, 같은 해 아들을 출산하면서 이나영의 연기 복귀는 더욱 요원해지는 듯했다. 그러던 이나영이 돌연 이름도 낯선 윤재호 감독의 영화 ‘뷰티풀 데이즈’를 선택하자, 곳곳에서 의아한 반응을 내놓았다. 여러 선택지 가운데 왜 이 영화였는지를 두고 궁금증이 일었다.
‘뷰티풀 데이즈’는 아픈 과거를 가진 채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인이 주인공이다. 14년 만에 그녀를 찾아 중국에서 온 아들을 통해 숨겨진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는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다. 사실 영화가 담은 메시지는 이런 몇 개의 문장으로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주인공 여인은 북한을 도망쳐 나온 탈북자의 신분이다. 중국에서 그녀를 찾아온 아들은 조선족이다. 어렵사리 한국에 정착한 여인의 삶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술집에서 일하고, 건달 같은 남자와 함께 지내고 있다.
영화는 한 여인과 그를 찾아온 아들을 통해 비극적인 현실에 얽힌 인물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탈북의 문제까지 꺼내든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뷰티풀 데이즈’를 개막작으로 선정하면서 “탈북자의 고난과 희생을 전시하는 작품이 아닐까 의심할 법도 하지만 영화는 피해자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가슴 깊이 받아들인다”며 “혈연의 굴레를 벗어난 인간애에 기반한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라고 밝혔다.
이나영은 영화에서 스산한 삶을 살아내는 주인공 엄마 역할이다. 그동안 ‘하울링’ 같은 상업영화는 물론 2009년 주연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비몽’처럼 몽환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작품을 넘나들며 연기에 욕심을 내온 이나영이 다시 한 번 도전을 감행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따른다. 물론 복귀작을 결정하기까지 누구보다 깊이 고민한 이는 당사자인 이나영이다. 자신을 자극하는 작품을 꾸준히 찾아온 그는 ‘뷰티풀 데이즈’의 시나리오를 보고 “바로 마음을 빼앗겼다”고 돌이켰다.
사진 제공 = 부산국제영화제
이나영은 “영화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굉장히 재미있어서 놀랐다”며 “그동안 해보고 싶던 캐릭터였다. 결코 약하지 않은 인물이다. 비극적인 사건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삶에 지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에 끌렸다”고 했다.
연출을 맡은 윤재호 감독은 국내보다 프랑스에서 더 활발히 활동해온 연출자다. 2016년 다큐멘터리 ‘마담B’와 영화 ‘히치하이커’로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비공식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이후 여러 국제영화제서 성과를 거둔 그는 이번 ‘뷰티풀 데이즈’를 통해 장편 극영화에 데뷔한다.
영화는 적은 예산으로 제작이 이뤄졌다. 이를 고려한 이나영은 제작진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출연료 받지 않고 참여했다. 이 작품에 갖는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한 대목이다. 과감하게 나선 덕분에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주인공의 자리에 앉은 이나영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에서 서게 돼 긴장되지만, 영화가 어떤 반응을 얻을지 기대가 된다”고 설렘을 드러냈다.
관객의 온전한 평가를 남겨두고 있지만 ‘뷰티풀 데이즈’를 기점으로 이나영이 다시 연기활동을 시작할 가능성은 상당하다. 최근 여배우들이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줄 만한 영화 시나리오나 드라마의 기획이 차츰 늘어나는 환경 역시 이나영의 도약을 더욱 기대케 하는 배경이다.
이나영은 부산국제영화제 참여를 시작으로 11월 ‘뷰티풀 데이즈’ 개봉에 맞춰 다양한 프로모션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개막식과 기자회견, 오픈토크 등 공식적으로 이뤄지는 무대에만 오른다.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그동안의 생활 등 근황을 밝히는 일은 영화가 개봉할 무렵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
남편 원빈의 연기 복귀는 언제쯤? 이나영에 대한 기대는 또 다른 방향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바로 남편인 배우 원빈의 연기 복귀에 대한 궁금증이다. 2010년 영화 ‘아저씨’를 끝으로 햇수로 8년째 연기활동을 멈춘 원빈은 연예계에서 복귀가 가장 기다려지는 배우를 거론할 때 늘 첫손에 꼽히는 스타다. 그동안 드라마 주연이나 영화 출연 가능성이 간간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번번이 이뤄지지 않았다. 특유의 신중한 성격도 원빈의 공백을 늘리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아내 이나영이 영화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복귀하는 만큼 이런 분위기가 남편 원빈에게도 적지 않은 자극을 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원빈은 최근 자신과 오랫동안 신뢰를 나눈 제작자와 함께 관심을 둔 영국영화 ‘스틸라이프’의 리메이크를 기획하는 등 조용하게 자신의 연기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리] |